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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67
김 팀장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그래서 저는 여러분이 지니고 있는 능력 가운데 어떤 능력을 계발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가 어느 시점에 배우는 지식이나 받아들이는 정보는 그 시점에서 유용할 수 있지만, 변화무쌍한 환경 앞에서는 그 지식이나 정보도 곧 무용지물이 되어버리게 마련입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지식과 정보는 고정적이지만 환경은 가변적이기 때문에, 우리는 줄기차게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찾아내고 익혀서 내 것으로 만드는 노력을 해야만 합니다."

2. 68
"내가 지금 어떤 전문가여야 하는가를 생각해보십시오. 모두 마케팅 팀원들이죠. 여러분은 어떤 분야의 전문가여야 합니까? 당연히 마케팅 분야의 전문가여야 합니다. 어느 수준까지? 제 생각에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마케팅 이론과 업계의 실제'에 대해서 강의를 할 수 있을 정도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겠습니까. 마케팅 원론서는 물론 기타 관련 서적들을 여러 번 정독해야 하고, 새로운 마케팅 기법과 트렌드에 대한 자료를 모으고 또 분석해야겠지요. 항상 긴장을 늦출 수가 없을 테지만, 저는 그 긴장은 삶을 탄력 있고 싱싱하게 만들어주는 고마운 긴장감이라고 생각합니다.

3. 79
"믿을 건 자신뿐이지. 기획 인간은 자신을 믿는 사람이네. 하지만 자신을 믿는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을 배척하고 잘난 척하라는 뜻은 아니네.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으려고 하기 전에, 누군가를 모델로 삼아 그 사람이 걸었던 길을 답습하려 하기 전에 자기 스스로 자신을 돕고, 자기 스스로 자신의 모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네.

4. 95
박지은이 '운명'이란 단어를 되뇌이며 자신의 손금을 내려다보았다.
"홍 대리님, 과연 운명이란 게 있을까요?"
홍 대리는 박지은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박지은의 시선이 향하는 곳으로 자신도 시선을 옮겼다.
"운명이란...손금에 있지 않아요."
박지은이 고개를 들어 홍 대리를 바라보았다.
"그럼 어디에 있지요?"
"운명은...바로 손금을 바라보는 자신의 눈 속에 있어요."

5. 101
홍 대리는 공룡을 만든 아이를 보며 생각했다.
'맞아, 저 아이가 한 일이야말로 전형적인 기획의 모습이 아닐까. 기획자는 손에 쥐어진 재료를 가지고 머릿속에 목표를 그린 다음, 항상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지. 그리고 그 새로운 것은 자신이 아닌 또 다른 이들을 즐겁게, 편하게, 그리고 기쁘게 하지.'

6. 104
"팀장님, 저는 잘 이해가 안 됩니다. 업무 지시를 하는 사람이 좀 더 명확하고 자세하게 지시를 해주면 그만큼 일을 받아서 하는 사람들 입장도 편하고, 또 그게 조직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 아니겠습니까?"
김 팀장은 뭔가 깊은 상념에 잠기는 듯했다.
"내가 후배들에게 진정 해주고 싶은 말은 바로, '과제 설정 능력'을 키우라는 것이지. 내가 경험한 수십 개의 기업과 조직에서는 아직도 문제 해결 능력만을 중요시 여기고, 과제 설정 능력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개념조차 파악하고 있지 못하는 실정이야. 그래서 빚어지는 조직 내의 병폐가 바로, 창의성의 결여, 환경 대처 능력의 약화, 직급에 따른 권위주의 팽배 현상 등이지. 이번 프로젝트도 마찬가지야. 홍 ㄷ리, 자네가 나한테 뭐라고 했나, 왜 구체적인 질문을 사장님에게 하지 않느냐고 했지? 그래, 구체적인 질문을 할 수도 있지. 하지만 그렇게 되면 결국 사장님의 의견에 집착하게 되고, 객관적인 의사 결정보다는 '사장님이 이렇게 이야기했으니까'하고 자꾸 편향된 시각을 갖게 되지. 이제부터, 홍 대리 자네와 나는 스스로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을 정하고, 스스로 평가하고 통제하며 프로젝트를 수행해야 하는 거야. 이게 바로 내가 말하는 과제 설정 능력의 핵심이지."

7. 168
호기심형 인간이 되는 법
다양한 잡지를 정기 구독할 것
동호회 활동을 적극적으로 할 것
전문 서적을 탐독하라

8. 181
'전략적으로 사고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전략형 인간들은 '전략을 짜는 사람'이기 이전에 '전략적으로 사고하는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업무나 일상 속에서 '전략적으로 사고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우선 그것은 감정을 배제한다는 데서부터 출발한다.
많은 '비전략형 인간'은 감정에 치우친 결심을 많이 한다. 이를테면 '이번 기회에 뭔가 사장한테 보여줘야 해', '이 프로젝트를 통해서 사내외적으로 나를 알려지', '옆 동기보다 반드시 좋은 실적을 달성해야만 해' 등등.
이러한 성취욕, 과시욕, 경쟁심 또는 조급함과 불안감 등 감정적인 요인이 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면 차지할수록 시야와 사고의 폭이 좁아지게 되어 있다. 당연히 좋은 전략으로부터 멀어지게 된다.
감정을 배제하고 대상을 바라보면, 정말 무엇이 우선적으로 중요한 요소이고 현 시점에서 어떤 목표가 수립되어야 하는가 등에 대해서 날카로운 관찰과 판단을 할 수 있게 된다.

