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From 마태우스님

♣ 어찌하여: 마태우스님의 책을 보고 키득거리다
급기야 방명록에 글을 남기게 되었고
그것을 본 마태우스님께서 친필 싸인과 함께..

♣ 받은 날짜: 20050106

♣ 받은 책: 대통령과 기생충, 기생충의 변명 (총2권)


2.
♣ From mannerist님

♣ 어찌하여: 거대한 책방출 이벤트에 선착순 응모

♣ 받은 날짜: 20050131

♣ 받은 책: 책벌레, 섬, 장정일의 독서일기 3 (총3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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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마태우스 > 분석: 모해짐님

해짐(이하 존칭 생략)이라는 분이 있다. 서재활동을 시작한 건 2004년 12월 30일, 그러니까 알라딘 서재질을 기준으로 할 때 대략 3세대에 해당한다.

2005년
그것 하나 이루고 나면

내 인생 기꺼이
반으로 뚝.
접을수 있을것 같아


- 모해짐 (mail)

 모해짐의 서재소개말이다. 궁금해진다. ‘그것’이 과연 뭘까. 일단 생각할 수 있는 것이 남자친구다. 너무 진부한가? 그렇다면 인생을 반으로 접을 수 있을만큼 대단한 일이 또 뭐가 있을까? 시험을 준비하는 것일까? 유감스럽게도 모해짐의 서재에서는 그에 관해 정보를 얻을 수가 없었다.

모해짐은 <청춘의 문장들>로 서재생활을 한지 얼마 안된 1월 첫주에 이주의 마이리뷰 당선의 영광을 안는다. 그 리뷰는 이렇게 시작된다.

[지루하여 너덜해진 직장생활. 지친 나에게 마지막 탈출구는 언제나 책이었던것 같다. 마음이 가난해지고, 정신이 녹슬 무렵이면 글자에 눈을 박는 것이 내 오랜 습성이다. 요즘 또한 그러하다. 단순한 이유. 오래 반복하여 지루하다는 것. 직장과 일이 끔찍해졌다는 것]

서재활동 첫주에 이주의 리뷰에 당선된 것은 모해짐이 최초. 그뿐이 아니다. 같은 날짜에 발표된 이주의 마이리스트에서도 우리는 모해짐의 이름을 볼 수 있었다.

[제목: 청춘의 끝에서 나는 이것을 읽고 싶다 

소개말: 정말 청춘의 끝이 있긴 하나봐요? 나 그 끝에서 달랑거려요. 그러다보면 새봄이 오겠죠. 새봄 오기전에 나 이 책들 읽고 다시 태어날래요. 다시 태어날땐..문자를 향한 사랑이 여전했으면 좋겠고..한 남자를 향한 사랑이 아름답게 정착되기를 바래요.. - 다시 태어날 날을 기다리며]

리스트에는 <변신>, <살인자들의 섬> 등이 담겨 있는데, 이 소개말에서 우리는 그가 올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사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이주의 리스트, 이주의 리뷰에 동시 당선된 사람은 역시 모해짐이 유일하다.

이주의 리뷰 5만원, 이주의 리스트 2만원을 받은 그녀는 내 방명록에 이런 글을 남겼다.

  적립금 넘침 수정 삭제
제가 마이리뷰,리스트 때문에 갑자기 적립금이 넘치는 관계로다(??) 일전에 책 보내셨던 보답으로 기필코 좋은 책을 보내드리고 싶은데...제가 맘대로 보내자니..어떤 책을 선택해야 할지 대략 난감하니..읽고싶은 책이 생기는 즉시 제게 꼭 알려주심이..^^ * ps1.적립금이 넘칩니다. ps2.적립금이 넘칩니다.

2005-01-13
모해짐 (mail)

이건 내가 <대통령> 어쩌고 하는 책을 보내준 데 대한 답례의 글이었다. 여기서 우리는 그녀가 콩 하나라도 나누어 먹는 성격임을 알 수 있다.  그래서 복받은 것일까. 모해짐은 1월의 리뷰 우수작에 뽑혀 또다시 7만원을 받게 된다.

