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의자 위에도 쌓이고
마룻바닥에도 널렸어요
엘리자베스 브라운이 책을 읽고 읽고 또 읽어 대자
책 무게에 책장이 부러져 버렸어요

책은 현관 기둥을 따라 높이 쌓이다가
마침내 커다란 현관문까지 막아버렸어요.
엘리자베스 브라운은 책을 단 한 권도 더 사들일 수 없는
가슴 아픈 사실을 현실로 받아들여야만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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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
취재편집을 하는 기자들로 가득한 편집부의 풍경은 내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편집부 선배들은 필자와 통화하고 디자인부에 원고들을 넘기느라 매우 분주했지만, 일단 교정지에 코를 박으면 옆에서 불러도 잘 모를 정도로 깊이 빠져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대화중에 온갖 책들의 문구들을 줄줄이 인용하는 것이었다. 수습사원인 나는 취재, 교정일을 배우는 것도 벅찼지만 선배들이 언급하는 책들을 읽어내느라고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 책들이야말로 소위 문화예술계로 진입하는 야곱의 사다리인 것처럼 나는 읽고 또 읽었다. 아, 나는 왜 이리 무식하단 말인가! 어떨 땐 부끄러워서 그들 앞에서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2. 22
귀가하면 선배들이 언급했던 책들, 특히 동서양의 고전들을 읽어내는라 잠을 설치곤 했다. 대단한 교양을 기른다는 생각보다 선배들과 필자 선생들의 말귀를 잘 알아듣겠다는 욕심에서였다.

3. 24
독자에게 책이 지닌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 중 광고문안 쓰기를 통해 대중적인 감각을 익혔다. 호기심을 자아내는 리드 문안, 여운을 남기는 바디 문안, 간결하고도 핵심을 찌르는 문안을 쓰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하였다.

4. 33
출판사에 근무하다 보면 단순히 업무량이 많다거나 혹은 대우가 좋지 않다고 말하는 것 이상으로 존재의 결핍감을 느끼는 순간이 반드시 온다. 내부 충전이 없는 상태에서 많이 소모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그럴 때 쉴 수 없다면, 방법적으로 곧장 전직을 생각하게 된다. 좀더 다른 환경에서 새롭게 일하고 싶다는 욕구가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편집자들은 자기만의 독특한 휴식 혹은 여가선용 방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 일테면 일주일에 반드시 영화 한 편은 본다, 음악을 듣는다, 혹은 산에 오른다 등등의 취미생활을 통해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다음 편집일을 할 수 있도록 자신을 컨트롤해야 한다.
 어쨌든 나는 자신을 컨트롤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을 찾지 못해 전직을 했다. 또 더 좋은 조건의 전직 제의도 그 한 이유였다.

5. 41
- 질 데이비스 '편집자의 일' -
책 출판은 '마술'이 아니다. 흔히 사람들은 책을 출간하는 결정을 신비롭고 감히 도달할 수 없는 그 무엇(행운, 경이로운 판단력, 재능)의 결과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운도 따라야 하고 이성적이면서 냉철한 판단력도 필요하다. 그러나 실제로는 항상 효율성과 합리성을 지향하며, 보다 나은 커뮤니케이션을 주도하려고 노력할 때 비로소 출판인으로서 성공할 수 있다.

6. 72
주파수는 달라도 모든 세상 읽기에 반드시 요청되는 것이 있으니, 그건 바로 '균형감각'이다. 어느 정도 균형감각이 필요하냐고 묻는다면 '실패하지 않을 정도의 균형감각'이라고 답하겠다.

7. 73
출판기획의 기술이 있다면 '미세조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 출판기획, 편집을 지망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나는 저 사람이 미세조정을 잘할 수 있겠는가 없겠는가를 제일 먼저 본다. 편집자의 자질은 미세조정 능력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기획의 일관성 또한 이 미세조정에서 온다. 본문 글자 크기의 한두 포인트 차이에서, 서체의 굵고 가늘기의 차이에서, 먹 농도의 10퍼센트와 20퍼센트의 차이에서 기획은 달라진다. 과장이 아니다. 글씨 급수가 바뀌면 그 책의 성격 또한 연동하여 바뀌는 것이다.

8. 77
나는 내가 만든 책 가운데 '예술가로 산다는 것(박영택 지음, 마음산책)'을 성공한 사례로 들고 싶다. 저자의 역량과 성실성, 편집의 기능, 주제의 깊이가 비교적 균형 잡혀 구현된 사례로 들고 싶은 것이다.

