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로황제 연구
안희돈 지음 / 다락방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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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로 황제라고 하면 제정 로마 시대를 이야기할 때 대표적으로 일컬어지는 황제 중의 하나이지요. 율리우스 클라디우스 왕조의 마지막 황제인 그는 기독교 탄압과 근친 살해, 기행으로 말미암아 사악한 황제의 표상처럼 묘사되고 있습니다.

사실 진냥도 그런 인식에서 출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네로가 사악하고 어리석은 인물로 묘사되는 솅키에비치의 작품 [쿠오 바디스]를 읽고 흥미를 가졌기 땀시.... 하지만 진냥에게는 괴벽이 있어서 위대한 인물은 결점을 찾아보고 악명 높은 인물은 장점을 찾아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어느 쪽이냐면 후자에 좀 더 치중하고 있습니다만. 어쨌든 그런 관계로 네로 황제에 대한 책을 가볍게 뒤적거렸는데

...처음으로 본 책이란 것이

'네로에 관한 일화에는 이러이러 저러저러한 것(전부 변태짓)이 있다. 그러나 네로가 무조건 폭군이었다고 생각하면 안된다'

...라는 투였습니다.

.....전혀 설득력 없잖아아아앗!! 일단 근거가 없어!!!

그리하여 부루퉁해 있을 때에, 도서관 서가에서 시꺼먼 하드커버의 이 책을 발견하고는 어디 한 번 보자!!! 하고 냉큼 집어든 것입니다. 아옳옳.

아... 뭐랄까,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쿠오 바디스]로 시작하여 기존의 네로 황제의 이미지가 악인으로 굳어진 바탕을 해석하고, 일화를 통한 역사 서술이 어떻게 문제가 있는지 조명하며, 타키투스와 수에토니우스 등 네로에 대해 서술한 당대인들의 정치적 입장을 분석하고, 5현제 중의 하나였던 트라야누스 황제가 네로의 공덕을 칭찬한 일과 로마 평민이 네로의 죽음을 애도한 일 등 이미지와 어긋나는 네로의 치적을 거론하며.... 나아가 네로 시대의 로마의 사회경제를 면밀하게 분석하여 네로가 결국 무엇을 하고자 했으며 어째서 그것이 실패로 돌아갔는지 결론을 내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냐면 거의 편집증 수준. 이렇게까지 참고 문헌과 기존 연구자료를 파다니 감탄을 넘어서 혀가 내둘러지는군요. 책 자체는 얇아서 방심했는데, 내용의 대부분이 참고문헌과 기존 연구의 인용에 돌려져있을 뿐이지 그 볼륨은 체감상 몇 배가 됩니다.

뭐 그렇다고 해도 '네로는 실은 제법 하는 놈이었어!!!'라고 인식이 혁신적으로 바뀌지는 않지만요(웃음)

이 책에서는 일화를 통한 역사 인식에 대해 꽤 부정적으로 쓰여져 있지만, 저는 일화를 통해서 역사를 보는 일에 신뢰는 주지 않더라도 가치는 느끼고 있습니다. 단적으로 난징대학살과 같은 대량학살의 경우 가해자가 되는 쪽이 불리한 기록을 파기하여 공신력 있는 기록이 남아있지 않는 경우가 있지요. 이때 사실을 증명하는 것은 전해오는 일화가 거의 전부인 것입니다. 뭐어, 고대 로마와 이 일을 견주기에는 상황도 다르고 수천 년이라는 시간의 간극도 있지만서도요.

또한 네로가 원로원을 배척하고 일반 대중을 중시한 정책으로 귀족층의 반감을 산 결과 폄하되었다는 것이 책의 골자입니다만, 네로의 정책이 그토록 효율적이었다면 악평만 전해오는 것도 어떨까 하고 있습니다. 민중이 원하는 것이었다면 오히려 일화가 있기 때문에 후대에 전해지는 것이 있지 않았을까 싶은데 말입니다...

결국 역사에는 '반드시'라고 할 수 없긴 하지만 말이죠>ㅁ<)>

어쨌든 뭐라뭐라 해도 네로라는 인물이 군주로서 결점이 많았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도 결점만 있는 인간이란 없는 법이니까요. 그 점을 깨닫는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라고 생각해보았습니다.

....아아 머리에 쥐내면서 읽은 결과가 이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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