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함마드와 예수 그리고 이슬람 - 이슬람과 그리스도교, 그 공존의 역사를 다시 쓴다, 비움과 나눔의 철학 3
이명권 지음 / 코나투스 / 200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어떤 판단을 내리는데 선입견이란 게 얼마나 큰 부분을 차지하는지 새삼스레 깨닫는다. 처음 이 책의 제목 [무함마드와 예수 그리고 이슬람]만을 보고선 생각했다. 제목 중간에 끼인(?) "예수"보다는 무함마드와 이슬람에 관해서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겠군 하고.. 그러다 책의 앞날개에 나오는 글쓴이에 대한 간단한 이력을 살펴보고 있노라니 "연세대학교 신학과", "감리교신학대학 대학원 및~", "미국 [크리스천 헤럴드] 편집장을 역임했고," 라는 구절들을 보고는 "글쓴이가 크리스천이구나. 그렇다면 이슬람보다는 예수와 기독교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하려나...?"  책을 덮고나서는 글쓴이가 어떤 사람인가 싶어서 인터넷을 검색해 보았다. 인터넷에서 검색된 글쓴이의 모습은 내가 상상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 책을 읽으면서 글쓴이는 날카로운 인상의 소유자일꺼라 마음대로 추측해버렸는데, 인터넷에 올라온 글쓴이의 모습은 누비한복에 뭔가 푸근한 인상.. 그리고

   "특정 종교에 얽매이지 않는 그의 태도는 사회를 때로 불편케 했다. 2006년 문화관광부로부터 ‘예수, 석가를 만나다’가 우수도서로 선정된 뒤, 한 신문에서 가졌던 인터뷰 기사가 꼬투리를 잡혔다. 보수적 기독교 계열의 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하던 그가 인도박물관의 불상 앞에서 합장하고 있는 사진이 신문에 실린 것. 대학의 총장은 다음날 전화를 걸어 와, “강의를 1년 쉬어 달라”며 떠날 것을 종용했다."(경향신문/2008년1월27일 인터넷기사) 는 기사를 보니 특정한 종교에 얽매여 본 적도 없고, 어느 종교가 더 우월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는 나와의 공통점 같은 걸 발견한 기쁨(?!)이랄까 뭐 하여간 그런 동족의식 같은 것이 생긴 것도 사실이다.

   책 앞날개의 글쓴이의 간단한 이력을 보면서 "골수(?) 크리스천일 꺼다."고 내 마음대로 판단해버리고 책도 그런 방향에서 읽어나갔는데, 지금 다시 책의 내용들을 머리 속에 떠올려보니 그는 이슬람교와 기독교의 가운뎃자리에서 객관적으로 혹은 둘 다 약간은 부정적인 입장에서 바라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400여쪽이라는 적지 않은 분량에 결코 가볍지 않은 종교라는 주제, 대충 훑어보아도 입문서 수준이 아닌 각주가 달린 어려운 책이겠구나 싶었다. 그럼에도 내가 이 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이슬람에 대한 궁금증 같은 것 때문이다. 어설프게나마 역사를 공부하면서 서양의 역사에 대해선 개론서나마 몇 권을 읽으면서, 아주 엷은 밑그림이나마 그리곤 했었는데, 무슬림 혹은 이슬람이라는 단어로 뭉뚱그려서 일컫어지는 중동과 아프리카 일부에 관해선 거의 아는 바가 없었기에 궁금했다. 그리고 제3자의 무관심과 나의 개인적인 무지로 인해, 국제뉴스란에서 종종 보이는 미국과 그들의 대립의 연원이 어디에 있는지도 궁금했었다.

   책은 1부 [무함마드와 예수, 무엇이 다르고 같은가]와 2부 [이슬람의 모든 것]의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글쓴이가 프롤로그에서 밝히고 있듯이 이슬람과 그리스도교의 창조적 만남을 위한 대화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각 주제에 대해 [꾸란],[하디스]와 [복음서]에서 무함마드와 예수는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는가에 대한 시각차를 보여주고 있다. 이슬람교에서는 알라는 신이고 무함마드는 "알라-하느님"의 메시야일 뿐이지만, 그리스도교에서는 예수에 대해 신성을 부여하고 그를 하느님과 동일시하고 있다. 이러한 그리스도교의 삼위일체에 대해 이슬람에서는 "마리아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는 알라의 사도에 불과하다."고 그의 신성을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알라 혹은 하나님에 대한 믿음에 대해서는 두 종교의 공통점을 찾을 수도 있겠다. 그에 따른 자선의 강조도 두 종교의 공통점이라 하겠다. 하지만 낙원(천국)에 대한 관점에서는 무함마드는 현재의 삶 다음에 오는 것으로, 예수에게는 신앙 속에서 이미 도래했다는 점과 내세에 장차 도래할 것이라는 이중적 의미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점을 보여주고 있다. 1부에서는 내가 별로 기대하지 않았던 예수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많이 나와(두 종교의 비교라는 관점에서 살펴보고 있는 글이기에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읽는 재미가 덜했다. 2부 [이슬람의 모든 것]이 원래 내가 기대했던 이야기이다. 이슬람의 성립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는 재미가 있었다. 지극히 세속적인 면이 다분한 나에겐 글을 읽지 못했고(그래서 문맹의 예언자라고 불리운다는 그), 어린 시절을 고아로 보냈다는 이슬람교의 창시자 무함마드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또한 아랍어로 편집된 이후 약 500년 동안 다른 언어로의 번역이 허용되지 않았다는 꾸란에 관한 이야기도 관심이 갔다. 예전에 이슬람교에 대한 다큐멘터리 중에서,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은행 이슬람은행에 대한 이야기를 보면서 의아했었는데, 이슬람을 지탱하는 5가지 기둥 중 Zakat(자선) 부분을 읽으면서, 그들의 사고방식이 조금이나마 이해됐다. 이슬람의 약사(史)까지 실려 있어,  이슬람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종교적인 감각이 매우 부족한 "나"이지만, 읽기에 버겁지 않은 이슬람에 관한 책이었다. 그리고 승자의 편에 서서 내가 마치 미국인이라도 된 양 "미국은 좋고, 그에 대적하는(?) 이슬람은 악하고, 폭력을 일삼는 집단이다."라고 은연 중에 내 안에 자리잡은 가치관을 깨는 데도 도움이 된 책이기도 하다. 나만큼이나 이슬람에 대해 무지한 사람이 있다면 한 번 읽어봐도 괜찮을 거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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