 


2005년 1월의 마이리뷰 당선작입니다. 이달의 마이리뷰 당선작에 선정되시면 최우수작에는 10만원, 우수작에는 7만원을 적립금으로 드립니다.


청춘의 문장들
김연수 지음 / 마음산책 / 2004년 5월

리뷰어 : 모해짐
평점 :

서재생활을 한지 두달도 안되서 14만원을 받다니, 정말 대단하지 않는가? 모해짐에게 알라딘은 엘도라도로 느껴졌을 것 같다. 하지만 그녀는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얼마 전 모해짐은 <나는 왜 문학을 하는가>에 대한 리뷰를 썼는데, 그게 또 예술이다.

[내로라하는 문인들이 고민하고 쓴 글이라 한자도 버릴 것이 없다는 생각이다. 어여쁜 사연과 값진 이야기로 치장하여 그들끼리 한껏 춤사위를 벌이며 나에게 손짓한다. ‘이리로 와. 여기엔 하늘처럼 무한한, 바다처럼 깊은 세상이 있어. 이리와봐. 이리와.’ 그 춤이 어찌나 매혹적인지 나는 어느새 몸을 살짝살짝 흔들어보며 그곳에 다가서는데 '퍽'하고 단단한 유리문에 코부터 박고서 아프기만 하다.]

 

참다못한 내가 이렇게 댓글을 남겼다.

마태우스
적립금을 휩쓰시는 모해짐님, 아니 어쩌려고 또 이런 멋진 리뷰를 썼단 말인가요? 이달의 우수작으론 양에 안찬단 말입니까............. - 2005-02-25 22:09 수정  삭제

하지만 모해짐의 댓글로 보건대 그녀는 적립금 사냥을 포기할 뜻이 없어 보인다.

모해짐
ㅎㅎㅎ 14만원 가지고 뭘 그러십니까. 아직 저는 배가 고픕니다. 올해 목표는 적립금 받아서 집사는 겁니다. 호홋. - 2005-02-25 23:51

들어오자마자 적립금을 휩쓸어가는 그녀, 과연 누가 그녀를 말릴 것인가. 물론 아무나 그녀를 말릴 순 없다. 모해짐을 말리려면 그녀보다 글을 잘써야 할 것이므로.

 

 

 

<마태우스님의 윗글에 모해짐의 답글>

 

어제 저에게 돈.을 줘야 하는 사람이 돈다발도 아니로 오리발을 내미는겁니다.(저 사채업자 그런거 아임다.ㅋㅋ) 생뚱맞았던거죠. 음... 그래서 제가 취한 방법은... 나물과 고추장을 넣은 비빔밥을 우적우적 먹고... 잤습니다. 식욕을 잃다시피한 요즘 참 생뚱맞은 짓이었습니다. 그리고 분노를 자장가 삼아 침흘리고 자다가 깨서

 

요기 들어왔는데 글쎄 Today가 두자리. 경이롭습니다. @_@ 게다가 즐겨찾기가 단 하루만에 *명이나 늘어있었던거죠.(부끄러워 말 못합니다. 대략 100명은 된다고 일단 뻥을 쳐두죠.) 별일도 다 있네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즐겨찾는 서재 브리핑'을 훑다가 눈이 뒤집히고 맙니다. ★분석: 모해짐★ 음.. 조거조거 분명 내 이름인데.. 그러니까 뭐랄까. 내 이름이 있을만한 자리가 아닌데. 요고요고 손을 부들부들 떨며 클릭을 했더니 그 안엔 더 충격적인 내용이 있었습니다.
어제의 기분좋은 '적립금을 휩쓰시는 모해짐님, 아니 어쩌려고 또 이런 멋진 리뷰를 썼단 말인가요? 이달의 우수작으론 양에 안찬단 말입니까.............'라는 글에 이어 아주 황홀한 글이 담겨있었던거죠. 네. 황홀했습니다. ㅋㅋㅋ