9. 83
- 조우석, 중앙일보 -
산다는 일에 조금은 지쳤거나 왠지 심드렁해진 사람들이라면 '예술가로 산다는 것'을 읽어볼 필요가 있을 듯싶다. 저자의 말대로 지독한 가난과 궁핍을 자청해 '소신 공양하듯' 미술행위에 매달리고 있는 이 시대의 미술가 열 명의 삶은 그토록 절실하게 묘사된다.

10. 108
편집자의 삶에서 희열이란 자신이 의도한 기획이 성공했을 때 나오는 것이다. 그것의 일차적인 평가는 저자다. 그 다음에 더 무서운 평가자가 기다리고 있는데 바로 독자다. 그렇다고 편집자가 그 평가에 계속 연연해할 필요는 없다. 그런 것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출판일에 흥미가 식는다. 편집자의 덕목은 '열정을 갖고 기획'하는 것, 바로 그것이다.

11. 111
- '혼의 전사'라고 불리는 일본의 전설적인 편집자 겐조 도루 -
작가는 자신의 내부에서 스며나오는 어쩔 수 없는 마음을 쓰는 겁니다. 그런 사람의 이상한 구석이 내게는 전혀 없었어요. 비뚤어져도 남보다 못해도 좋으니까 자신의 고유의 세계를 만드는 사람이 진짜입니다. 나는 가짜입니다. 하지만 가짜에는 가짜의 영광도 있습니다. 진짜들을 프로듀스하는 행위죠. 그것은 표현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여러 가지 작용을 합니다. 작가가 고통으로 짜낼 작품에 자극을 주고, 끊이지 않는 폭주를 위해 보조선을 그어주는 것입니다. 작가로써는 가짜인 나라도 프로듀서로서는 진짜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12. 113
편집자가 기획을 성공시키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할까.
1. 세상과 삶의 여러 가지 양태에 대해 왕성한 탐구 정신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2. 지혜로워야 한다.
3. 열정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4. 감동 마케터가 되어야 한다.

13. 122
- 겐조 도루 -
전혀 빈틈없는 사람은 편집자가 될 수 없습니다. 작가의 무의식에 있는 것, 엉켜 있는 것을 언어로 만들어내도록 해야 합니다. 마음의 찢어진 상처를 안고 그것을 도려내듯 쓰도록 해야 합니다. 편집자는 그 정신을 상품으로 만들어야 하는 행위에 열중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인생 전체를 건 언어가 상대의 가슴에 닿지 않으면 편집자로서 자격이 없는 것입니다. 자기 자신에게 그 부담을 계속 주는 것은 매우 피곤한 일이지만요.

14. 143
- 조셉 골드스타인 '비블리오테라피' -
당신이 정말 재미있는 책을 읽고 있고 책 속의 체험에 몰입하고 있다면 먼저 당신 몸이 그것을 말해준다. 가령 두근거리는 가슴, 땀에 젖은 손바닥, 느긋하고 평온한 호흡 등의 신체적 표시는 당신이 책속에 몰입하여 느끼는 감정을 말해주는 것이다. 이러한 정서는 공포, 분노, 흥미, 즐거움, 수치심, 슬픔 등 당신이 실제생활에서 체험하는 것과 똑같은 정서다. 놀랍게도 당신은 책 위로 눈동자를 굴리는 동작만으로도 체험을 '실감'하는 것이다.
 재미있는 소설책에 몰두하다 보면 우리의 실제 세상은 소설 속의 세상보다 덜 리얼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왜 그런가 하면 책이 우리의 '진정한' 느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마치 읽을 시간만 있으면 금방 돌아갈 수 있는 또 다른 생활, 또 다른 마법의 장소를 확보한듯 느껴진다. 독서가 이런 힘을 발휘하기 때문에 소설은 종종 마법의 양탄자, 도피수단, 정신적 여행으로 불린다.

15. 147
최고의 기술은 '책이 독자에게 말을 건네는 느낌'을 주게 만드는데 있다. 책을 사기 전에 독자로 하여금 "이 책을 안 사면 내가 손해지" "이 작가의 글이 내 일상의 빛깔을 바꾸어줄 거야" 하는 환상을 심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책을 읽고 난 후 독자에게 현실의 어떤 것을 환기시키거나 변화시킬 수 있다면 편집자의 꿈은 현실화되는 것이리라.

16. 154
- 조은 '벼랑에서 살다'라는 책이 만들어진 과정 -
 마침내 시인은 나의 청탁을 수락했고 한겨울에 문을 걸어잠그고 전화선을 빼놓은 채 원고쓰기에 전력을 다했다. 그동안 나는 물론 지인들도 그를 만날 수가 없었다. 어느 날 드디어 원고를 들고 시인이 출판사에 나타났다. "바위에서 물 한 방울 짜내는 심정으로 힘겹게 썼다"고 말하는 시인의 얼굴에는 피곤함이 묻어났다. 작가, 시인에 기대어 작업을 하는 편집자로서는 무엇보다도 이 순간이 가장 미안하게 느껴지는 때다.
 600장의 원고는 그야말로 말의 의미 그대로 단숨에 읽혔다. 시인의 산문답게 치열했고, 마치 한 편 한 편의 시처럼 단단했다. 좋은 원고를 받아든 당시의 기쁨은 지금까지도 생생하다.

