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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수염의 첫번째 아내
하성란 지음 / 창비 / 200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너무 욕심을 냈다는 걸 알았지만 이 책을 만난 건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나를 칭찬해주고 싶다.
1999년 동인문학상으로 그녀의 이름은 금새 유명한 작가로 기억되었다. 그러나 정작 활자를 통해 만나는 것은 처음이다. 곰팡이꽃은 드라마로 연출되어 작품해석을 해주는 프로그램에서 만나게 되었고 그 방송으로 하성란이라는 소설가를 알게 되었다.이 소설집은 모두 11개의 짧은 단편집인데 열개만 넣을 수 있는 상자에 하나를 더 넣어 꽉 꽉 채운 것처럼 읽는 내내 참으로 탄탄한 책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목을 보고 소설을 고르는 경향이 있고 좋아하는 작가의 글을 편독하는 습관이 강한 내게 이제 그녀의 이름은 강하게 인식됨에 틀림없다.
*별 모양의 얼룩
아이를 잃은 슬픔에 잠긴 여자의 이야기로 실제1999년에 일어난 씨랜드화재 사건이 모티브이다.
무덤덤한 서술로 시작되는 소설은 곳곳에 잠재되어 있는 슬픔을 결코 드러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읽고 있는 나는 그만 울고 말았다. 메마른 이 소설은 아마도 독자를 모두 울게 하지 않았을까 싶다.
*푸른 수염의 첫번째 아내
미묘한 끌림의 제목의 이 소설은 결혼에 대한 경고문이라고 할까? 뉴질랜드에 살고 있는 남자와 결혼을 하게 되면서 뉴질랜드에서 살게 되는 여자의 이야기이다. 서로를 알지 못한 채 결혼을 하게 되지만 남편은 동성애자 였고 아내는 그 비밀을 결국 알게 되고 만다.
꿈같은 결혼은 금세 물거품이 되고 그녀는 그녀가 결혼의 상징처럼 여겼던 오동나무장롱에 갇히게 되고 결국 다시 이혼하고 한국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 모든 것을 함께한 오동나무장롱과 함께.

*파리
한적한 시골 마을의 경찰서의 두 남자와 두 여자의 이야기로 시골이라는 배경이 이 소설에는 무척 특색으로 적용한다. 경찰서의 남자들은 외지의 사람으로 이들에 대한 적개심이 마을을 하나로 묶어준다.
두 남자중 하나는 임순경으로 다른 남자는 사내로 두 여자중 하나는 처녀로 나머지는 여자로 쓰여져있다. 모든 남자들은 처녀를 원하다. 그러나 그건 아무 의미가 없는 것임을 왜 모르는걸까?
*밤의 밀렵
사망보험금지급을 위해 깊은 산중의 외진 산골의 마을에 실사를 나온 한 남자의 이야기로 파리와 같은 맥락으로 읽혀졌다. 외부인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못하는 마을사람들은 거의 모두가 혈연관계로 이뤄져 외부인과 소통을 하지 않는다. 결국 남자는 전임자와 마찬가지로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마을을 떠나게 된다.
*오,아버지
딸만 셋인 집안의 첫 째 딸이 주인공의 어린시절에 대한 기억으로 쓰여졌다.
실제의 아버지와 신앙의 아버지를 혼돈하는 여자 아이의 자아성장의 과정이 나타나는데 그 모습이 무척이나 귀엽고 진지하다.
*기쁘다 구주 오셨네
약혼자의 생일파티에 함께한 친구들 중 하나와 관계를 맺게되는 어이없는 상황에 놓인 여자. 그 과정에서 그들이 파우스트라는 이름으로 엮여졌다는 과거를 알게 된다. 
모두 자기는 아니라고 말하는 남자들은 거짓과 위선들로 꽉 차 있다. 여자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와이셔츠
넓은 집으로 이사를오고 건달이 되고 싶다는 소망을 가진 남편은 어느 날 갑자기 돌아오지 않는다. 아내는 평소와 같은 생활을 해나가고 꿈속에서 남편이 좋아하는 연을 본다. 크고 좋은 집으로 이사를 왔지만 부부는 함께하지 못하게 되고 아내는 남편이 남기고 간 와이셔츠로 연을 만들어 날린다. 하무와 부재속에 우리는 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쩌면 우리는 누구나 연을 품고 있고 연을 날리고 있는지 모른다.
*저 푸른 초원 위에
마당이 있는 집과 도시를 벗어나 교외에 살고 싶은 것은 누구나 바라는 행복의 조건인지 모른다.
소아마비를 앓는 아이를 가진 부부는 마당이 있는 집에 살지만 여전하게 불행하다. 그 넓은 마당에 누렁이가 아이를 대신하자 행복한 듯 보인다. 그러나 동네에 개 도둑이 들면서 남편은 점점 불행해하고 아이는 부부의 시선에서 더 멀리 떠나간다. 누렁이는 돌아오지만 아이는 사라진다.
우리가 찾는 보석은 무엇일까? 마음이 씁씁한 소설이었다.
*고요한 밤
목수가 되려고 은행을 퇴직한 남편과 백화점에 다니는 아내는 이사를 하게 되고 윗 집의 소음으로 고요한 밤을 만나지 못한다. 남편은 윗 집에 대한 복수를 감행하게 되는데 이 소설은 누구나 한번쯤 소음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백번 공감할 내용으로 이어진다. 발칙한 상상은 실현이 되기도 한다.
*새끼손가락
고요한 밤이나 만큼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택시기사인 섬뜩한 (?)남자와 손님이 된 극히 평범한 여자의 이야기로 읽는 내내 주인공 여자가 되어 초조와 불안에 휩싸였다. 그러나 결말은 맹랑한 반전이 있다. 그 반전은 직접 확인하라고 권한다.
*개망초
화자인 나는 이미 몇 달 전에 뺑소니에 치어 강물가에 버려졌다. 썩어가는 화자는 이제 엄마와 아빠와 친구를 낚시터를 기억하지만 정작 나는 찾지 못한다. 잊혀진다는 것은 한 순간임에 문득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하성란은 이 소설집의
주인공에게 특별한 이름을 주지 않았다.
여자,남자,남편,아내 그 뿐이다.11개 소설이 모두가 정교하게 쓰여져 있어 숨이 막히는 듯 한 느낌도 적지 않다.
섬세함을 배제하고 감정적인 표현은 극히 적다. 감성을 자극하는 글귀도 찾아 볼 수가 없다. 직시하는 눈빛만이 보여졌다.
쉽게 만날 수 없는 소재의 다양성이 참 좋았기에 반면에 그녀만의 숨겨진 부드러움을 발견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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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
은희경 지음 / 창비 / 199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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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않는다.' 책과는 상관 없는 이야기지만 나는 언제부터인가 전화를 할 때 마다 시계를 보는 습관이 있다. 상대의 시간을 너무 충내지 않나 싶은 초초감에 시달리곤 한다. 무엇이 나를 초초하게 했는지 글쎄 정확하게 꼬집지는 못하지만 나는 여유롭고 다른 모든 이는 언제나 바쁘다는 것이리라.
은희경의 소설을 읽는 것은 내게 큰 즐거움이다. 이 소설집에 대한 소리는 더구나 나쁘지 않았다.
나는 시계를 자주 보는 사람인데 행복하지 않는 사람일까?