 

그 기분을 표현하자면 이런겁니다. <<<알라딘이라는 나라에는 눈작은 마태우스라는 탤런트 겸 개그맨 즉 만능엔터테이너가 있었습니다. 알라딘나라의 ★라고 할 수 있겠죠. 모든 사람들의 사랑을 받음과 동시에 알라딘나라 언저리까지 섬세하게 신경을 쓰는 따뜻한 사람이기도 했습니다. 모해짐이라는 소녀(!) 역시 그 따뜻함과 코믹함에 단번에 매료되어 팬으로 살고 있었는데요. 어느날 알라딘나라의 스타 마태우스는 팬사인회를 하게 됩니다. 그 곳은 곧 소란스러워지고 "오빠~오빠~꺅~" 여기저기서 난리도 아닙니다. 차분하고 교양 있는(?) 모해짐은 차마 '오빠'라고 외쳐보지 못한채 구석에서 조용히 줄을 서서는 싸인받을 차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존재의 유무도 모르게 숨어 있었건만 마태우스님은 모해짐에게서 뭔가를 발견한 것 같았습니다. 모해짐에게로 한발한발 서서히 걸어오더니 한마디 건넵니다. "대단한 미녀시군요." @_@ 즉시 주위 백만팬들의 눈총을 한몸에 받게 되었지만 모해짐은 거기에 아랑곳 않고 황홀경에 빠졌다는... 옛날 얘기였습니다.>>>

 

글을 처음 대면한 순간 그런 기분이 들었구요. 프흐흐. 감사합니다. 제 서재의 유일한 댓글자인 마태우스님 덕분에 자주 웃게 됩니다. 님 페이퍼의 코믹한 글들, 그리고 알라딘 언저리까지 휘젓고 다니시는 부지런함, 따뜻함 때문에 확고부동한 인기서재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저는 여전히 적립금이 넘치고 있습니다. 알라딘은 저에게 엘도라도가 맞는것 같습니다. ^^
제가 다독가 마태우스님의 독서취향을 읽을수 있는 경지에 이르는 날 2권의 책에 대한 빚을 갚을수 있겠죠?

 

참 궁금한게 있는데 혹시 알라딘의 숨겨진 회장님? 마태우스님의 글을 보면 알라디너들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게 뚝뚝 흐르는 것 같아 상상력 풍부한 모해짐은 오늘도 고민합니다.
'그가 분명 알라딘의 숨겨진 회장인거야. 그리고 내 미모를 알아보고는 숨어서 내게 적립금을 쏟아내고 있는거야.'
--; 저는 사실 눈이 작고 못생겼음을 고백합니다. ㅋㅋㅋ

 

ps.이 글은 제가 잠시 델꼬 제 서재로 여행갑니다. ㅎㅎ  

 

쓰고보니 너무나 호두..방정을 떤것 같다. 우엥우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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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5-02-28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훌륭한 댓글 잘 읽었습니다. 눈이 작으시다니 저랑 같은과군요^^ 저랑 같은과라고 하면 다들 화를 내던데, 화내시지 않을거죠???? 님의 유머감각이 한껏 발휘된 댓글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적립금 많이 받으시길 빌께요 화이팅.

진진 2005-02-28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낸적은 없었던것 같고..그 사실을 깜쪽같이 잊고 산적은 있습니다. ㅎㅎ 뭐든 비슷한건 반가운 일이죱. 네 적립금으로 꼭 집 사겠습니당.
 