17. 225
보도자료를 작성하는 문제에 대해 상술하자면 우선 무엇보다도 기자들은 이런 보도자료를 그 누구보다도 많이 받는 사람임을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자사의 책에 도취된 편집자의 광고문안에 가까운 보도자료는 환영받지 못한다. 보도자료에는 무엇보다도 정확한 사실들이 기록되어 있어야 한다. 그 사실들을 숫자로 계량화할 수 있다면 더욱 좋다. 가령 '유럽 등 세계 31개국에서 번역된, 저자의 세번째 저작. 두번째 저작 이후 5년의 집필 기간을 통해 생산된, 원고지 2,000장의 역작' 등등의 표현이다. 또 그 사실들을 바탕으로 그 책의 차별성을 강조해야 한다. 한편으로 사진자료나 알기 쉬운 도판 등을 활용하거나 저자와 인터뷰가 가능한지 여부 등을 상세히 알려주는 것이 좋다.

18. 235
혼이 있는 홍보물, 마케팅의 중요성을 강조했거니와 어떤 출판사의 브랜드를 떠올릴 때 혼이 있는, 즉 영혼이 들어가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면 그 출판사는 결코 독자들에게 외면받지 않을 것이다. 이런 출판사가 하는 홍보라면 먼저 독자들이 신뢰로 대해줄 것이다. 출판사에 영혼이 있다 함은 무엇일까. 그건 '출판 정신'이 분명하게 존재한다는 것이다. 당대의 트렌드에 혼이 빠져, 정신없이 쫓아가며 출판하는 것이 아니라 한 출판사의 인적 구성원들이 출판사의 출판정신에 동의하고 결정하여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19. 256
출판사에 입사하고자 하는 사람들 가운데는 그 출판사에서 나온 책들을 보고, 그 책들과 함께 성장한 세대가 많다. 따라서 한 권의 책을 낼 때에도 신중히, 이 책이 우리 출판사의 목록에 있어야 할 이유에 대해서 숙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브랜드의 가치가 CEO의 몫이라는 점도 더 부연 설명할 필요는 없으리라. 최고 경영자가 결국 그 브랜드의 가치를 담보해야 한다는 말이니까.

20. 260
 편집자는 저자가 아니다. 그렇다면 편집자는 관리자인가? 그렇지도 않다. 편집자는 출판경영자(시장을 인식한다는 점에서)이며, 출판영업자(독자에게 팔아야 한다는 점에서)이고, 또 독자(원고를 평가한다는 점에서)이며, 그 모든 것이다. 편집자의 정체성은 그 스스로가 자신의 존재감을 찾아내려는 노력 가운데 발생한다. 마치 비온 뒤 잠시 나온 무지개처럼.
 편집자는 독특한 잡식성의 동물이다. 뭐든지 취하지만 결국 자신만의 취향에 몰두하니까. 새삼 편집광적인 자질을 가진 사람이 명편집자가 된다는 식의 말은 하고 싶지 않다. 지적인 호기심과 창의력, 편집적인 몰입과 추구 등등이 편집자에게 요구되는 자질인 것만은 분명하다.

21. 276
- 천정환 '근대의 책읽기' -
독자께서는 어떤 연유로 책을 읽으시는지? '직업적으로 어쩔 수 없이' '버릇이 되었기 때문에' '누군가의 강요로'라면 유감스럽게도 틀림없이 근대인이며, '그냥 재미있으니까' '진짜 좋아해서'라면 심각한 중독자일 가능성이 높다.

22. 282
후배나 동료 사이에서 인간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는 일은 매우 어렵다고 미리 생각하는 것이 좋다. 나는 항상 '일을 사이에 두지 않으면 대부분 사람들은 서로를 좋게 평가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일 때문에 상대방을 자극하는 말을 해야 하고 싸우기까지 한다. 그러나 의미 있는 일을 하기 위해서 서로 격론이 이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불가피하다. 논쟁이 두려워 일을 두고 적당히 타협하면 언젠가는 후회할 일이 생기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과 일을 할 경우, '편안하다'가 아니라 '의미 있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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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53
사이에 있는 것들, 쉽게 바뀌는 것들, 덧없이 사라지는 것들이 여전히 내 마음을 잡아끈다. 내게도 꿈이라는 게 몇 개 있다. 그 중 하나는 마음을 잡아끄는 그 절실함을 문장으로 옮기는 일. 쓸데없다고 핀잔준다 해도 내 쓸모란 바로 거기에 있는 걸 어떡하나.

