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코맥 매카시 지음, 임재서 옮김 / 사피엔스21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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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선 책의 첫인상부터 말하자면... 붉은빛이 도는 책표지는 뭔가 긴박한 분위기를 느끼게 했다. 책장을 대강 넘기다 보니 붉은색 잉크자국 같은 것을 발견하고선 인쇄과정에서 잉크가 번진건가 싶었다. 그런데 알고보니 그건 번진 잉크자국이 아니라, 번호 대신 각주표시를 해 준 붉은색 잉크무늬였다. 독특했다. 표지뿐만 아니라 특이한 각주표시는 책의 내용과 썩 잘 어울리는 디자인으로 보였다.그리고 책 앞뒤를 뒤덮고 있는 각종 수상내역과 각종매체의 칭찬. 사실 내가 이 책을 읽어봐야겠다고 결심한 이유 중 가장 큰 부분이 그런 광고에 혹해서이기도 하다. 대단한 상을 수상한 책을 읽었다는 자부심 같은 걸 느껴보려 함도 있었지만 나의 얄팍한 지적 허영심 때문이 더 컸던 것도 같다.

   하지만 문제는 이 책은  내가 소화시키기엔 너무 어려운 책이었다는 점이다.  "영화로도 입증된 작품성 - 2월 21일 대개봉!!"이라는데 그게 오늘이다. 영화를 보면 이 책이 내용이 이해가 될라나...? 정말 큰 기대를 갖고 며칠 전에 펼쳐든 책인데, 길지 않은 분량임에도 읽는데 며칠이 걸렸다. 이런 고백을 하기 참 부끄럽지만 나는 이 책의 줄거리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그것은 장식적 수사를 억제한 냉담한 문장, '그리고(and)문체'라 부르고 싶을 정도로 빈번하게 등장하는 '~하고 ~하고'의 연속, 서술과 설명이 배제된 묘사 일변도의 장면 제시, 감정이 응고된 건조한 대화로 사정없이 끌고 가는 플롯 전개의 속도감"(p340)이라는 옮긴이의 말을 읽으며 공감했다. 저자의 화법이 나같이 평범한 사람에겐 너무 재미없고 딱딱하게 느껴졌다. 나는 소설을 읽고자 함이었지 다큐멘터리를 보고자 함이 아니었다. 소설이라는 생각에 긴장을 놓고서 책을 읽어서였는지 대체 작가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무언지도 파악하지 못했을 뿐더러, 이 책의 제목이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라는 이유도 모르겠다. 어렵다. 각 장의 맨 앞에 나오는 늙은 보안관 벨의 독백을 통해 간간이 노인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을 뿐.

   난데없이 "그녀" 혹은  "그"가 먼저 등장하는 화법에 피곤했다. "그녀" 혹은 "그"가 누구인지는 이야기를 한참 따라가봐야 나오는 피곤한 문체. 그리고 나 같이 상상력 부족과 말귀를 못 알아듣는(?) 독자에겐 따옴표가 없는 대화문장도 소화해내기 너무 힘들었다.

  "나에겐 결정권이 없어. 인생은 매순간이 갈림길이고 선택이지. 어느 순간 당신은 선택을 했어. 다 거기서 초래된 일이지. 결산은 꼼꼼하고 조금의 빈틈도 없어. 그림은 그려졌고 당신은 거기에서 선 하나도 지울 수 없어. 당신 뜻대로 동전을 움직일 수 없지. 절대로. 인생의 길은 쉽게 바뀌지 않아. 급격하게 바뀌는 일은 더구나 없지. 당신이 가야 할 길은 처음부터 정해졌어."(p283)

