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는 왜 혼자인 여자가 많을까?>를 리뷰해주세요.
미술관에는 왜 혼자인 여자가 많을까? - 스스로 행복해지는 심리 치유 에세이
플로렌스 포크 지음, 최정인 옮김 / 푸른숲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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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관에는 왜 혼자인 여자가 많을까?]

    책 제목에서도 유독 "여자"라는 두 글자를 강조하고 있는 이 책은, 사실 "미술관"과는 전혀 관계없는 이야기다. 제목 때문이었을까..? 요즘 유행하는 그림으로 마음을 치료하는 그런 류의 심리학 책일꺼라 기대했었는데 말이다.  글쓴이는 플로렌스 포크. "미국 뉴저지주립대학교 영문학 조교수였던 플로렌스 포크는 두 번의 결혼과 이혼을 겪으면서 심리치료사로 직업을 바꾸었다."(책앞날개)

  

     여자이야기를 한가득 담고 있는 책이다. 심리치유에세이를 표방하고 있는 이 책은 글쎄... 글쓴이가 글 속에서 종종 경계하고 있는 자기계발서류의 책과 많이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 것은 나뿐일까... 자기계발서에서는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고 직접적인 조언을 해 주고 있는 반면, 이 책에서는 수많은 여자들의 수많은 인생사를 그저 소개하고 있고, 판단은 독자의 몫으로 남겨두고 있는 정도의 차이점이랄까..? 문화와 가치관의 차이 때문인지, 나는 이 책의 의의를 솔직히는 잘 모르겠다.

 

    이 책 속에는 글쓴이가 심리치료사로 20여년간을 일하면서 만난 수많은 여성의 이야기들이 실려있다. 어렸을 때 성폭행을 당한 경험을 평생 가슴에 담아두고 살아가는 여자. 몇 번의 이혼을 경험하고서도 "혼자"라는 사실을 수치스러워하는 여자. 결혼에 대한 생각은 없지만 즐기기 위해 남자를 만나는 여자. 결혼 없이 아이만을 원하는 여자.

   대부분의 여자들은 "혼자"라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고 글쓴이는 말한다. "혼자 사는 것에 대한 두려움 가운데 생존의 위협에서 오는 두려움은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더 큰 부분은 남자의 보호없이 사는 것에 대한 뿌리 깊은 두려움이다."(p18).  그 수많은 여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글쓴이가 하고 싶은 말은 여자 혼자라는 것이 결코 수치스러워해할 일이라거나 삶을 포기할 정도의 큰 일이 아니라는 걸 말해주고 싶은 듯 하다.

 

    글쓴이의 그런 생각에 반대를 표할 마음은 전혀 없다. 그러나 아마도 50이상의 나이가 되었을 것으로 짐작되는 글쓴이와 세대차가 있기 때문일까.. 글쓴이가 혹은 글쓴이의 내담자들이 우려하는 정도로 "혼자인 여자"에 대해 심각하게 이상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는 나로썬 글쓴이가 모든 사실을 지나치게 과장해서 언급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문화권의 차이에서 기인한 문제들 예를 들자면 단순히 즐기기 위한 남녀사이의 관계에 대한 시각 등에서는 내 생각과는 많은 차이점이 있어서.. 글쎄다.

  "혼자"라는 것, 인간관계와 앞으로의 내 삶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주긴 했으나 "스스로 행복해지는" 방법까지는 제시하지 못하는 약간은 어쩡쩡한 번역물이라는 생각이 드는 책.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 자신의 삶에 대한 되돌아봄의 시간 제공을 한다는 점?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혼자"라는 게 수치스럽다고 생각하는 사람.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 "이 책을 통해 나는 혼자가 되는 것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임을, 가능성으로 가득 찬 미지의 세계임을 여러번 강조했다."(p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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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 : 검은 관능의 시선 마로니에북스 Art Book 9
파올라 라펠리 지음, 박미훈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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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야"를 만나다.

그림, 아니 예술 전반에 대한 배경지식이 일천한 터라 좀 더 많이 보고, 좀 더 많이 알아둬야겠다는 생각, 자주 하게 된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너무 자주 인용되곤 해서 식상하게도 느껴지는 그 말은, 적어도 내겐 진리다!  미술에 대해 아는 바가 없으니, 잘 보이지 않고, 음악에 대해 아는 바가 없으니, 잘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그나마 최근들어서는 예술관련 서적을 접하면서 무식함이나 면해보고자 노력은 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고보니 내가 읽은 몇몇 권의 예술관련 책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마로니에북스에서 나온 책이다. 문화, 예술과 관련된 책을 많이 펴내는 출판사인 모양이다.