1. 64
프로이드적인 의미에서 즉 정통 심리학에서 나르시시즘은 '자기 도취'를 의미한다. 그러나 개인 심리학이 아니라 오늘날의 사회와 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지배적 요소로서의 나르시시즘은 '자기 도취'가 아니라 '타인 의존'이다: "나릇시스트는 승화에 대한 능력이 결핍되어 있다. 그 결과 그는 남들로부터의 끊임없는 인정과 찬사를 고취시키기 위하여 다른 사람들에게 의존한다."(크리스토퍼 라쉬 '나르시시즘의 문화' p60) "나르시시스트는 패배자로 낙인찍히는 것이 두려워서 '승자들'을 존경하고 그들과 동일시하게 된다. 그들은 승자들이 반사하는 열기로 자신의 몸을 덥히려고 한다."(p110) "나르시시스트는 내적으로 축적된 자질을 별로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자아 의식에 대한 정당성을 불어넣기 위하여 다른 사람들에게 눈을 돌린다."(p249) 저자의 유다른 해석에 의하자면, 현대의 나르시시스트에게는 자아 이상에 필요한 건강한 '자기 도취'의 통로가 막혀 있는 대신, 자의식에 찬 '타인 의존'의 가능성만이 열려져 있다.

2. 67
원재길의 '오해'를 읽고
권태기의 "해결책은 환경을 바꾸는 데 있다"는 것을 깨달은 두 사람은, 연애 시절을 더듬은 끝에 "좋았던 지난 시절에는 하나같이 배경에 자연이 자리하고 있었다"는 것에 서로 동의하고 강뫼마을로 이사를 결정한다.
...
루소의 예가 보여주는 것처럼 자연 속으로 은거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내면은, 한마디로 인간에 대한 진실된 애정 부재와 불성실한 사회관계를 표상하고 있다. '오해'의 주인공들이 그러하다.
...
한영섭 강유정 부부가 서울을 떠나 강뫼마을로 가기로 쉽게 합의한 것은 그러므로 결혼생활의 권태 때문이 아니라, 두 사람이 공히 나누고 있는 개인주의적 성격 때문이다.

3. 77
헨리 밀러의 '속 북회귀선'을 읽고
헨리 밀러의 소설을 읽다 보면 그가 너무나 진솔하게 자신을 고백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순간 독자의 마음이 순정해지는 순간을 만난다. 현대 소설을 많이 읽은 독자라면 현대 작가의 작품으로부터 이런 순백한 경험을 맛보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데, 크리스토퍼 라쉬에 의하면 현대 작가들이 사용하고 있는 고백조 문학은 그들의 기억을 통해(역사감, 시간적 깊이) 작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의 관심을 끌 만한 것을 폭로하는데 의존하며(순간적, 현재적) 그나마 농담, 조롱, 냉소 등등의 기술을 사용해 저자는 자기 자신의 목소리로 말하지만 그것이 진실인지에 대해서는 나도 알 수 없다는 기만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한다. 그럴 때 현대의 고백적인 작품은 박고백으로 타락한다. 적어도 헨리 밀러는 그런 잔꾀를 모른다: "내가 원하는 것은 개방하는 거야. 내 안에 무엇이 있는가를 알고 싶을 뿐이야. 나는 모든 사람이 개방하는 것을 원해. 나는 지구를 개방하기 위해서,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의아해 하면서, 손에 깡통의 따는 것을 가지고 있는 저능아와 비슷한 셈이야."
...
책들은 쌓여 있고 그것들은 서로 연결되기를 기다린다. 다른 사람들도 그렇겠지만 나 역시 서로 비슷한 주제의 두 권의 책이나 아니면 아주 다른 개성을 가진 두 권의 책을 한꺼번에 읽는데, 그것들을 결정하는 과학적인 기준은 없다.

4. 81
F.S 피츠제럴드의 '밤은 부드러워'를 읽고
1924년 '재즈의 시대', 피츠제럴드는 그 시대의 모든 미국 예술가들이 꿈꾸었던 파리로 날아갔고, 스물아홉이 되던 그 이듬해 사계의 절찬을 받은 '위대한 개츠비'를 썼다. 그러나 그는 파리 체류 7년 동안 아무것도 더 건진 게 없었다. 그래서 스스로 "낭비와 비극의 7년간"이라고 말했다. '밤은 부드러워'는 행복하지 못했던 자신의 결혼 생활과 방탕했던 파리 생활을 청산하고, 재기를 위해 내놓은 회심작이었으나 그 결과는 썩 만족스럽지 못하다.