  자신이 살해할 사람을 앞에다 두고 동전던지기를 하고선 앞인지 뒤인지 맞추라고 강요하고선 이 따위 말을 던지는 안톤 시거라는 괴상한 인물에 대해선 대체 어떤 말을 해야할 지 모르겠다. 돈가방을 챙겨들고 도피하다 결국엔 살해되고 마는 모스도 매력적이지 않았고, 모스와 시거를 뒤쫓는 보안관 벨 역시 내겐 매력적이지 못했다. 아. 어렵다. 세상엔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생각을 했다. 뭔가 벽에 가로막힌 듯한 기분이 든달까...? 영화는 어떨까..? 영화를 보면 내용이 쉽게 이해가 될라나...?  너무 큰 기대를 갖고 책을 접했기 때문인지 내겐 그 기대에 못 미치는 책이었다. 아니다. 책이 수준에 못 미치는 독자를 만난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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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지식채널 - 가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본의 모든 것
조양욱 지음, 김민하 그림 / 예담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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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일본. 내가 생각하는 일본이라는 나라의 이미지는 "먼나라 이웃나라"라는 지극히 상투적인 표현보다 더 적합한 어떤 말을 찾을 수 없는 그런 것이다. 가까이 있는 나라이지만 가 본 적도 없고, 두어권의 일본 소개서와 일본역사에 대한 몇 번의 강의, 그리고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일본을 접한 것이 전부다. 그 각각이 한데 뭉치지 못하고 그저 어렴풋이 일본이란 나라와 일본인들은 "이런 모습이 아닐까?"하고 그려볼 뿐 뭔가 손에 잡힐 듯한 느낌이 없어서 일본에 대해서는 늘 좀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던 차에 접하게 된 [일본지식채널]. 이 책에서는 일본을, 또 일본인을 어떻게 그려내고 있을지가 궁금했다.

 

  글쓴이가 한국외국어대 일본어과를 나왔고, 일본에서 기자로써 또 특파원으로써 생활을 했었기 때문인지 이 책에서 그리고 있는 일본의 모습은 매우 구체적이고 포괄적이기도 하다. 하지만 글쓴이가 프롤로그에도 밝혔듯이 "알토란 같은 일본 연구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일본에 대한 간단한 이야기를 여러 주제로 나누어 언급하고 있기 때문에 내가 바라던 "일본에 대한 모든 것!!"을 다루고 있는 책은 아니다.  일본을 살펴보는 키워드를 "전통, 생활, 문화, 언어`문학, 정치`역사, 사회"라는 여섯개로 나누고 그 아래 작은 주제들에 대한 3쪽 분량의 이야기들이 실려 있는 이 책은, 내가 바라던 책은 아니었지만, 이를 통해 내가 새롭게 알게 된 것들이 많음을 생각할 때, "그저그런 책"이라고 가볍게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글쓴이의 글쓰기 방식에 대해 하나의 트집을 잡아 본다.  너무 까탈스럽게 책을 읽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이상하게도 한국의 절에는 오미쿠지가 없다."(p22) "치마저고리는 한복 중에서 여성의 옷으로, 기모노와 흡사하다."(p20) 이런 문장을 읽으면서, 일본은 정상(?)인데 우리나라는 이상(?)하다는 건가 하는 생각, 혹은 글쓴이가 한국인임에도 일본을 중심에다 놓고 우리 문화를 거기다가 비유하는 방식은 좀 이상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했더랬다. 내가 생각해도 너무 까탈스런 지적인 듯도 하다. 하지만 내 생각은 그랬다는 말이다.

  

   하나의 소주제에 대한 이야기가 2쪽 혹은 3쪽 정도의 분량이라 지루하지 않고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것은 이 책의 장점이라 하겠다. 또 각각의 소주제는 그에 맞는 사진이나 그림자료가 실려있어 이해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것도 역시 장점이라 하겠다. 내가 이 책에서 가장 관심을 갖고 보았던 주제는 [정치`역사]편. 카미가제와 기미가요에 대한 이야기는 귀동냥을 통해 들어왔던 것이지만, 글쓴이가 요즘의 이야기를 아울러 해 주고 있어서 새롭게 알게 된 것들도 있다. "일본에서 불편없이 살려면 꼭 알아야 한다."는 연호(年號)에 대한 이야기도 무척 흥미롭게 읽었다. 그리고 일본의 공산당 아카하타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었는데 일본에도 공산당이 있었구나...(너무 바보스런 깨달음인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야스쿠니 진자의 의미에 대해서도, 우리의 독도 문제와 관련된 홋포료도(북방영토)에 대해서도 좀더 알게 되었다.