 

   이번에 내가 책을 통해 만난 화가는 "고야"다. 마로니에북스에서 나오는 ArtBook시리즈의 11번째 책을 통해서다.

고야.. 이 책은 고야의 삶과 그의 생의 배경이 되는 역사적 사건들, 그리고 그의 작품에 대해 소개하고 있는 책이다. 140여쪽, 많지 않은 분량이라 부담감 없이 볼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화가의 이름은 몰랐어도 그림 "1808년 5월 3일"(물론 이 작품의 정확한 이름을 확인하게 된 것은 이 책을 통해서이다.)은 역사 책 따위에서 자주 접했던 그림이다. 총을 겨누고 있는 군대와 흰 상의를 입은, 선해 보이는 한 남자가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와 같은 포즈로 손을 들고 있는 그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던 작품이다. 잔인하고 기괴한 이미지로 기억에 남아있던 "사투르누스" 역시 고야의 작품이었다는 걸 이 책을 통해서 확인하게 되었다. "옷을 입은 마하"와 "나체의 마하" 같은 그림들 역시 자주 봐왔던 그림인데 고야의 작품인지는 몰랐다. 그런 그가 나폴레옹과 동시대를 살았고, 네 명의 어린 자식들을  가슴에 묻어야 했다는 것도, 그리고 오랜 세월을 귀가 먼 채로 살았다는 사실도 몰랐었다.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사실들이다. 고야라는 사람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둥글둥글한 얼굴선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 그렇지만 쏘아보는 눈빛은 무척 날카로운 사람이라는 것도 이 책에 실린 여러 장의 자화상을 보면서 새겨둔 인상이다.

 

     다른 사람들은 이 책을 읽으며 어떤 즐거움을 느꼈을까...? 내가 이 책을 통해 얻은 즐거움과 만족감은 아주 단순한 것이다. "이 그림은 OO가 그린 XX라는 작품이다."고 말할 수 있는, 화가가 한 명 더 생겼다는 것. 그 화가가 어떤 삶을 살았기에 이런 작품이 나올 수 있었다는 걸 대강이나마 설명할 수 있게 됐다는 것.

    멋진 그림들로 눈은 즐거웠고,   "내게는 스승이 셋이 있다. 렘브란트와 벨라스케스, 그리고 자연이다."(p114)라고 말했던  한 사람의 화가의 생에 대해 알아간다는 생각으로 뿌듯함까지 느꼈던 책읽기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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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하는 힘>을 리뷰해주세요.
고민하는 힘
강상중 지음, 이경덕 옮김 / 사계절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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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턱을 괸 채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 중년의 아저씨가 괜히 불편했다. 표지디자인을 하신 분에게, 혹은 글쓴이에게는 결례의 말이 될 것 같은데, 내가 이 책을 자발적으로 펴들지 않았던 이유는 순전히 표지 때문이었다. 편하지 않는 느낌이랄까. 거기다가 제목은 [고민하는 힘]이다. 불편했다. 고민하지 않고 살아가고 있는 내 삶을 누군가 들여다보고 있는 듯한 불편함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굳이 이 책이 내게 날아든 걸 보면, 그래서 고민하며 이 책을 읽어낸 걸 보면 인연이었나 보다.  

 

    글쓴이 강상중으로 말할 것 같으면, "현재 도쿄 대학 정보학연구소 교수로 재직 중"(책 앞날개)인 재일교포 2세. 재일 한국인 되시겠다.  "일본인의 역사의 일부를 담당하면서도 그 바깥으로 쫓겨난 재일 한국인은 동시에 한반도 역사의 일부이면서도 그 탯줄에서 잘려나간 '디아스포라'적 '반(半)일본인(반쪽바리)'으로 취급받아 왔습니다."(p7) 재일한국인으로서 살았던 지난 생에 대한 고민이 이 책에 담겨있다. 아니다. 재일한국인으로 국한하기엔 좀 더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환갑을 바라보는 지성인으로서 살아왔던,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생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는 책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할 것 같다.

 

     "그 우울한 청춘의 시대"(p7)에 그에게 말을 걸어주었던 "나쓰메 소세키"와 "막스 베버"를 통해 그는 생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하고 있다. 고민하며 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고민의 주제는 9가지이다. 정체성에 대한 문제, 돈, 안다는 것, 청춘, 믿음, 일의 목적, 사랑, 죽음과 늙음까지... 가볍지 않은 고민들인데, 글쓴이는 무겁지 않게 이야기한다. 그게 이 책의 장점인 것 같다. 같이 고민해보자고, 차분히 생각해보자고 말을 건네주는 글쓴이.. 그 고민의 주제를 들여다보는 거울, 혹은 거름체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나쓰메 소세키의 문학작품들이다.