2. 54
나는 진짜 글쓰는 재능이 풍부했다기보다는 시간이 너무 많았다. 상대적으로 짧은 군복무를 마치고 대학에 복학하고 나니 아는 친구들이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불행한 일은 내게 아무런 목표도 없었다는 점. 취직할 생각은 애당초 없었고 그렇다고 딱히 소설가가 되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일주일에 몇 시간 되지 않는 학교 수업을 마치고 나면 할 일이 없었다. 만약 주변에 마리화나라도 있었으면 그걸 피우면서 시간을 보냈을 텐데, 손 닿는 곳에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낡은 286컴퓨터뿐이었다.
 정릉 산꼭대기에 있던 자취방은 책받침만한 들창으로 보이는 교회의 십자가를 제외하면 아무런 풍경도 가지지 못한, 가난한 곳이었다. 찾아오는 사람도 없는 그곳에서 나는 한국어 멘트가 나오지 않는 AFKN FM을 하루종일 틀어놓고 자판을 두들기며 소설을 썼다. 왜 시간을 보내는 다양한 방법이 있지 않은가? 입대하기 전에는 하루하루가 너무 지겨워 성북동에서 압구정동까지 걸어갔다가 해가 떨어져 다시 버스를 타고 돌아온 적도 있었다. 방위 시절에는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토마스 만의 '마의 산'을 컴퓨터에다 하염없이 입력한 적도 있었다. 내가 뭔가를 쓰게 됐다면 그와 비슷한 이유 때문이었다. 결론적으로 보자면 20대 초반의 나는 시간의 흐름을 견딜 만큼 강한 몸을 지니지 못했다. 그런 이유가 왜 이런 결과로 이어지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그래서 나는 소설가가 됐다.

3. 59
오만한 반 다인이나 똑똑한 에코와 톨킨을 제외하면, 누군가 어느 날 갑자기 소설을 쓰기로 결심하고 한쪽 구석에 앉아 글을 써내려가는 장면을 상상할 때 어떤 애잔함 같은 것을 떨칠 수가 없다. 누군가 그런 소설을 가리켜 '키친 테이블 노블'이라고 말했다. 식탁에 앉아서 쓰는 소설이라는 뜻인데, 전문적인 소설가가 아니라 일반인의 처지에서 쓴 소설이 크게 인정받았을 때 붙이는 이름인 듯하다.
 키친 테이블 노블이라는 게 있다면, 세상의 모든 키친 테이블 노블은 애잔하기 그지없다. 어떤 경우에도 그 소설은 전적으로 자신을 위해 씌어지는 소설이기 때문이다. 스탠드를 밝히고 노트를 꺼내 뭔가를 한없이 긁적여 나간다고 해서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런데도 어떤 사람들은 직장에서 돌아와 뭔가를 한없이 긁적이는 것이다. 그리고 이상한 일이지만 긁적이는 동안, 자기 자신이 치유받는다. 그들의 작품에 열광한 수많은 독자들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키친 테이블 노블이 실제로 하는 일은 그 글을 쓰는 사람을 치유하는 일이다.

4. 65
'내가 왜 글을 써야만 하는가' ... 등단했다고 금배지를 달아주는 것도 아닌 바에야 문학인의 명예라는 건 불멸과 관련한 것이다. 내가 죽고 난 뒤에도 내 작품이 영원히 남아 사람들에게 읽히는 것. 그런데 이건 근본적으로 내 폐쇄적인 성격과 어울리지 않았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었기 때문에 처음 나는 글을 긁적이기 시작했다. 글쓰는 일이 영화감독처럼 다른 스태프와 함께 일해야만 하는 작업이었다면 나는 퍼즐왕이나 등대지기가 됐을 것이다.

5. 66
1999년쯤이었다. 그 즈음 나는 내게 돈도 명예도 가져다주지 않을 것이며, 그렇다고 해서 사회나 문학을 쇄신하는 사상이 담기지도 않을 게 분명한 장편소설을 쓰고 있었다. 퇴근한 뒤, 11시부터 새벽 2시까지 매일 써내려갔다.
그렇게 한 달 정도 썼을 때쯤이었다. 컴퓨터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들었더니 밤하늘이 보였다. 문득, 고독해졌다. '나는 지금 소설을 쓰고 있다.' 오직 그 문장에만 해당하는 일을 나는 하고 있었다. 그 소설이 어떤 평가를 받을지, 그 소설로 인해 내 삶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지, 그런 생각은 하나도 들지 않았다. 그저 '나는 지금 소설을 쓰고 있다.' 그 문장뿐이었다. 그리고 그때까지 살아오면서 받았던 모든 상처는 치유됐다.