9. 191
과거 지향적인 인물들은 자기 고집만을 내세우며 변화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오로지 과거 자신의 경력이나 공적을 끌어안고 남들이 알아주기를 바라기만 한다.
미래를 지향하는 비전형 인간은 과거의 실적이나 공적에 집착하지 않고 오히려 그로부터 벗어나려는 의도적인 노력을 한다. 과거 자신이 성공했다고는 해도, 그 사례에서 문제점을 낱낱이 찾아내고 그 결점을 스스럼없이 남에게 이야기한다. 그러고는 새로운 업무에 적용함으로써 진일보하는 결과를 얻게 된다.

10. 200
이야기꾼은 꼭 필요한 말을 한다.
꼭 필요한 말을, 꼭 필요한 시점에 함으로써 상대의 마음과 행동을 나에게 유리하도록 바꾸는 것, 이것이 바로 말을 통한 설득력 내지는 협상력이다. '꼭 필요한'이라는 표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야기를 청산유수 늘어놓는 게 결코 최선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11. 216
우리가 깊은 산속에 은둔해 도를 닦으려는 게 아니라면 우리는 커뮤니케이션에 둘러싸여 살아야 할 운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정에서 직장에서, 가족들과 직장 동료들과 우리는 늘 무언가를 주고받으며 산다. 그것이 눈에 보이는 물질적인 것이든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적인 것이든 우리는 늘 그렇게 교감하며 산다.
...
기획 인간이란 이처럼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커뮤니케이션의 각별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사람이다.

12. 241
기획자들 중에는 고수와 하수가 존재한다. 나의 경우에도 다른 기획자들을 볼 때 하수인가 고수인가를 판단한다. 그리고 하수일 경우에는 그 수준에 맞는 이야기만 나눌 뿐 그 이상의 광범위한 주제를 두고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는다. 그 이유는 그 상대가 모르는 분야이기 때문에 나로서도 답답하고 또 상대도 스스로 답답할 것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대화가 안 통하는 것이다. 그에 비해 고수를 만나면 폭넓은 방면의 대화 그리고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그렇다면 하수와 고수를 구분 짓게 하는 가장 근본적인 요소는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상황 파악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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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아, 대안 말입니까? 그러니까 제 말은... 기생충을 다시 부활시키자는 거지요.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양만춘은 주머니에서 조그만 병 하나를 꺼냈다.
 "이건 회충알입니다. 이 병 안에 적어도 1천만 개 가량의 회충알이 들어 있지요. 물론 마음만 먹으면 더 만들 수도 있습니다. 이걸 각자 구역을 나누어서 삼겹살집에 공급되는 상추에다 뿌리는 겁니다. 두 날, 적어도 두 달이면 전국에 난리가 날 테고, 그렇게 되면 사람들은 우리들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살려달라고 빌 겁니다."
 신라대 김유신이 손을 들었다.
 "우리가 헀다는 게 탄로 나면 어떡하죠?"
 계백도 맞장구를 쳤다.
 "맞아요. 갑자기 회충이 급증하면 그 원인을 조사할 테고, 그러면 우리의 오늘 모임에 관해서 조사를 할 수도 있을 텐데..."
 "두 분은 언제나 그렇게 걱정이 많으시군요."
 양만춘이 코웃을을 쳤다.
 "우리 나라 사람들 중에는 아직도 봄, 가을로 구충제를 먹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것은 아직까지 우리 사회가 회충의 공포로부터 자유롭지 못핟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회충 환자가 발생하면 '내가 무언가 잘못해서 회충에 걸렸구나'라고 생각하지, 누가 일부러 회충을 풀었다고 생각하겠습니까?" 더구나 우리 나라에서는 아직 회충이 박멸되지 않았습니다. 자, 이렇게 말을 합시다. 근근히 명맥을 이어 가던 회충이 올 겨울의 이상 고온 때문에 급증한 것 같다고."
 참석자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했다.
 "말 되네, 기발한 생각이야."
 "양 교수님, 그런데 그 회충알은 어디서 난 겁니까? 구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양만춘은 껄껄 웃었다.
 "이건 제가 만든 겁니다."
 "네? 뭐라고요?"
 "석 달 전, 저희 병원에서 수술을 받던 환자로부터 회충 세 마리가 발견된 적이 있습니다. 그 중 두 마리가 암컷이었죠. 그 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걸 어떻게 이용해 불 수 없을까. 그러다 결심했지요. '내가 먹자!' 혹시 앞으로 유용하게 쓸 일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그래서..."
 양 교수는 손수건을 꺼내 이마의 땀을 닦았다.
 "회충의 자궁에서 알을 꺼낸 뒤, 인큐베이터 속에서 부화시켰지요. 3주쯤 지나고 난 뒤 그 알들을 모아 빵에다 얹었습니다. 그리고는 두 눈 딱 감고 그 빵을 먹었습니다. 정확히 7주가 지나자 제 대변에서 회충알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전 대변을 볼 때마다 변에서 회충알을 분리해 병에다 모았습니다. 회충알의 수로 보건데, 제 몸에는 적어도 스무 마리 이상의 회충이 들어 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회충의 수명을 1년으로 잡는다면, 앞으로 8개월 동안은 얼마든지 회충알을 얻을 수 있습니다."
 조금은 겸연쩍게 회충알의 입수 과정을 설명한 그를 향해, 누군가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박수 소리는 점점 커 갔고, 얼마 후에는 모든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쳐댔다. 박수 소리가 뜸해질 무렵, 회장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양 교수, 수고 많았어요. 우리 나라에 양 교수 같은 분만 있다면 이 나라가 이렇진 않을 겁니다. 양 교수가 우리 학회에 처음 들어올 때부터 전 양 교수가 비범한 인물이라는 걸 한눈에 알아봤지요. 자, 그럼 그 회충알 살포... 멋있게 '회충 프로젝트'라고 하죠. 그 회충 프로젝트에 혹시 반대하시는 분은 안 계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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