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틀러와 홀로코스트 크로노스 총서 8
로버트 S. 위스트리치 지음, 송충기 옮김 / 을유문화사 / 2004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호오에 상관없이, 무심코 서가에서 뽑을 수 있는 주제란 것이 있습니다. 저에게 있어서는 고대 로마라든가, 중세 문화사라든가, 2차 세계대전사가 특히 그러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아잇코 무심코 손이 미끄러져서 대출해버린 책이 이것이로군요.


이래저래 히틀러에 대한 책이라면 날조 망상 비스끄므리한 것부터 체계적인 것까지 조금 읽었습니다만.... 이 책은 히틀러에 대한 견해로만 본다면 딱히 눈에 띄는 것은 없네요. 오히려 홀로코스트를 집중 조명한 것이 훨씬 흥미로웠습니다.


유럽에서의 유대인에 대한 적대감은 중세 이래로 유명했지요. 많은 나라에서 유대인이 그 나라와 동화하고, 그 나라를 위해서 물심양면 노력했지만, 히틀러가 파헤쳐 들쑤셔놓은 뿌리 깊은 반감은 정말 굉장한 것이었습니다. 그리하여 점령 하의 현실이든 어쨌든간에 나치의 유대인 박해 요구에 순순히, 혹은 기꺼이 동조한 나라들의 면면이 이 책에서는 비교적 상세하게 소개되어 있습니다.


나치가 열등 민족이며 아리안을 위해 제거되어야 할 인종으로 지목한 슬라브 족 국가가 홀로코스트에 열정적으로 참여했던 사실은 아이러니하네요. 하지만 그 중에서도 불가리아의 경우와 같이 완강하게 거절한 국가도 있습니다. 또한 핀란드나 덴마크와 같이 아리안 인과 인종적으로 유사점이 많은 민족이 나치의 유대인 정책을 거부하거나, 근대 민주주의의 시발이라고 여겨지고 있는 프랑스의 괴뢰정부가 협조적이었다는 것도 아이러니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뿐만 아니라 대전 중 미국이나 영국 정부 측에서, 나치 정부가 처음부터 유대인 박해의 비인간적인 요소를 가감없이 드러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에 대해 미온적인 반응을 보임으로서 나치 정부에게 '유대인을 깡그리 살해해도 아쉬워할 나라는 없을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준 것에 대해서도 책은 고발하고 있습니다.


비록 홀로코스트의 희생자 수를 아낌없이 과장하는 점은 있지만(...오뎃사에서만 3000만명, 이라는 숫자는 숫자에 그리 개의치 않는 저도 뜨억했3) 그렇다고 이 책의 준열한 질타가 퇴색하지는 않습니다.


인종도 국가도 상관없어요. 단지 인간으로서, 어느 민족을 지목하여 열등이라든가 악이라든가 하는 딱지를 붙이고 증오하고 멸시하고 약탈하고 박해하고 살해함으로서 자기네의 이익을 도모하는 것은, 변명의 여지조차 없는 명백한 악입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인종과 국가를 떠나서, 그런 명백한 범죄와 악을 좌시하고 방관하는 것도 악에 속하는 것임을 우리는 알아야 합니다.

국제 정세나 국가 이익이라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흐름은 일개 개인으로서는 거스를 수 없는 커다란 급류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누군가가 후대에 저에 대해 평가했을 때, 백에 하나 만에 하나라도 최선을 다했다는 평가를 들을 수 있다면, 노력하는 일이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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