6. 80
 할 일이 많지 않았으므로 나는 하루종일 뒹굴뒹굴 책이나 읽으면서 보내는 일이 많았다. 손에 잡히는 대로 책을 읽었다. 책을 읽다보면 하루가 저물었다. 아무리 책을 천천히 읽어도 언제나 시간이 남았다. 그렇게 느릿느릿 책을 읽었는데도, 그렇게 많은 책을 읽었는데도 창 밖을 보면 아직 해가 저물지 않았으니 그게 너무나 신기했다. 그 당시에도 신기했고 지금도 신기하기만 하다. 흐르지 않는다면 세월이야 흐르지 않아도 좋다는 생각으로 하루종일 시간을 두고 책을 읽기만 했었다.
 그 시를 읽은 것도 그 즈음의 일이다. 책을 펼치고 읽다가 가슴 한쪽이 쿵 하고 내려앉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간담이 서늘하다는 표현은 바로 그런 경우에 쓰는 것이리라.

그대는 보지 못하는가
황하의 물이 하늘에서 내려와서
흘러서 바다로 가서는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 것을
그대는 보지 못하는가
높다란 마루에서 거울을 보고 백발을 슬퍼하는 것을
아침에 푸른 실 같던 머리가 저녁에 눈처럼 된 것을
- 이백 '장진주' -

7. 93
 나는 밤을 사랑한다. 밤은 천 개의 눈을 가진 검은 얼굴을 지녔다. 높은 곳에서 바라보면 그 눈들은 저마다 빛을 낸다. 그 빛 속 하나하나에 그대들이 있다. 외로운 그대들, 저마다 멀리 떨어진 불빛처럼 멀리서 흔들린다. 문득 바람이 그대 창으로 부는가, 그런 걱정이 든다. 하지만 그건 멀리 있기 때문에 흔들리는 빛이다. 한때 우리는 너무나 가까웠으나, 그리하여 조금의 흔들림도 상상할 수 없었지만......
 밤의 얼굴에다 대고 나는 입김을 분다. 내 깊은 숨들이 조금씩 어둠의 물결 속으로 풀려나간다. 이제 나는 점점 줄어든다. 이제 나는 점점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된다. 이제 나는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결코 채워지지 않는 밤으로 나는 스며든다. 그대를 생각하며 밤을 마주할 때, 나는 비밀이 된다. 무엇으로도 해독할 수 없는 암호가 된다.
 
8. 107
그런 한심한 꼴로 학교를 다니자니 늘 드는 생각이 내가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이 선택에 어떤 숙명 같은 게 있지 않겠는가 하는 체념이었다. 그게 아마도 이렇게 글을 쓰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일주일이면 거의 50매에 가까운 글을 쓰는 생활이 1995년부터 이어졌으니 숙명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런 숙명이 그토록 간단한 과정을 통해서 결정된다는 사실을 아직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진정 구르는 돌처럼 그렇게 굴러다니다가 낯선 곳에 머무르는 게 삶이란 말인가?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는데 내 마음에는 의문만 잔뜩 끼었다.

9. 109
자기가 뜻한 바대로 살아가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오늘은 거지에게 동전을 던지다가도 내일이면 그 거지의 자리를 지키고 앉아 구걸할지도 모르는 삶이다. 이건 내가 한 말이 아니고 밥 딜런이 그 노래에서 한 말이다. 자신이 뭔가 잘못된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면 의 배음을 지켜가는 알 쿠퍼의 오르간 소리에 가만히 귀를 기울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그런 자신이 어설프게만 느껴진다면 밥 딜런의 말처럼 '소리를 키우도록.' 때로 단순히 소리를 키우는 것만으로도 역사적인 음반에 참여한 역사적인 키보디스트가 탄생하기도 하니 말이다.

10. 110
나는 이안 와트의 '소설의 발생'을 공부하면서 소설에 대한 견해를 비로소 가질 수 있었다. 아마도 와트의 이 책이 아니었더라면 소설가가 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11. 124
 그 공허감이란 결국 새로 맞닥뜨려야만 하는 세계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도피해 들어가는 자폐의 세계였던 것이다. 번데기가 허물을 벗듯이, 새가 알을 깨듯이 우리는 자폐의 시간을 거쳐 새로운 세계 속으로 입문한다. 그 시간을 견디지 못하면 결국 그 세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된다.
 이제는 웬만한 일에는 놀라지도 않는 사람이 됐다. 내 생활을 뿌리째 흔드는 큰일이 벌어지지 않는 한, 그 무시무시한 공허 속으로 들어가고픈 욕구를 느끼지도 않을 것이다.

