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하는 힘>을 리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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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하는 힘
강상중 지음, 이경덕 옮김 / 사계절 / 2009년 3월
평점 :
턱을 괸 채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 중년의 아저씨가 괜히 불편했다. 표지디자인을 하신 분에게, 혹은 글쓴이에게는 결례의 말이 될 것 같은데, 내가 이 책을 자발적으로 펴들지 않았던 이유는 순전히 표지 때문이었다. 편하지 않는 느낌이랄까. 거기다가 제목은 [고민하는 힘]이다. 불편했다. 고민하지 않고 살아가고 있는 내 삶을 누군가 들여다보고 있는 듯한 불편함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굳이 이 책이 내게 날아든 걸 보면, 그래서 고민하며 이 책을 읽어낸 걸 보면 인연이었나 보다.
글쓴이 강상중으로 말할 것 같으면, "현재 도쿄 대학 정보학연구소 교수로 재직 중"(책 앞날개)인 재일교포 2세. 재일 한국인 되시겠다. "일본인의 역사의 일부를 담당하면서도 그 바깥으로 쫓겨난 재일 한국인은 동시에 한반도 역사의 일부이면서도 그 탯줄에서 잘려나간 '디아스포라'적 '반(半)일본인(반쪽바리)'으로 취급받아 왔습니다."(p7) 재일한국인으로서 살았던 지난 생에 대한 고민이 이 책에 담겨있다. 아니다. 재일한국인으로 국한하기엔 좀 더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환갑을 바라보는 지성인으로서 살아왔던,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생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는 책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할 것 같다.
"그 우울한 청춘의 시대"(p7)에 그에게 말을 걸어주었던 "나쓰메 소세키"와 "막스 베버"를 통해 그는 생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하고 있다. 고민하며 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고민의 주제는 9가지이다. 정체성에 대한 문제, 돈, 안다는 것, 청춘, 믿음, 일의 목적, 사랑, 죽음과 늙음까지... 가볍지 않은 고민들인데, 글쓴이는 무겁지 않게 이야기한다. 그게 이 책의 장점인 것 같다. 같이 고민해보자고, 차분히 생각해보자고 말을 건네주는 글쓴이.. 그 고민의 주제를 들여다보는 거울, 혹은 거름체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나쓰메 소세키의 문학작품들이다.
그의 고민을 읽으며, 그간의 내 삶을 생각케 하는 책이었다. 공감가는 부분이 많았지만, "6장 무엇을 위해 일을 하는가?"의 결론이라 할 수 있는 "인간이라는 것은 '지가기 자기로 살아가기 위해' 일을 합니다. '자기가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어서 좋다.'는 실감을 얻기 위해서는 역시 일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p123)는 그 말에 특히 공감했다.
하나, 나쓰메 소세키를 찾아서 읽어봐야겠다.
둘, 막스베버의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은 내가 읽고 이해할 수 있을만큼 쉽게 씌여졌을까..?
셋, 할리데이비슨을 직접 타 봐야겠다는 결심이 서는 건 왜일까..?
넷, 고민해야겠다. 내 생을 고민하며 살아야겠다.
는 생각을 하게 했던 책. [고민하는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