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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대재판
황허이 지음, 백은영 옮김 / 예담 / 1999년 8월
평점 :
절판
더글라스 맥아더 / 마이클 샬러 지음 , 유강은 옮김 ; 이매진 2004
어쩐 일로 2권의 감상을 한꺼번에 쓰게 되었는가... 하면.
도쿄대재판을 읽고 났더니 더글라스 맥아더라는 인물이 참 지독한 인간으로 묘사되어 있지 않겠습니까... 원래는 그 인물에 대해 일말의 흥미도 없었지만(동상 철거 문제로 시론이 분분했을 때에도), 이렇게까지 지독하게 쓰여 있는 걸 보니 정말은 어떤 인물이었는지 궁금해서 후자의 책을 빌렸습니다.
그리고 느꼈습니다.
더글라스 맥아더는 '지독한 인간'이 아니었습니다.
.....'천하에 다시 없을 지독한 인간'이었습니다....
아니 첨예하게 대립했던 나라 중국 쪽 관점에서 서술한 책보다, 미국인이 쓴 책에서 더 지독하게 평가되는 이유는 대체(먼 눈)
[도쿄대재판]이 소설같은 묘사에다 '의롭고 고결한 쪽=중국, 좀 속물적이지만 중국편이니까 좋은 놈=소련, #$^#%&^*한 나쁜 놈=맥아더와 그 일당'이라는 선악구분이 너무 뚜렷해서 믿음이 안 가는 편이었는데....
[더글라스 맥아더]는 주로 인용에 의지해서 맥아더의 문제점을 폭로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머릿속에서 감해서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되겠더군요. 어쨌든 이 책도 맥아더 쪽 인물의 호의적인 발언은 거의 싣지 않았으니까요.(맥아더 광신도의 그건 제외)
두 책을 비교하며 한 가지 의아했던 점은 '미야자와 요시코'라는 인물에 대해서였습니다. [도쿄대재판]에서는 처음부터 그녀가 총살당할 때까지 꽤 자주 그녀의 존재를 강조합니다만, [더글라스 맥아더]에서는 이름자조차 찾을 수 없지요. 맥아더의 전 부인이 맥아더를 두고 했던 신랄한 코멘트(점잖치 않은 방면에 대해서=ㅅ=)까지 착실하게 인용한 책에서 이제와서 그의 위신을 생각해서 안 실었다.. 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일텐데 말이죠. 한쪽이 과장/날조한 것인지, 다른 한쪽이 묵살/은폐한 것인지... 생각해보면 잔뜩 고찰할 만한 문제입니다만
...전 음모론은 싫어합니닷.
[더글라스 맥아더]에서 가장 유쾌했던 것은 딴 데에 있었습니다. 한국전쟁 중 맥아더를 해임하기 위해 소환한 트루먼 대통령의 참모진들은 결전의 날이 다가오자 긴장을 풀기 위해 '(가짜)맥아더 장군 환영행사 스케쥴'이라는 것을 만들어서 돌려보았다고 합니다. 그 내용은 이렇습니다.
40 맥아더 장군이 코끼리(공화당의 상징)에 올라탄 채 국회의사당까지 행진.
12:47 국회의사당에서 본 장군(대통령 군사문제 보좌관) 참수형.12:30 맥아더 장군이 잠망경이 달린 잠수함에서 육지로 걸어나옴.
12:31 해군 군악대가 '우듬지의 참새들'과 '죽어줬으면 좋겠어 이 악당아'를 연주.
12:40 맥아더 장군이 코끼리(공화당의 상징)에 올라탄 채 국회의사당까지 행진.
12:47 국회의사당에서 본 장군(대통령 군사문제 보좌관) 참수형.
1:00 맥아더 장군, 의회에서 연설.
1:30~1:49 맥아더 장군을 위한 박수갈채
1:50 헌법 화형식.
1:55 애치슨 장군 집단 구타하기
2:00 21발의 원자탄 예포 발사
2:30 '미국혁명의 딸들(독립전쟁에서 싸운 사람의 자손인 여성만을 회원으로 하는 단체)' 회원들, 홀딱 벗고 워싱턴 기념탑에서 뛰어내리기.
3:00 워싱턴 기념탑 앞 광장에서 소풍도시락 까먹기.
1:00 맥아더 장군, 의회에서 연설.
1:30~1:49 맥아더 장군을 위한 박수갈채
1:50 헌법 화형식.
1:55 애치슨 장군 집단 구타하기
2:00 21발의 원자탄 예포 발사
2:30 '미국혁명의 딸들(독립전쟁에서 싸운 사람의 자손인 여성만을 회원으로 하는 단체)' 회원들, 홀딱 벗고 워싱턴 기념탑에서 뛰어내리기.
...폭소했습니다.
드라마 [웨스트윙]에서 미국 대통령 참모진들이 유쾌하게 노는 것은 봤지만... '드라마니까 할 수 있는 것이겠지'하고 생각했었지요.
진짜로 하고 있었군요
아... 하던 이야기로 돌아와서.
어쨌든 결국 어느 책이든 편향된 기준에서 쓰여진 것이니까, 100% 진실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더글라스 맥아더라는 인물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만큼 존경받을 만한 인물은 아니라는 것이군요. 저는 영웅은 지양하는 편입니다만 이런 영웅은 더욱더 지양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당시 대한민국이 패배하고 한반도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치하에 들어가, 초고속 인터넷이 없는(끔찍해!) 것은 물론이고 알 자유 말할 자유조차 앗아진 세상에서 살게 되지 않은 것은 분명 고마운 일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고마워하고 존경스러워 할 사람들은 정녕 따로 있는 것이 아닌지요.
언젠가 갔었던 용산 전쟁기념관. 그 회랑에는 한국전쟁에 참전한 연합군 군인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최전선에서 자신의 목숨을 걸고, 온갖 고행을 무릅쓴-
언제든지 무슨 이유에선지 전쟁은 참혹하고, 누군가를 죽이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은 슬픈 것입니다.
하지만 마음을 다해 그들의 희생을 슬퍼하고, 그 결과에 감사하는 것쯤은 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