5. 115
류환의 '상자 속의 생'을 읽고
특별한 직종과 특별난 경험을 가진 문인들의 글쓰기가 늘어나면서 독자들이 얻는 즐거움의 크기도 커진다. 그러나 글쓰기의 동력이 체험의 문자적 번안에만 주력될 때 오히려 소설의 크기는 줄어든다. 류환의 이 소설은 그런 일장일단을 가지고 있다.

6. 148
원재길의 '별똥별'을 읽고
평범하게 살기를 단연코 거부했던 한 남자의 이야기다.
...
우리는 모두 특별난 존재가 되고 싶다. 누구도 평범한 사람이 되고 싶어하지 않는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그 흔한 욕망을 우리는 일요일에 방영되는 전국노래자랑 시간에 실컷 보게 된다. 어색한 음정 박자에 설익은 춤이지만 어쨌든 튀려고 하는 출연자들, 그 안간힘을 보면서, 눈물이 그렁해지도록 웃으면서, 우리는 무언가에 들킨다. 딱히 저런 방식으로는 아니었지만 나 역시 특별난 인간이 되고 싶었던 건 사실이야!

7. 158
시나리오 작가 김대우씨가 자신의 첫 장편 소설의 원고를 보여주다. 가제는 '비만의 도서관'
...
작가의 등단은 충격적이고 화려한 게 좋다는 생각에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문학상 공모를 권해 보았으나 정작 그는 자신의 원작으로 영화 연출을 하겠다는 또 다른 욕심이 우선이라 아무데서나 빨리 출간할 수 있기를 원한다. 여러 출판사를 생각한 끝에 민음사의 이영준형에게 원고를 보이기로 마음먹다.

8. 197,198
파리라고 해서 특별난 것은 없다. 내가 대구와 여러 도시들 예컨대 서울이나 제주에서 살았던 방식 그대로를 살려고 한다. 제일 먼저 책으로 병풍을 치는 일, 오디오를 마련하는 일. 이제 겨우 내 얼음집을 다 지었다...... 나는 에스키모다. 그들은 적도에 가서도 얼음을 구해 이글루를 짓고 그 안에 들어가 있으려 할 것이기 때문에......
작년에 처음 파리에 와서 '해바라기'라는 희곡과 오늘 이야기 될 소설을 구상하기는 했지만 여기서 쓴 건 아니다. 그래서 그 국제적 감각이란 걸 느껴 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나보코브와 포우, 그리고 에밀 졸라의 소설을 이곳에서 다시 읽거나 돌이켜 기억하면서 창작가로서보다 독서가로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예를 들어 이곳의 십대들을 보지 않고서는 열다섯 살의 양녀를 사랑하는 '로리타' 속의 험버트가 소아애자로 보이겠지만 신체적으로 너무나 잘 발육해 버린 이곳의 십대들을 볼 때, 변태라서가 아니라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몇 백 년 전부터 형성되었다는 이곳의 꽉 닫힌 아파트 구조를 볼 때 포우나 크리스티 같은 추리 소설 작가들이 왜 밀실 살인에 대해 강박적으로 써 댔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가 사는 가옥의 구조를 생각하면서 에밀 졸라의 '살림'을 읽는 느낌이란......

9. 228
독서는 쾌락이라고 말해 온 나는 저자의 다음과 같은 말에 동의한다: "독서는 유별나게 고독한 작업이다. 서적을 읽는 인간은 말하지 않고 행동하지 않고, 자기의 동족들로부터 몸을 빼어, 자기를 둘러싼 세계로부터 고립한다."(에스카르피 '문학의 사회학' p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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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
<대답은 잘해야 한다>

⊙그 남자
 
어제 알아챘어야 했어요.
아니, 생전 그런 소리를 안 하는 앤데
어제 따라 이상~하게 코맹맹이 소리로 그러더라구요.
"염색을 할까 말까? 하면 어떤 색으로 하는 게 제일 예쁠까?"
뭐 그런 거요.