명백히 부도덕한 사랑

부도덕한이라는 단어로도 충분하게 옳치않음이라는 말을 전하고 있는데 명백하게 라는 말을 덧붙임은 그녀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진정한 옳음이었을까?
유부남과 사랑에 빠진 나,그런 남편을 둔 어머니.
어머니와 나의 대화속에서 주인공은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그러나 결국은 그 모든 것에 속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사랑이라는 것은 결국 나의 행복을 위해서는 누군가의 불행을 몰고 오는지를 새삼 깨닭는다.
사실,극히 흔한 소재이고 진부한 소재이기도 하다.
마흔이라는 시간적 제약을 두지 않더라고 누구나 사람은 삶속에서 지루해하고 무언가 다른 것이 있지 않을까 꿈꾸기도 한다.
벗어나려고 하면서도 집착의 대상을 찾는 것이 인간이 견뎌야 할 고독의 본질인지도 모른다.-17쪽
이것이 사랑을 찾는 인간의 본연의 모습인지 생각하게 한다.
나는  어머니의 딸이며 어머니의 연적이었다.나는 그의 여자이며 그의 아내의 연적이었다.나는 그의 아내였다..53쪽
이 글은 왠지모르게 내게 큰 위안을 주었다.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
방백형태로 시작되는 이 이야기는 결말이 너무 쉽게 드러나 있어서 읽는 이에게 실망을 안겨주지 싶다. 혼자 남겨진 주인공의 방백은 신선했지만 스토리의 구성력은 너무 약하게 느껴졌다. 

서정시대.
제목에서 풍기는 그 자체로 얼마 전에 읽은 날씨와 생활과 비슷하게 다가왔다.
왜 그랬을까? 소녀의 이미지로 부각되는 주인공의 머리핀 때문이었을까?
성공한 중년 소설가는 은희경의 자전적인 모습인지도 모른다는 의문을 하게 만든다. 처음이라는 이름으로 붙여지면 괜시리 소중하고 숭고해보이는 사랑에 대한 시선을 달리하게 된다.
내가 당신에게 가진 의미도 당신이 나에게 같은 의미는 서로 다르다는 것은 많은 시간이 지나야만 보여진다.

지구 반대쪽.
지금이 지금이 아닌 그 어떤 곳에서의 시간의 흐름이 주인공을 혼돈스럽게 한다. 꿈속에서 만나는 나와 닮은 그녀를 만난다. 알 수 없는 곳에서 그 곳의 시간으로 시계를 맞추는 대로 살아간다면 과거의 내 모습을 찾을 수 있는 것인지 주인공은 고민한다. 그러나 지구 반대편이라는 소설은 머리도 없어 보이고 꼬리도 없어보이는 그녀의 몽환적인 냄새가 짙게 배어나온다.

여름은 길지 않다.
이 이야기는 작가의 새로운 어투가 엿보였다.
뭐랄까? 슬프지만 웃고 있는 피에로 같은 왠지 그렇게 느껴졌다.
세 남자와 한 여자의 반나절 동안의 발칙한 대화와 일탈이 낯설지만 누구에게나 한 번쯤은 꿈꾸는 동경이 아닐까? 나와는전혀 상관없는 사람과의 대화는 가끔 진실한 대화를 길어올리기 때문이리라.

인 마이 라이프와 멍은 내게는 깊게 다가오지 못했다.
멍은 고민하는 듯하지만 그저 평범한 우리네 삶의 모습이 엿보였고 인 마이 라이프는 추억을 이야기하고 사랑의 의미를 말하는 듯 보이지만 이 역시 끼어맞춘 추억과 사랑이라는게 부자연스러운 느낌이 강하게 들어왔다.

그녀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는 낯설지만 따듯한 무언가가 있다.
이해하기 어렵기도 하고 즐겁기도한 책이었다. 먼저 읽은 최근의 소설집보다 먼저 읽었더라면 더 달콤한 맛이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친다.
같은 맥락으로 이어지는 듯한 몇 편의 글들을 만나게 되니 살짝 씁쓸한 맛도 나지만 어쩜 그것이 그녀의 책으로 나를 이끌게 하는 강한 자석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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