   글쓴이가 선정한 108개의 주제들을 하나 하나 읽고 있노라면 "가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본의 모든 것"이라는 책 표지의 소개문구에는 조금 못 미치지만 한결 일본에 대해 가까이 다가섰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우리와는 얽히고 설킨 많은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나라, 역사에 얽매여 그들을 배척하기보단 그들에 대해서 조금 더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일본 입문서 정도의 역할을 하는 [일본지식채널]. 재미있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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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함마드와 예수 그리고 이슬람 - 이슬람과 그리스도교, 그 공존의 역사를 다시 쓴다, 비움과 나눔의 철학 3
이명권 지음 / 코나투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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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판단을 내리는데 선입견이란 게 얼마나 큰 부분을 차지하는지 새삼스레 깨닫는다. 처음 이 책의 제목 [무함마드와 예수 그리고 이슬람]만을 보고선 생각했다. 제목 중간에 끼인(?) "예수"보다는 무함마드와 이슬람에 관해서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겠군 하고.. 그러다 책의 앞날개에 나오는 글쓴이에 대한 간단한 이력을 살펴보고 있노라니 "연세대학교 신학과", "감리교신학대학 대학원 및~", "미국 [크리스천 헤럴드] 편집장을 역임했고," 라는 구절들을 보고는 "글쓴이가 크리스천이구나. 그렇다면 이슬람보다는 예수와 기독교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하려나...?"  책을 덮고나서는 글쓴이가 어떤 사람인가 싶어서 인터넷을 검색해 보았다. 인터넷에서 검색된 글쓴이의 모습은 내가 상상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 책을 읽으면서 글쓴이는 날카로운 인상의 소유자일꺼라 마음대로 추측해버렸는데, 인터넷에 올라온 글쓴이의 모습은 누비한복에 뭔가 푸근한 인상.. 그리고

   "특정 종교에 얽매이지 않는 그의 태도는 사회를 때로 불편케 했다. 2006년 문화관광부로부터 ‘예수, 석가를 만나다’가 우수도서로 선정된 뒤, 한 신문에서 가졌던 인터뷰 기사가 꼬투리를 잡혔다. 보수적 기독교 계열의 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하던 그가 인도박물관의 불상 앞에서 합장하고 있는 사진이 신문에 실린 것. 대학의 총장은 다음날 전화를 걸어 와, “강의를 1년 쉬어 달라”며 떠날 것을 종용했다."(경향신문/2008년1월27일 인터넷기사) 는 기사를 보니 특정한 종교에 얽매여 본 적도 없고, 어느 종교가 더 우월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는 나와의 공통점 같은 걸 발견한 기쁨(?!)이랄까 뭐 하여간 그런 동족의식 같은 것이 생긴 것도 사실이다.

   책 앞날개의 글쓴이의 간단한 이력을 보면서 "골수(?) 크리스천일 꺼다."고 내 마음대로 판단해버리고 책도 그런 방향에서 읽어나갔는데, 지금 다시 책의 내용들을 머리 속에 떠올려보니 그는 이슬람교와 기독교의 가운뎃자리에서 객관적으로 혹은 둘 다 약간은 부정적인 입장에서 바라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400여쪽이라는 적지 않은 분량에 결코 가볍지 않은 종교라는 주제, 대충 훑어보아도 입문서 수준이 아닌 각주가 달린 어려운 책이겠구나 싶었다. 그럼에도 내가 이 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이슬람에 대한 궁금증 같은 것 때문이다. 어설프게나마 역사를 공부하면서 서양의 역사에 대해선 개론서나마 몇 권을 읽으면서, 아주 엷은 밑그림이나마 그리곤 했었는데, 무슬림 혹은 이슬람이라는 단어로 뭉뚱그려서 일컫어지는 중동과 아프리카 일부에 관해선 거의 아는 바가 없었기에 궁금했다. 그리고 제3자의 무관심과 나의 개인적인 무지로 인해, 국제뉴스란에서 종종 보이는 미국과 그들의 대립의 연원이 어디에 있는지도 궁금했었다.