12. 132
다음날, 이삿짐 트럭을 타고 언덕길을 내려가면서 나는 그 언덕에서의 삶이 내겐 봄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꽃시절이 모두 지나고 나면 봄빛이 사라졌음을 알게 된다. 천만 조각 흩날리고 낙화도 바닥나면 우리가 살았던 곳이 과연 어디였는지 깨닫게 된다. 청춘은 그렇게 한두 조각 꽃잎을 떨구면서 가버렸다. 이미 져버린 꽃을 다시 살릴 수만 있다면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13. 141
청춘은 들고양이처럼 재빨리 지나가고 그 그림자는 오래도록 영혼에 그늘을 드리운다.

14. 164
때로 취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가 없는 것. 그게 바로 젊음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인생이란 취하고 또 취해 자고 일어났는데도 아직 해가 지지 않는 여름날 같은 것. 꿈꾸다 깨어나면 또 여기, 한 발자국도 벗어날 수 없는 곳.

15. 171
 시인이 됐다는 소식을 듣는 것은 생에 딱 한 번만 경험할 수 있는 일이다. 내 경험에 따르면 살아오면서 가장 기뻤던 순간이었다. 얼마나 좋았던지 그날 학교에 간 나는 학교 식당에서 밥을 먹다 말고 1분 정도 큰소리로 웃었다. 밥을 먹던 아이들이 모두 나를 돌아봤는데, 그들의 얼굴을 바라보며 더 크게 웃었다. 나는 이제부터 시인이다. 보들레르 정도는 아니지만, 그 비슷한 것이라구. 짜식들아, 그게 뭔지 알아? 마음 같아서는 교내 곳곳에 설치된 스피커로 하루종일 떠들어대고 싶었다. ...
 그리고 그게 다였다. 왜 그런 것인지 지금도 이해할 수 없지만, 시인이 되어서 일어난 일은 그게 다였다. 학교 친구들은 내가 등단한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16. 177
 무슨 책을 그렇게 열심히 읽습니까? 라고 스님이 말했다. 나는 멋쩍은 표정으로 책 표지를 보여주며 랭보의 시집입니다, 라고 말했다. 잠시 입을 오물거리던 스님이 보리차를 한 잔 마시고 다시 말했다. 장차 시인이 될 생각인가요? 조만간 군인이 된다는 것은 확실했지만, 장차 뭐가 될지는 나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습니다, 라고 내가 말했다. 사실 시인이 되고 싶었던 것이다. 스님은 다시 입을 오물거리며 손을 크림빵으로 뻗었다. 나는 다시 랭보의 시로 눈을 떨궜다. 그때였다.
 10년 뒤에는 세상 모든 사람들이 아는 유명한 사람이 돼 있을겁니다. 열심히 하십시오.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스님이 그런 예언을 서슴없이 들려주고 있었다. 내 가슴은 쿵쾅거렸다.

17. 202
어둠을 똑바로 바라보지 않으면 그 어둠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 제 몸으로 어둠을 지나오지 않으면그 어둠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 어둡고 어두울 정도로 가장 깊은 어둠을 겪지 않으면 그 어둠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

18. 242
봄빛이 짙어지면 이슬이 무거워지는구나. 그렇구나. 이슬이 무거워 난초 이파리 지그시 고개를 수그리는구나. 누구도 그걸 막을 사람은 없구나. 삶이란 그런 것이구나. 그래서 어른들은 돌아가시고 아이들은 자라는구나. 다시 돌아갈 수 없으니까 온 곳을 하염없이 쳐다보는 것이구나. 울어도 좋고, 서러워해도 좋지만, 다시 돌아가겠다고 말해서는 안되는 게 삶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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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기 전, 귀찮은 일 한 가지를 정하라. 그리고 다음날 일어나자마자 그것을 해치워라. 벌써 한 가지를 해냈다는 성취감에 스스로 놀라게 될 것이며, 또 이를 통해 그날 하루 에너지와 활력을 얻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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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8
예술에서 말하는 유미주의, 탐미주의와 비슷한 맥락에서 유서주의, 탐서주의라는 말을 적용해도 좋을 듯하다. 그렇다면 탐서주의자는 '책의 소유를 삶의 유일지상의 목적으로 삼고, 책 내용보다는 책 자체를 중시하며, 책을 진과 선 위에 두는 사람'이 된다.
                                                                               
2. 41
이탈리아에서 폭넓은 인기를 누리는 작가로 주세페 폰티지아가 있다. 그의 집에는 복도나 침대 밑 등 구석구석마다 책이 넘쳐흘렀고, 소장한 책이 4만 권이 넘었다. 여간한 애서가라 해도 개인이 그 정도 수효의 책을 소장한다는 건 드문 일이다. 그의 독서 철학은 이른바 필독서나 추천 도서를 거부하고 각자 자유롭고 즐겁게 책을 읽자는 것이다. '배우기 위해, 즐거워지고 싶어서, 글을 쓰기 위해, 또는 연설을 하기 위해, 회상하기 위해 책을 읽지 말라. 아무런 목적 없이 독서를 해야 한다. 현재를 읽기 위해 지금 이 시간에 독서하라.'

