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손님 - 카툰 문학의 거장 에드워드 고리 걸작선 2 카툰 문학의 거장 에드워드 고리 걸작선 2
에드워드 고리 글.그림, 송경아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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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괴한 센스의 그림책 작가 에드워드 고리의 작품입니다. 제 델리케이트한 감성으로는 이런 작가 감당할 수 없으니 알 리도 없지만 어떻게 인연이 닿았나... 조나단 님의 소개로 알게 되었습니다.

같은 에드워드 고리의 작품 중에서도 [곤충의 신]이나 [혐오스러운 커플]은 소개문만 읽고도 신발을 벗어던지고 도망치게 만드는 기분나쁨을 어필하지만, [수상한 손님]은 괜찮아요... 아니 오히려 '그것It'이 귀여워보이기까지 합니다. 정말 귀여워요!

그래서 몇 번이나 '그것' 팬아트를 들여다보고 있자니 그만 반함 지수가 높아져버려서, 마침 교보문고에 간 오래비에게 전화를 걸어 사오게 시켰습니다. 비바.

'그것'이 뭐냐고 물으신다면...

(표지 참조)


...보시는 그대로의 생명체라는 것 외에는 설명할 말이 없군요.

어느 추운 겨울밤 평범한(고리의 그림체로 그려졌다는 것만으로도 평범함은 갖다버렸지만...) 가정에 난입해서 17년이나 눌러앉은 생명체입니다. 이름은 없음. 작품 내내 '그것It'이라고 불릴 뿐입니다. 이름 정도는 지어줘라.

덧붙여 나타난 순간부터 소소한 민폐를 잔뜩 끼치기 시작합니다... 축음기 나팔을 떼어내거나, 거실 문 앞에 엎드려 있거나, 책장을 떼어내는 등 말이지요.

이 작품은 고리의 작품 중에서도 웃음을 자아내는 재미있는 작품입니다. 어느 부분이 우습냐고 말하면 당장 대답하긴 어렵습니다만... '그것'의 귀염성있는 생김새? 별 악의가 느껴지지 않는 민폐? 무엇보다도 기막힌 것은 그것을 17년이나 내버려두는 집 사람들입니다. 작품 속에서 표현되지 않았을 뿐인지도 모르지만, 그들은 그것의 민폐에 휘말려 짜게 식은 얼굴을 하고 있으면서도 그 생활을 타파하는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아요. 하긴, 고리 작품에서 논리적인 결말을 바라는 것이 잘못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저라면 어떻게 할까요-

"나라면 새 목도리와 새 캔버스 신발과 매일 아침 그것이 귀퉁이를 뜯어먹을 수 있게 다이소에서 1000원짜리 새 접시를 사줄거야!"라고 희희낙락하면서 말했다가 M양으로부터 타박을 받았습니다(....)

아니 정말 귀엽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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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호러 단편 100선
에드거 앨런 포.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 외 지음, 정진영 엮고 옮김 / 책세상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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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저는 호러에 약합니다. 호러 영화를 제대로 끝까지 볼 수 없는 몸입지요. 무서운 장면에서는 어디론가 도망쳤다가, 잠시 후 돌아와서 같이 보던 사람에게 '어떻게 됐어? 어떻게 됐어?'...하고 귀찮게 캐묻는 것이 특기입니다.

그런 주제에 호러의 스토리는 좋아해서 호러 게임에 덧없이 도전했다가 나가떨어진 역사가 몇 번.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게임 [판타즈 마고리아]의 공략집을 어느 게임 잡지에선가 읽었을 때였습니다. 공략집만 읽고도 어찌나 무서운지 밤에 악몽을 꾸고 깨어나 벌벌 떨었을 정도..=ㅅ= 그밖에도 [쿠툴루의 부름]이라고 하는 TRPG 룰북의 소개를 읽고는 악몽을 꾸지 않나. 게임 [붉은 나비]의 플레이에 도전, 게임 패드를 친구에게 떠맡기고 엔딩을 보는 민폐도 발휘했지요(...)