   책은 1부 [무함마드와 예수, 무엇이 다르고 같은가]와 2부 [이슬람의 모든 것]의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글쓴이가 프롤로그에서 밝히고 있듯이 이슬람과 그리스도교의 창조적 만남을 위한 대화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각 주제에 대해 [꾸란],[하디스]와 [복음서]에서 무함마드와 예수는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는가에 대한 시각차를 보여주고 있다. 이슬람교에서는 알라는 신이고 무함마드는 "알라-하느님"의 메시야일 뿐이지만, 그리스도교에서는 예수에 대해 신성을 부여하고 그를 하느님과 동일시하고 있다. 이러한 그리스도교의 삼위일체에 대해 이슬람에서는 "마리아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는 알라의 사도에 불과하다."고 그의 신성을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알라 혹은 하나님에 대한 믿음에 대해서는 두 종교의 공통점을 찾을 수도 있겠다. 그에 따른 자선의 강조도 두 종교의 공통점이라 하겠다. 하지만 낙원(천국)에 대한 관점에서는 무함마드는 현재의 삶 다음에 오는 것으로, 예수에게는 신앙 속에서 이미 도래했다는 점과 내세에 장차 도래할 것이라는 이중적 의미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점을 보여주고 있다. 1부에서는 내가 별로 기대하지 않았던 예수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많이 나와(두 종교의 비교라는 관점에서 살펴보고 있는 글이기에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읽는 재미가 덜했다. 2부 [이슬람의 모든 것]이 원래 내가 기대했던 이야기이다. 이슬람의 성립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는 재미가 있었다. 지극히 세속적인 면이 다분한 나에겐 글을 읽지 못했고(그래서 문맹의 예언자라고 불리운다는 그), 어린 시절을 고아로 보냈다는 이슬람교의 창시자 무함마드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또한 아랍어로 편집된 이후 약 500년 동안 다른 언어로의 번역이 허용되지 않았다는 꾸란에 관한 이야기도 관심이 갔다. 예전에 이슬람교에 대한 다큐멘터리 중에서,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은행 이슬람은행에 대한 이야기를 보면서 의아했었는데, 이슬람을 지탱하는 5가지 기둥 중 Zakat(자선) 부분을 읽으면서, 그들의 사고방식이 조금이나마 이해됐다. 이슬람의 약사(史)까지 실려 있어,  이슬람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종교적인 감각이 매우 부족한 "나"이지만, 읽기에 버겁지 않은 이슬람에 관한 책이었다. 그리고 승자의 편에 서서 내가 마치 미국인이라도 된 양 "미국은 좋고, 그에 대적하는(?) 이슬람은 악하고, 폭력을 일삼는 집단이다."라고 은연 중에 내 안에 자리잡은 가치관을 깨는 데도 도움이 된 책이기도 하다. 나만큼이나 이슬람에 대해 무지한 사람이 있다면 한 번 읽어봐도 괜찮을 거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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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상식사전 - 2014 최신개정판, 경제신문이 스포츠신문보다 더 재미있어지는 길벗 상식 사전 1
김민구 지음 / 길벗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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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미삼아 주식을 시작한 지 두어 해 된다. 주식이 뭔지도 모르면서 덜컥 주식 계좌를 개설하고 나서는 그 날 밤 잠을 못 잤던 것 같다. 어떤 주식을 사야 하는지도 물론 고민이었지만, "야..이거 잘 하면 며칠만에도(?!) 부자가 될 수 있겠는 걸..." 하는 엉뚱한 걱정 때문에도..내가 가진 원금이 이만큼이니깐, XX회사 주식을 사서 얼마가 되면 팔아서 돈을 챙기면....? 이렇게 좋은 불로소득이 있다는 걸 왜 난 몰랐던 걸까 하는 생각도 했었던 것 같다. 그 이후에 주식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되면서(하지만 난 여전히 주식에 대해 모르는 게 훨씬 더 많다.) 주식이 내가 생각했던만큼의 엄청난 불로 소득을 안겨 주지도 않을 뿐더러, 주식으로 돈을 벌려면 적잖은 공부를 해야하고 수업료(?)로도 얼마간의 돈을 지불해야함을 알게 되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수업료를 내 본 적이 없고, 그래서인지 내가 공상했던 것 같은 엄청난 수익을 거두지도 못하고 그저 은행이자보다 조금 나은 정도의 수익을 얻고 있을 따름이다. 큰 돈을 투자한 게 아니어서인지 혹은 수업료를 지불하지 않았기 때문인지, 주식에 대해 공부를 해야겠다고 절박하게 생각해 본 적도 없는 것 같다. 예전보다 경제뉴스에 조금 더 관심이 가는 건 사실이지만, 낯선 경제 용어 때문에 못 알아듣는 경우가 훨씬 더 많았고 그러다 보니, 궁금하긴 하지만 덜 챙겨보는 뉴스가 경제관련 뉴스였다.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 같은 거라고나 할까..

 

   그러던 차에 잘 됐다. 이 책을 만나게 됐으니 말이다. 별 부담없이 읽을 수 있고 이해하기에도 쉬운 경제 입문서로는 손색이 없을 것 같다. 나 같이 경제초보자들에겐 말이다. 그간 궁금했던 코스닥이니 나스닥이니 하는 용어들에 대한 설명은 물론이거니와 다양한 경제관련 현상에 대한 설명이 실려 있어 꼭 경제 뿐만 아니라 시사적인 이야기도 여럿 소개되어 있어 유익했고, 큰 부담없이 읽을 수 있었다. 내가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것들 몇 개를 예를 들어보면 이러하다.