3. 94
- 보들레르 시선 중 '허무의 맛' -
져서 지쳐빠진 정신아! 늙은 도둑인 너에게는,
사랑도 이제 말다툼처럼 아무 재미가 없다.
그러니 잘 가라, 나팔의 노래도 피리의 한숨도!
쾌락들아, 토라진 어두운 마음을 더 꼬드기지 말라!
근사한 봄이 제 향기를 잃었구나!

4. 121
- 미키 기요시 '독서론' -
책과 마주치는 기쁨은 사람과 마주칠 때의 기쁨과 똑같다. 독서의 기쁨은 해후의 기쁨이다. 그런데 모든 역사적 사건이 단순한 우연이 아닌 것 같이 독서에서의 해후도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해후란 말은 한편으로 어느 필연성을 뜻해야 한다. 완전히 우연하게 마주친 것 같지만 그것이 역시 필연이었다고 끄덕일 수 있는 것이 해후이기도 하다. 그것은 단순한 외적인 필연성이 아니라 오히려 내적인 필연성이다.
 이리하여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이 해후했고, 괴테와 실러도 해후했다. 독서에서도 똑같이, 혹은 스승으로서의 혹은 친구로서의 책과 해후하게 된다. 일생 이런 해후를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아무리 많은 책을 읽어도 결국 아무것도 안 읽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며 우리는 어떻게 그런 해후를 경험할 수 있을까? 스스로 구해야 한다. 구하는 것이 없는 자는 마주치는 일도 없을 것이다. 가령 마주친다 해도 그것임을 모르고 지나칠 것이다.

5. 135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어느 바보의 일생' 中
도쿄 간다의 어느 고서점 풍경의 일부 -

이윽고 날이 저물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는 열심히 책등에 박힌 글자를 더듬어나갔다. 거기에 죽 꽂혀 있는 것들은 책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세기말 그 자체였다. 니체, 베를렌, 공쿠르 형제, 도스토예프스키, 하우프트만, 플로베르...... 그는 어두컴컴함과 싸우면서 그들의 이름을 세어나갔다. 하지만 책들 스스로도 나른하고 울적한 그림자 속으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는 서양풍의 사닥다리를 내려오려고 했다. 그러자 마침 그의 이마 위에서 갓이 없는 전등 하나가 툭하고 불이 켜졌다. 그는 사닥다리 위에 멈춰 선 채로, 책들 사이에서 움직이고 있는 점원과 손님을 내려다보았다. 그들은 묘하게 작아 보였다. 뿐만 아니라 모두 초라해 보였다. '인생은 한 구절의 보들레르보다도 못하다.'

6. 145
- 보들레르 -
그대의 어깨를 눌러 땅바닥에 짓이기는 시간의 끔찍한 짐을 느끼지 않으려거든 쉼 없이 취하라. 무엇에 취하냐고? 술에든, 시에든, 미덕에든, 그대 마음대로. 다만 취해 있어라.

7. 163
아버지의 서가나 서재가 갖는 의미를 새삼 되새겨보면 이렇다. 우선 그것은 새롭고 넓고 다양한 지식의 세계로 들어가는 가장 가까운 관문 구실을 한다. 그리고 아버지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추억의 실마리가 되어준다. 마지막으로, 그것은 금단의 영역처럼 느껴지던 어른들의 세계로 간접적으로나마 첫 발을 내디뎌보는 연습을 할 수 있게 해준다. 가보지 못한 넓은 세상과 만날 수 있는 통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어디로든지 떠날 수 있는 마법의 창문,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위해 일단 의지해야할 거인의 어깨. 내 아버지의 서가가 그러했듯이 나의 서가도 아이에게 그런 곳이 될 수 있기를!
 그런데 나는 아직까지 어머니의 서가나 서재에서 큰 영향을 받았다는 사례를 접하지 못했다.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어머니의 서가나 서재가 있는 가정은 예나 지금이나 극히 드물 것이기 때문이다.