 

   그의 고민을 읽으며, 그간의 내 삶을 생각케 하는 책이었다. 공감가는 부분이 많았지만, "6장 무엇을 위해 일을 하는가?"의 결론이라 할 수 있는 "인간이라는 것은 '지가기 자기로 살아가기 위해' 일을 합니다. '자기가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어서 좋다.'는 실감을 얻기 위해서는 역시 일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p123)는 그 말에 특히 공감했다.

 

하나, 나쓰메 소세키를 찾아서 읽어봐야겠다.

둘, 막스베버의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은 내가 읽고 이해할 수 있을만큼 쉽게 씌여졌을까..?

셋, 할리데이비슨을 직접 타 봐야겠다는 결심이 서는 건 왜일까..?

넷, 고민해야겠다. 내 생을 고민하며 살아야겠다.

는 생각을 하게 했던 책. [고민하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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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는 미쳤다>를 리뷰해주세요.
스타는 미쳤다 - 성격장애와 매력에 대한 정신분석 리포트
보르빈 반델로 지음, 엄양선 옮김 / 지안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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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친(?) 스타들의 이야기.

     스타. 연예인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밤하늘에 뜬 별만큼이나 반짝이는 그 순간의 매력 때문에 시선을 끄는 그들. 음... [스타는 미쳤다]고...? 도발적인 제목이다. 무슨 이야기가 담겨 있을지 궁금하다. 스타라서 미친 걸까? 미쳤기(?) 때문에 스타가 된 걸까?  책을 펼쳐들기 전에 닭과 달걀의 선후관계를 따지는 것과 같은 호기심이 이는 것이 사실이었다.   

 

   이 책 [스타는 미쳤다]는 "스타"라는 제목보다는 성격장애와 심리학 쪽에 더 무게를 둔 책이다. 강박성 성격장애나 경계성 성격장애, 다중인격장애  등으로 대표되는 성격장애의 원인과 그 행동양상 등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고 아울러 그러한 성격장애들로 고통 받았던 유명연예인의 생을 간략하게 살펴보고 있는 책이 바로 이 책 [스타는 미쳤다]이다.

 

   대중의 끊임없는 애정과 관심과 감시(?)를 받아야 하는 연예인들의 삶은 결코 평범하지도 평범할 수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 언급된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았거나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해외의 유명 연예인을 예로 들 것까지도 없다. 우리나라에서만도 최근 몇 해 동안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연예인들의 죽음이 많았다. 그 대부분이 자살이었다. 이해할 수 없었다. 평범한 사람들이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화려함과 부와 명성을 가진 그들이 결국 스스로의 삶을 그렇게 접어버렸다는 사실이..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전부"는 아니지만, "왜"라는 의문 뒤에 붙였던 무수한 물음표 중 몇 개는 이제 지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일반화시켜 말하기는 힘들겠지만, 이 책에 언급된 많은 유명 연예인들은 어떤 공통점 같은 것이 발견되곤 한다. 커트 코베인의 경우처럼 "부모의 이혼으로 인한 트라우마 형성, 아동기의 과잉행동장애, 청소년기의 외톨이 생활, 약물 중독, 대단한 성공 속에서도 나타난 우울증, 마약에 취한 상태에서의 자살, 유서...."(p229)와 같은.. 그래. 일반화시켜 말하기는 힘들지만 보통 사람들에 비해 감정의 폭이 넓다고 해야할까.. 뭐 하여간 그런... 그렇기에 대중의 눈에 보이는 화려함의 양만큼이나 그들이 감당해야 할 그늘도 컸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 새삼스레 해 보게 되었다.

  "예술과 심리적 장애와의 연관성이 드러난다고 해서 음악가, 작가, 배우들을 폄하하거나 그들의 작품을 병적 심리의 표현으로 깎아내려서는 안 될 것이다. 스타는 심리적 장애에도 불구하고, 아니 바로 그런 장애 때문에 뛰어난 아티스트가 된 것이다."(p11)

  

   스타들의 화려함만이 아니라 그 뒷편의 아픔과 상처를 성격장애와 관련지어 생각해보게 했던 책. [스타는 미쳤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 유명연예인의 사례를 통해 심리학에 대해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심리학에 관심이 있는 모든 사람.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   "예술과 심리적 장애와의 연관성이 드러난다고 해서 음악가, 작가, 배우들을 폄하하거나 그들의 작품을 병적 심리의 표현으로 깎아내려서는 안 될 것이다. 스타는 심리적 장애에도 불구하고, 아니 바로 그런 장애 때문에 뛰어난 아티스트가 된 것이다."(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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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건방진 우리말 달인 - 달인편 건방진 우리말 달인 시리즈 2
엄민용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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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 부끄럽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정말 부끄럽다. 이 책을 읽으며 지금껏 내가 끄적거렸던 글은 대부분이 비문非文, 악문惡文이었다는 결론을 얻고 말았다. 내가 쓴 글이래야 책을 읽고 난 뒤에 쓴 서평이 대부분이다. 내 글이고 내 감상이니까, 내 마음 가는대로 그렇게 써왔는데, 그 글들을 글쓴이가 조목조목 나무라는 것 같다.  이건 이래서 잘못 됐고, 저건 저래서 잘못 됐다고...