그렇게 호러에 대한 호기심에 자기자신과 때때로 남까지 괴롭히는 저이지만, 딱 한 가지 무섭지 않은 게 있습니다. 그건 바로 호러 소설입니다=ㅅ=

예전에는 쿠룰루 신화를 만든 러브크래프트라는 작가를 굉장히 동경했으나 정작 그의 작품을 소설로 읽으니 시시하지 뭡니까. 나아가 [세계 호러 걸작선]에도 도전했으나 전혀 감흥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 책, [세계 호러 단편 100선] 또한....

예를 들어 '소름끼치는 밤'. 주인공 사내가 사냥을 갔다가 그만 나갈 수 없는 깊은 계곡에 떨어져버린 이야기입니다. 동물이고 사람이고 할 것 없이 한 번 떨어지면 나가지 못해, 부패한 시체를 먹고 간신히 생명을 연명하는 생물밖에 살아남지 못하는 구덩이... 이 구덩이에서 주인공은 엄청난 공포와 고뇌를 느끼는데....

저로서는 무서워할 수 없었던 것이

그곳에서 주인공은 세 마리 늑대와 친해집니다(....)

늑대들도 그곳에서 쓸쓸했는지 주인공을 친구로 받아줘요!(....)

그리고 마침내 주인공의 용감한 친구가 밧줄을 내려 구조해 주었을 때, 주인공은 늑대 친구들을 비롯해 그 구덩이에서 목숨이 붙어있는 다른 동물들을 모두 구해줍니다........

이 얼마나 감동적이고 훈훈한 이야기입니까!!!(....)

그리고 '해로비 저택의 워터 고스트'. 해로비 저택의 상속인이 저택의 방이나 그가 묵는 방 어디에서나 크리스마스 이브 자정에 나타나는 여자 물귀신에게 시달린다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저택의 상속인들은 대대로 그 물귀신에게 맞닥뜨려서 놀라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자신을 포함해 방이 온통 젖어버리는 난감한 일에 더 골머리를 앓지요. 그리하여 물귀신을 퇴치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강구하는데... 마침내 물귀신을 퇴치하고 만 삼대째. 그 퇴치하는 방법도 배를 잡고 웃을만큼 기발했지만, 무엇보다 그가 머리를 짜내게 된 이유 중 하나가 크리스마스 이브에 그놈의 물귀신(여자지만)때문에 자신과 밤을*-_-* 보낼 여자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은 정말 웃겼습니다. 오오 솔로탈출 오오

'문법적인 유령'도 정말이지 무섭긴 커녕....

유서깊은 필라델피아의 고풍스러운 가문의 노처녀 리디아 커루가 죽어, 서부에서 온 듣보잡 아가씨들이 저택을 상속받게 되어 일어나는 해프닝입니다. 서부 아가씨들의 분방한 취미를 고쳐 주려고 리디아 커루의 유령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죠. 그런데 이 리디아 커루가 마침내 참지 못하고 사라지게 된 것은... 서부 아가씨들의 오라버니가 와서 지독히 문법 파괴적인 언행을 해버렸기 때문이었습니다. 말마따나 '몰염치한 부정사의 분리와 전치사의 잘못된 위치' 및 '이중부정의 사용'. ....우리도 지독한 문법적 오류를 보고 '세종대왕님이 무덤에서 일어나시겠다' 운운하는 경우는 있습니다만, 같은 방법으로 유령을 무덤으로 돌려보낼 수도 있는 겁니다.

....개그하냐!!!

물론 고딕풍의 아주 섬뜩한 단편도 몇 개쯤 있었지만.... 대체로 그런 단편에서 볼 수 있는 끔찍하고 무시무시한 일들은 대체로 자업자득인 경향이 커서요. 도무지 실감이 안 나는군요=ㅅ=

....저는 미디어보다 글의 가치를 지지하는 편이지만 호러에서는 그게 안되는군요.