8. 190
독서와 공부, 나아가 어려운 처지를 극복하려는 노력을 권면하는 고사로 중국의 역사서 '진서'에 나오는 형창설안이 있다. 차윤은 어려서부터 책을 많이 읽었지만 가난하여 불밝힐 기름을 늘 얻지는 못했다. 그는 여름철이면 수십 마리의 반딧불이를 모아 그 불빛으로 책을 읽었다. 손강 역시 집안이 가난하여 기름을 얻을 수가 없어 겨울에 내린 눈에 비춰 책을 읽었다.
 반딧불이와 눈빛으로 책을 읽은 차윤과 손강의 시력이 나빠지지 않았을까 걱정되기도 한다. 평소 책을 많이 읽는 독서인이라면 책을 읽을 때의 조명에도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

9. 191
- 모티머 애들러 -
모든 책은 빛이다. 다만 그 빛의 밝기는 읽는 사람이 발견하는 만큼 밝아진다. 독자에 따라서 그것은 빛나는 태양일 수도, 암흑일 수도 있다.
               
10. 227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책을 소장하고 있는 개인은 5만5,300여 권을 소장하고 있는 신영길 씨로 알려져 있다. 일제 침략사 관련 책 2만여 권, 경제학 및 역사학 책 각각 1만여 권, 정치 및 법률 관련 책이 8천여 권, 희귀본 1,500여 권, 국내에 한 권밖에 남아있지 않은 책 3백여 권 등이라고 한다. 1952년부터 책 수집을 시작한 신영길 씨는 기본적인 생계비 외의 돈은 책 사는 데 들였고, 여행도 잘 다니지 않았으며 술과 담배도 하지 않았다니 대단한 열정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신영길 씨가 책과 인연이 깊다고 할 수 있는 직종인 교수나 문필가가 아니라, 은행에 근무하는 샐러리맨이었다는 점이 더욱 각별하게 다가온다.

11. 229
서가를 둘러보면 꽂혀 있는 책들에 어떤 맥락이나 결이 보이지 않고 마구잡이다. 그렇다고 마구잡이 서가 풍경 개선을 위해 목록을 정리해본다든가, 수집 방향을 궁리해본다든가 한 적도 거의 없다. 책, 독서, 출판 등을 주제로 하는 책, 이른바 책에 관한 책Books on Books을 비교적 집중적으로 수집하리라 마음먹고 조금씩 모으고 있는중

12. 230
- 토머스 프로그널 딥딘 '한 문학적 삶의 회상'-
리처드 히버의 집은 놀라움 바로 그것이었다. 방, 벽장, 복도, 회랑이 온통 책, 책, 책으로 가득 차 숨막힐 지경이었다. 모든 곳에 채깅 두 겹, 세 겹으로 열 지어 서 있었다.

13. 232
♣책은 일사불란한 서가 풍경을 자아내는 수집과 소장 취미의 소중한 대상이어도 좋다. 난장 풍경을 자아내는 마구잡이 잡독가의 남획물이어도 좋다. 단 한 줄도 읽지 않고 서가에 고이 모셔둔 채 흐뭇하게 바라보기만 해도 좋다. 거실을 장식하여 한껏 뽐낼 요량으로 구입해도 좋다. 책의 오용과 남용을 꾸짖는 모랄리스트의 훈계 따위는 무시할지니, 책을 구하거나 소유하거나 읽거나 사용하는 모든 사람, 모든 경우에 대하여 책의 이름으로 다만 너그러워지고 자유로워질 일이다.

14. 264
우리들 각자의 독서 대차대조표는 어떤 상황일까?
일단 양적으로 몇 권의 책을 읽었는지, 지적으로 혹은 정서적으로 크게 도움이 된 '결정적 한 권'은 없었는지, 책 읽을 시간을 확보하려 애썼는지, 한 분야에 편중된 독서를 하지는 않았는지, 자녀의 독서 생활에 신경을 썼는지. 이런저런 사항들을 가만히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그 결과 마음에 걸리는 점이 있다면 독서 계획을 세워보는 것도 좋은 일이다.

15. 265
중점 독서 분야 같은 것을 정하여, 해당 분야의 입문서에서부터 전문적인 내용의 책까지 차례로 읽어나가는 방법도 좋다. 매년 분야를 바꾸어가며 그렇게 하기를 여러 해 거듭하다보면, 스스로를 눈을 비비고 다시 보는 괄목상대의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16. 266
책 읽을 시간을 또 어떤가? 세계에서 가장 바쁜 사람일 듯한 빌 게이츠는 "잠들기 전 잠깐의 시간이라도 매일 책을 읽으려 노력한다. 특히 주말이나 휴일에는 서너 시간 정도 책이든 잡지든 반드시 읽는다"고 말한다.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면 전쟁터에서까지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지니고 다니며 거듭 읽었다는 나폴레옹이 있다. 뜻이 있는 곳에 길도 있고 책 읽을 시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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