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코맥 매카시 지음, 임재서 옮김 / 사피엔스21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우선 책의 첫인상부터 말하자면... 붉은빛이 도는 책표지는 뭔가 긴박한 분위기를 느끼게 했다. 책장을 대강 넘기다 보니 붉은색 잉크자국 같은 것을 발견하고선 인쇄과정에서 잉크가 번진건가 싶었다. 그런데 알고보니 그건 번진 잉크자국이 아니라, 번호 대신 각주표시를 해 준 붉은색 잉크무늬였다. 독특했다. 표지뿐만 아니라 특이한 각주표시는 책의 내용과 썩 잘 어울리는 디자인으로 보였다.그리고 책 앞뒤를 뒤덮고 있는 각종 수상내역과 각종매체의 칭찬. 사실 내가 이 책을 읽어봐야겠다고 결심한 이유 중 가장 큰 부분이 그런 광고에 혹해서이기도 하다. 대단한 상을 수상한 책을 읽었다는 자부심 같은 걸 느껴보려 함도 있었지만 나의 얄팍한 지적 허영심 때문이 더 컸던 것도 같다.

   하지만 문제는 이 책은  내가 소화시키기엔 너무 어려운 책이었다는 점이다.  "영화로도 입증된 작품성 - 2월 21일 대개봉!!"이라는데 그게 오늘이다. 영화를 보면 이 책이 내용이 이해가 될라나...? 정말 큰 기대를 갖고 며칠 전에 펼쳐든 책인데, 길지 않은 분량임에도 읽는데 며칠이 걸렸다. 이런 고백을 하기 참 부끄럽지만 나는 이 책의 줄거리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그것은 장식적 수사를 억제한 냉담한 문장, '그리고(and)문체'라 부르고 싶을 정도로 빈번하게 등장하는 '~하고 ~하고'의 연속, 서술과 설명이 배제된 묘사 일변도의 장면 제시, 감정이 응고된 건조한 대화로 사정없이 끌고 가는 플롯 전개의 속도감"(p340)이라는 옮긴이의 말을 읽으며 공감했다. 저자의 화법이 나같이 평범한 사람에겐 너무 재미없고 딱딱하게 느껴졌다. 나는 소설을 읽고자 함이었지 다큐멘터리를 보고자 함이 아니었다. 소설이라는 생각에 긴장을 놓고서 책을 읽어서였는지 대체 작가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무언지도 파악하지 못했을 뿐더러, 이 책의 제목이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라는 이유도 모르겠다. 어렵다. 각 장의 맨 앞에 나오는 늙은 보안관 벨의 독백을 통해 간간이 노인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을 뿐.

   난데없이 "그녀" 혹은  "그"가 먼저 등장하는 화법에 피곤했다. "그녀" 혹은 "그"가 누구인지는 이야기를 한참 따라가봐야 나오는 피곤한 문체. 그리고 나 같이 상상력 부족과 말귀를 못 알아듣는(?) 독자에겐 따옴표가 없는 대화문장도 소화해내기 너무 힘들었다.

  "나에겐 결정권이 없어. 인생은 매순간이 갈림길이고 선택이지. 어느 순간 당신은 선택을 했어. 다 거기서 초래된 일이지. 결산은 꼼꼼하고 조금의 빈틈도 없어. 그림은 그려졌고 당신은 거기에서 선 하나도 지울 수 없어. 당신 뜻대로 동전을 움직일 수 없지. 절대로. 인생의 길은 쉽게 바뀌지 않아. 급격하게 바뀌는 일은 더구나 없지. 당신이 가야 할 길은 처음부터 정해졌어."(p283)

  자신이 살해할 사람을 앞에다 두고 동전던지기를 하고선 앞인지 뒤인지 맞추라고 강요하고선 이 따위 말을 던지는 안톤 시거라는 괴상한 인물에 대해선 대체 어떤 말을 해야할 지 모르겠다. 돈가방을 챙겨들고 도피하다 결국엔 살해되고 마는 모스도 매력적이지 않았고, 모스와 시거를 뒤쫓는 보안관 벨 역시 내겐 매력적이지 못했다. 아. 어렵다. 세상엔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생각을 했다. 뭔가 벽에 가로막힌 듯한 기분이 든달까...? 영화는 어떨까..? 영화를 보면 내용이 쉽게 이해가 될라나...?  너무 큰 기대를 갖고 책을 접했기 때문인지 내겐 그 기대에 못 미치는 책이었다. 아니다. 책이 수준에 못 미치는 독자를 만난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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