반면에 아무리 꿰고 있는 내용이라도 게임 [붉은 나비]는 정말 무서웠어요..... 아주 조용하면서도 순간순간 오싹한 배경음, 느닷없이 떨리는 듀얼쇼크 패드의 진동.... 얼마 전에 D양 집에 가서 재도전해봤는데, 수시로 패드를 내던지고 달아나려고 하는 걸 D양이 마구 윽박질렀습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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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드릭 이야기 네버랜드 클래식 20
프랜시스 호즈슨 버넷 지음, C. E. 브록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시공주니어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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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문학은 시간이 흐른 뒤에 읽으면 색다른 감상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 많지요. 그런 의미에서 '소공자'로 알려진 [세드릭 이야기]도 달려 보았습니다. 저자인 버넷은 유명한 [비밀의 화원], [세라 이야기](통칭 '소공녀')도 쓴 인물입니다.

...사실 법정 성인 연령을 돌파한지 오래된 저 같은 인간에게 [비밀의 화원]이나 [세라 이야기]는 아직도 어필할 수 있지만, 이 작품은 조금 힘드네요...

왜냐하면 이 작품은 '세드릭은졸라짱귀엽고착했다모두세드릭에게반했다'라는 투명 드래곤 수준의 전개를 보여주기 때문에....

아니 뭐 그렇다 해도 작품 자체가 글러먹었다는 건 아닙니다. 세상의 잔인함에 노출되지 않고 아낌없는 사랑을 받으며 남을 배려하는 것만을 배운 아이가 아주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하지만 세상의 때가 묻은 어른으로서는, 인생의 괴로움을 경험하는 세라나 처음부터 성격이 막장이었던 메리 쪽이 좀 더 공감이 간다 이거지요.

그래도 나름대로 세드릭이 완전무결한 것이 아니라 어린애다운 유치함을 엿볼 수 있을 때는 재미있었습니다(그것조차 없었다면 이거 못 읽겠죠...). 그 성격 더러운 도린코트 백작이 손자를 사랑하다 못해 아주 목을 멜 지경이 되는 것도 유쾌했고.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진진했던 것은 당시 미국 정치의 일면을 볼 수 있었다는 거. 세드릭은 공화당이었군요(...) 하긴 뭐, 공화당도 처음부터 지금 같지는 않았을 테니까..... 링컨도 공화당이었고....

도린코트 백작은 손자보고 자신만만하게 '상원에 보내주겠다'라고 하는데, 상원은 조만간 로이드 조지에 의해 거부권을 빼앗기고 어느 정도 명목만 남게 됩니다. 그때까지 백작이 살아있다면 혈압이 올라 세드릭의 걱정을 살지도 모르겠습니다. 껄껄껄. 비바 데모크라시!

(이 사람 아동문학 이상하게 읽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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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신화의 형상 - 국립민속박물관 비교민속학술총서 4
센덴자빈 돌람 지음, 이평래 옮김 / 태학사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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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제가 몽골에 낚이는 인간이라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을 테고(....)

동대문 도서관에서 신착으로 들어와있기에 기뻐하며 겟-한 책입니다. 동네 도서관에는 의외로 마이너한 책이 많이 들어와요... 이 무렵 들어온 또다른 책이 [퉁구스 족의 곰 의례].... 저야 기쁘지만 이런 책을 빌릴 다른 사람이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있긴 했더라만....(<-누가 빌려가서 한동안 못 봤음)

이 책의 장점은 몽골 신화에서 볼 수 있는 많은 용어, 상징 등의 이름과 그 역할을 풍부하게 망라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다만 몽골 신화를 전혀 모르고 처음 입문하는 사람에게는 생소할 수밖에 없다는 점은 단점이라고 할 수 있지요. 저로서는 이 책 안에서도 많이 언급되는 [몽골 민간 신화]라는 책을 먼저 읽고 이 책을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이 책에서는 간략하게 언급되는 몽골의 신화와 전설이 상세하게 번역되어 있거든요.