그럴 땐 대답 잘해야 하는 거 아시죠?

무심코
"너무 요란하게는 하지 마."
뭐 그런 식으로 대답했다간, 보수주의자로 몰리기 딱 좋구요.

"그래, 염색하면 예쁘겠다~"
그렇게 쉽게 대답했다간
"그럼 지금까진 머리색이 마음에 안 들었어?"
그렇게 되면
당분간 인생이 아주 피곤해지는 거죠.

그래서 전 그녀가 원하는 대답을 해줬어요.
"아유~ 넌 뭘 해도 예뻐!"

물론 백 퍼센트 거짓말은 아니죠.
솔직히 인간인 이상! 어떻게 뭘 해도 예쁘겠어요?

아니~ 내가 왜 이렇게 흥분했냐 하면
세상에, 머리카락을 피 색깔로 물들였더라구요.
자기는 와인색이라는데 누가 봐도 그건 피 색깔이죠!

아까 벤치에 앉아 있을 때
자기 딴엔 다정하게 나한테 머리를 기대는데
어우~ 소름이 쭈왁!

얘는 자꾸 예쁘냐고 묻지,
나는 볼 때마다 소름 끼쳐 죽겠지.

아~ 어떡하죠?
다시 까맣게 염색하라고 하면 완전히 삐칠 텐데
뭐 좋은 방법 없을까요?


⊙그 여자

히히, 이젠
가죽 바지만 사면 돼요.

해 보고 싶었는데, 못해 본거
절대 못해 볼것 같던 게
딱 두 개 있었거든요.

와인색으로 머리카락을 염색하는 거
그리고
몸에 딱 맞는 가죽 바지 입어 보는 거.

그딴 걸 왜 하고 싶냐고 물어 보면
글쎄요.. 나도 할 말은 없어요.
내 안에 또 다른 내가 있는 건지
아니면 원래 내가 그런 앤지..

어쩌면
확인하고 싶었는지도 모르죠.
그 사람이 나를 사랑하느 ㄴ이유가
까맣고 치렁치렁한
내 머리카락이 아니라는 걸..

염색을 하고 난 뒤 거울을 봤어요.
근데 솔직히 좀 무섭더라구요.
그래도 그 사람은 예쁘다고 하던데요?
그 말 듣고 나서 다시 거울 보니까
뭐 또 괜ㅊ낳은 것 같기도 하구..

내 어떤 모습도 사랑해 주는 사람.
그런 사람이 있다는 건
정말 신나는 일이에요.

내일은
같이 가죽 바지 사러 가자고 해야지. 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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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모음>
바빌론의 탑
★이해
영으로 나누면
네 인생의 이야기
일흔두 글자
인류 과학의 진화
지옥은 신의 부재
외보 지상주의에 관한 소고: 다큐멘터리

이해
1. 59
계속 이런 식으로 놀라워하게 되는 것일까? 예의 악몽이 사라지고 마음 편히 지낼 수 있게 된 이래 내가 처음으로 깨달을 것은 독서 속도와 이해력이 향상되었다는 사실이었다. 언젠가는 읽을 생각으로 책장에 꽂아 두긴 했지만 시간이 나지 않아 방치해 두었던 책들을 실제로 읽을 수가 있었던 것이다. 난해한 기술 서적까지 말이다. 대학 시절 이미 나는 내가 흥미를 느끼는 모든 분야를 공부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그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자 마음이 부풀었다. 다음날 책을 안아름 안고 집에 돌아왔을 때는 한껏 들뜬 상태였다. 그리고 방금 동시에 두 가지 일에 마음을 집중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2. 67
무엇을 관찰해도 나는 패턴들을 본다. 수학, 과학, 예술과 음악, 심리학과 사회학을 망라하는 모든 학문에서 게슈탈트를, 음표들 속에 존재하는 멜로디를 보는 것이다. 텍스트를 읽어 보면 저자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관련성을 찾아 장님이 앞을 더듬듯이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힘겹게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밖에는 받지 않는다. 마치 음악을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바흐 소나타의 악보를 들여다보며 어느 음표가 어느 음표로 이어지는지를 설명하려고 하는 사람들처럼.