 

   2007년 스위스의 휴양지 다보스에서 개최되었다는  다보스포럼에서 나온 몇 가지 신조어 중 인포데믹스라는 말. infodemics 우리나라 말로는 정보전염병 정도로 번역이 된다는 그 말은 정보와 유행병이라는 두 낱말의 합성어로 "정보확산에 따른 각종 부작용"을 일컫는 말이란다. 하긴 그렇다. 예전엔 어떠했는지 모르겠지만 인터넷이 발달된 후 사실 여부를 떠나 별 해괴한 소문들이 인터넷 구석구석을 잠식하고 있는 걸 보노라면.. 지난 달엔가는 나이 지긋한 유명 가수가 인터넷에 떠도는 각종 루머에 대한 "해명"을 위한 기자회견을 여는 모습까지 봐야했었다. 재벌가의 누구와 연예인 누구의 괴소문은 마치 상식처럼 얘기되기도 했었던 것 같다. 정보 과다의 문제인 듯 보인다.  책을 읽으며 그런 상황을 지칭하는 적절한 용어가 있음을 알게 되는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비쌀수록 잘 팔리는 현상을 말할 땐 베블런 효과. 미국의 사회학자 베블런의 저서에서 "상층계급의 두드러진 소비는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기 위해 자각 없이 이뤄진다."고 말한데서 유래한 말이란다. 그렇구나. 예전에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르겠지만, 어떤 제품에다 실수로 동그라미 하나를 더 붙여놓았더니 물건이 더 잘 팔리더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 듯도 하다. 글쓴이가 붙인 첫째 마당의 제목처럼 "아는 척 하기 딱 좋은 경제 상식들"이 실려있어서, 각종 경제현상과 관련된 용어를 알아가는 재미가 있었다.

   둘째마당 [재태크에 도움되는 금융상식들]에서도 얻을 것들이 많았다. 나처럼 어설픈 주식 투자자는 주식이 폭락할 때도 뉴스를 들으면서 "사이드카"가 발동이 됐다느니 하는 말을 들으면서 "저게 무슨 말일까..?"했을 뿐, 그저 어려운 용어겠거니 하고 넘어가 버리곤 했었다. 그리고 "감자"니 "증자"니 하는 말도 내가 보유한 주식이 한 번도 그런 걸 한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는 이유로 그냥 그렇게 넘어가 버렸다.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기에 완벽하게는 아니지만, 앞으로 그런 말들을 들으면 무슨 말인지 정도는 간단하게나마 알아들을 수 있을 것 같다.

   경제와 관련한 많은 용어들이 실려있다. "고등학교 학생들이 교과서와 함께 공부할 수 있는 훌륭한 참고서 역할을 할 것으로 자부합니다."라는 글쓴이의 말마따나 어렵지 않게 설명된 점도 이 책의 장점인 것 같다. 아직도 모르는 게 많고, 이 책에 모든 경제관련 용어가 실려있는 것도 아니지만, 경제용어가 사람이 알아듣지 못할 정도의 외계어는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경제뉴스를 듣다가 모르는 용어가 한번씩 튀어나올 때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쉬운 사전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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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최대의 과학수사 X파일
이종호 지음 / 글로연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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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앞날개에 실린 글쓴이의 이력이 약간 의아했다. 공학박사 학위와 "조선"이라는 낱말 사이에서 어떤 연결고리를 발견하기 어려웠기에. 책 제목에서 "과학"이라는 용어는 무시하고 "조선"이라는 단어 하나만으로 이 책의 성격은 지극히도 '인문학적일 것이다'고 단정지어버린 내 사고의 한계 때문에 든 의아함인 듯도 하다.
   이 책은 조선시대의 각종 사건과 그 처리과정에서의 과학적 수사기법 뿐만 아니라, 법전과 형벌 제도에까지 조선의 사회 단면을 포괄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 글쓴이는 영화 [혈의 누]나 [다모], [대장금]과 최근에 방영된 [별순검]이란 사극을 재미있게 본 모양이다. 텔레비전과는 별로 친하지 않은터라 영화 [혈의 누]를 빼고 위에서 나열한 세 편의 드라마는 한 편도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책에서 소개되는 [별순검]과 [대장금]과 관련한 이야기는 공감가지 않는 부분이 몇 군데 있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땐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던 책이기도 하다.