저더러 몽골에 왜 끌리냐고 말하면 할 말이 없습니다만, 몽골 신화의 매력적인 점을 굳이 말로 하자면- 중국 신화, 라마교 등 여러 문화 요소를 받아들이면서도 자기 색을 충실하게 갖추고 있는 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태양이 아홉 개 있어서 그것을 쏘아 떨어뜨린 예의 전설은 중국에도 있지만, 태양을 모두 쏘지 못하자 자신의 맹세에 의해 손가락을 자르고 타루바간이 되어버린 에르히 메르겐의 전설은 과연 유목민족 답구나 싶은 데가 있지요.

그리고 번역된 전설에서는 별로 느낄 수 없지만 몽골의 이야기는 운율을 갖추고 있는 시와 아주 비슷합니다. [몽골 비사]나 [게세르 칸] 등은 거의 전문이 노래처럼 표현되어 있지요. 비록 무미건조한 산문으로 번역된다고 해도 몽골의 이야기는 어딘지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는 문구가 있어요.

이번에 [게세르 칸]도 번역 출간되었는데, 몽골의 이런 이야기들을 좀 더 많이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비바 마이너-=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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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남한산성
김훈 지음 / 학고재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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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이 작가 먹는 이야기가 나오는 작품이 재미있어...!!

......진짜임다. 그래서 먹는 이야기가 별로 안 나오는 [현의 노래]는 별로 재미 없었음다.(어??!!)

이 작품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딱히 악역이라고 말할 만한 인물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주전과 주화라는 두 가지 논의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한쪽이 악역이 되지 않습니다. 주전파인 김상헌은 김상헌대로, 주화파인 최명길은 최명길대로, 자신의 입장을 나름의 이유를 들어 목숨 걸고 지켜나가지요.

굳이 짜증나는 인물을 찾는다면 김류나 말만 잘하는 당하관들 정도일까요... 하지만 이기적이고 안일한 태도로 일관하는 김류도 작품 속에서는 눈에 띌 만큼 못된 짓은 하지 않았지요. 이시백을 갈굴 때는 울컥하는 기분도 들었지만, 사실 이시백이 대비하던 것처럼 전면전으로 간다 해봤자 이미 그 상황에서 남한산성을 보전할 수는 없었을 겁니다. 말은 잘하지만 실천은 안 하는 것처럼 보였던 당하관 중에도 척화신을 자청해서 목숨을 버리는 사람이 나왔으니....

신하들의 논의에 휘둘려 강경하게 나가지 못하는 임금 인조도, 작품 속에서 그려지는 모습은 어쩐지 애처롭고 매력적으로 보였습니다. 작가의 묘사가 뛰어난 덕이 크겠습니다만....

한낱 병사들이나 백성인 서날쇠까지도, 역사는 그들에 대해서 말해주지 않지만, 그 피폐한 남한산성에서 살아남는 모습만으로도 애타고 정겹게 느껴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겠지요.

역사라는 면에서 병자호란을 보자면 주전이 옳았냐 주화가 옳았냐로 초점이 맞춰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쩐지 역사를 대할 때에는 그게 옳았냐 그르냐로 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사람이 살아가면서 완전히 옳은 길을 좀체로 없는 법이지요. 자신의 행동을 판단하고 결정할 때에는 엄중할 필요가 있겠지만..... 적어도- 다른 이들의 판단과 삶을 다만 말 몇 마디로 결정해버리는 태도는, 적어도 저는 좋아하지 않습니다=ㅅ=

시간을 넘어서 맞부벼지는 사람의 숨결. 아무리 메마르더라도 결코 뿌리뽑히지는 않는 사람의 삶.

이 작품에는 그런 게 있어서 정말로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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