 

   두렵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서평을 쓰자니 두렵다. 분명 읽었는데도, 쉽고 재미있는 책이라 읽으며 연방 고개를 끄덕였으면서도 자신이 없다. 글쓴이의 날카로운 지적을 비껴갈 자신이 없다. 내가 쓰고 있는 이 글이 또 한편의 비문非文 혹은 악문惡文의 대표적인 사례가 될까봐 두렵다. 오늘따라 이 빈 종이가 더 커 보인다.  그래도 써본다. "글쓰기 실력을 가장 빨리 키우는 비법은 아주 단순해. 무조건 쓰는 거야. 남의 도움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써 보는 거야."(p302)라는 글쓴이의 말을, 핑계삼아 의지 삼아 무조건 써본다.

 

    글을 쓴 사람은 엄민용,  "일간지 교열기자와 아나운서들의 모임인 한국어문교열기자협회 부회장"(책 앞날개)인 분이란다. [더 건방진 우리말 달인]은  "<건방진 우리말 달인>에 이어 이 책은 특히 생활 속에서 사람들이 많이 쓰는 단어만 모아 이해하고 외우기 쉽게 풀이했다. 게다가 띄어쓰기, 외래어 표기, 글쓰기 비법까지 모두 담"(책 앞날개)고 있는 책이란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우리가 쓰고 있는 말과 글에 대한 길잡이(길라잡이?) 역할을 하고 있는 책이다. 우리 말을 제대로 말하고, 제대로 글로 써왔는가를 반성하게 하는 글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생각했던 것은, 우리 말이고 우리 글이기에 많이 알고 있다는 착각을 해 왔다는 것. 잘 못 쓰고 있는 우리 말, 글이 셀 수 없을 만큼 많았다.  행가래(헹가래O/p126), 끝발(끗발O/p107), 째째한(쩨쩨한O/p100), 엄한 사람(애먼 사람O/p45), 걸판지게(거방지게O/p174) 따위의 말이 잘못된 말인지 모르고 썼다. 의심해 본 적 없고, 제대로 알고 써야겠다는 생각은 더군다나 해 본 적이 없었던 거다.

 

   우리 말, 글에 대한 글쓴이의 생각이 여러 곳에서 드러나는 책이기도 했다. 현 대통령의 "엉터리 국어실력"(p65)에 대해 지적하기도 하고,  몇몇 정부 문서에 대해서는 "우리말 공부를 한창 하고 잇는 외국인이 써 놓은 듯한 느낌이 들 정도"(p66)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우리가 널리 쓰는데 비표준어로 규정된 말 중에는 북한이 문화어로 삼은 것이 왜 그리 많은지 그 속사정을 도저히 모르겠"(p174)다고 혹시 "표준어를 정하는 기준에도 이데올로기의 음산함이 배어든"(p175) 것은 아닌지도 생각해보게 한다.

 

    말과 글이 그 것 자체로 하나의 생명체 같다는 생각도 했다. 시간이 가면서 새로운 생명력을 얻어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기도 하는 반면, 없어지기도 하고, 다른 의미가 더해지기도 하고, 원래의 의미가 사라지고 다른 뜻으로 사용되기도 하는, 생명을 가진 말과 글. 그러니까 항상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제대로 알고, 제대로 써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한 책이기도 하다. 

 

   한 가지 아쉬움이 남는다면, 잘못 사용한 말의 예로 들고 있는 일간 신문들의 인용방식. (조선일보), (연합뉴스) 등 신문 이름만 거론하고 있는데, 그 신문의 몇년도 몇 월 며칠의 기사인지를 알려줬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그 기사에서"만"(?) 잘못 사용한 말일텐데도,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않으니, 그 언론사 전체가 잘못된 언어를 사용하는 문제 집단처럼 생각된다는 건 괜한 걱정일까..?

 

  "더 건방진 우리말 달인"을 자청하고 있지만, 그다지 건방지게 느껴지지 않는, 매력적인 우리말 배움책. "이녁"이라는 호칭이 낯설지만 정감 있게 들렸던 책. 음.. 이제는 거꾸러 "덜" [건방진 우리말 달인]도 만나봐야 할 차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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