    제1장 [추리 수사의 탄생]에서는 추리를 통한 과학수사의 원조 격이라 할 수 있는(단, 유럽에서 말이다.) 아서 코난 도일(1859~1930)과 그의 유명한 추리소설 셜록홈즈 시리즈에 관한 이야기가 소개되고 있다. 유럽에서는 코난 도일에 의해 과학적인 수사 기법이 등장했다고 말할 수 있는데 비해 조선에서는 매우 이른 시기에 과학 수사가 시작되었다는 이야기가 글의 요지인 듯 하다. "제 아무리 셜록 홈즈라 해도 조선의 수사진 앞에서는 탁월한 수사 실력을 자랑할 수 없었을 것이다."(p25)라고 글쓴이가 극찬하고 있는 조선의 과학 수사대를 만나러 가는 마음이 뿌듯함과 기대감이 넘쳐 책장이 술술 넘어갔다.

  제2장 [별순검과 다모]에서는 기존의 사극과는 형식이 다른 사극이었음에도 매니아층을 형성할만큼 성공했던 드라마 [다모]와 [별순검], [대장금]에 관한 이야기와 함께 역사 속 실제의 (별)순검과 다모 의녀에 관한 이야기가 소개되고 있다. 특히 의녀 대장금에 관한 이야기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의녀의 역할과 의녀가 되는 과정, 그리고 시대의 흐름에 따라 의녀의 성격과 그 역할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에 관해 자세히 소개하고 있어, 나로선 새롭게 알게 된 이야기들도 많았다.

  제3장 [법전 외우는 왕]에서는 이영규와 노복 김도홍의 사건 처리를 둘러싼 정조와 신하들의 문답에서 보이다시피 법에 밝았던 왕과 관리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제4장 [조선의 과학수사 교과서]에서는 [무원록]과 [신주무원록], [중수무원록언해]등을 통한 검험법에 대해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특히 흥미롭게 보았던 장은 이 책에서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는 제5장 [조선시대 사건 일지]부분이다. 예전에 "귀신처럼" 범인을 찾아내는 셜록 홈즈에 매료되어 셜록홈즈가 등장하는 소설을 비롯해, 에드거 앨런 포의 검은 고양이, 모르그가의 살인사건,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 등을 탐독했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또 한동안은 어린이 프로그램이었음에도 명탐정 코난이라는 일본 만화를 케이블 tv에서 즐겨 보았던 기억도 나고.. 제5장 [조선시대 사건 일지]를 읽는 기분이 딱 그러했다. 현대의 법의학적 측면에서 보아도 전혀 손색이 없을만한 과학적인 수사 기법을 도입해 사건을 풀어낸 이야기들이 무척 흥미로웠다. 그리고 그 속에서 조선시대 사람들의 생활상을 아울러 살펴 볼 수 있었던 점도 좋았다. 살인은 그 때나 지금이나 분명 용서받지 못할 범죄이건만 자신의 부모님을 욕되게 한 경우 혹은 자신의 부모를 살해한 경우, 그에 대한 복수로써 상대방을 죽인 경우에 대해서는 관대한 처벌을 했었다는 여러 사건들을 보면서, 시대에 따라 가치관이나 윤리 혹은 법까지 많이 변화함을 알 수 있었다. 5장에서 가장 놀랍게 읽었던 이야기는 인체의 자연연소 현상에 관한 것. 글쓴이는 정약용의 흠흠신서에 기록된 두 남녀의 자연연소 사건 뿐만 아니라 서양에서 있었던 인체의 자연연소 현상에 대해서도 사진과 함께 여러 예를 들고 있는데, 나는 처음 접한 사실이라 무척 놀라웠다.

  제6장 [조선시대의 법전], 제7장 [조선시대의 형벌제도]에서는 조선 전 시기에 걸친 법전과 형벌제도에 관해 꼼꼼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개인적인 취향이겠지만, 역사 속 사람들의 이야기가 좋다. 사람 사는 세상에서 생기게 마련인 갈등의 해결방법을 역사 속에서 찾는 재미도 있었고, 그 갈등이 극단적으로 표출된 범죄 사건의 처리과정에서 "억울한 사람이 없게 하라."는 조선 시대 사람들의 해결안을 읽는 재미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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