3. 77
사회의 평범한 패턴들은 내가 아무 노력도 하지 않아도 자연히 드러난다. 거리를 걸으며 사람들이 용무를 처리하기 위해 돌아다니는 것을 보면, 그들이 단 한마디의 말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배후에 깔린의미를 뚜렷하게 알 수 있다. 부근을 산책하는 젊은 커플의 경우에는 한 쪽의 경애가 상대방의 묵인에 부딪혀 되튕겨 나오고 있다. 어떤 비즈니스맨에게서 깜박거리던 불안이 고정된다. 그는 자기 상사를 두려워하고 있으며, 아까 자신이 내렸던 결정에 의문을 느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어떤 여자는 짐짓 세련된 분위기를 몸에 두르고 있지만, 진짜로 세련된 여자가 옆을 지나가자 허상이 벗겨지고 만다.
어떤 인간이 수행하는 역할은 당연히 그보다 훨씬 더 성숙한 인간에 의해서만 인식된다. 내 눈에 이들은 놀이터에서 노는 어린애들처럼 보인다. 나는 그들의 진지함을 재미있어 하고, 나도 과거에는 이들과 똑같이 행동했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창피함을 느낀다. 그들의 활동은 그들 입장에서 볼 때는 적절한 것이지만, 나는 이제 도저히 그런 일에 참여할 수가 없다. 성인이 되었을 때 나는 유치한 일들과는 인연을 끊었다. 이제 보통 인간들의 세계에 대한 접촉은 오로지 나의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부분에만 한정시킬 생각이다.

영으로 나누면
4. 119
칼이 레네를 처음 만난 것은 대학 동료가 주최한 파티에서였다. 칼은 레네의 얼굴에 매료당했다. 놀랄 정도로 평이한 데다가 언제나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듯했지만, 파티에서 그는 그녀가 미소 짓는 것을 두 번, 찡그리는 것을 한 번 보았다. 그럴 때마다 레네의 이목구비 전체가 마치 다른 표정은 아예 모른다는 듯 완전히 돌변하는 것을 보고 칼은 깜짝 놀랐다. 평소에 자주 미소 짓거나, 자주 찌푸리는 얼굴이라면 설령 주름이 없다고 해도 금세 알아볼 수 있는 법이다. 저토록 깊이가 있는 표정을 지을 수 있으면서 왜 평소에는 그것을 전혀 밖으로 드러내지 않는 것일까.
레네를 이해하고 그 표정을 읽을 수 있게 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충분히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었다.

일흔두 글자
5. 222
극히 미세한 정자인간 호뭉쿨루스들로 이루어진 거품이었던 것이다. 호뭉쿨루스의 몸은 투명했지만, 전체적으로는 둥그런 머리와 머리카락 같은 팔다리가 서로 들러붙어 희끄무레하고 조밀한 거품을 이루고 있었다.
"병 속에 사정한 다음에 정액을 데웠어?"
"모든 건 균형을 얼마나 잘 잡느냐에 달렸어. 물론 정확한 온도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것들을 자라게 하려면 정확하게 배합된 영양분을 공급해야 해. 너무 엷으면 배를 곯고, 너무 진하면 필요 이상으로 활발해져서 서로 싸우기 시작하거든."

창작노트
6. 395
소설에서 우리가 가장 높이 평가하는 요소 중 하나로 놀라운 동시에 불가피한 결말이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기계 디자인의 우수함, 이를테면 매우 정교하면서도 극히 자연스러운 발명품 따위를 논할 때도 들어맞는 표현이다. 물론 우리는 이런 것들이 정말로 필연의 산물은 아니며, 그것들을 일시적으로라도 그렇게 보이도록 만드는 것은 인간의 창의력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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