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
은희경 지음 / 창비 / 199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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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않는다.' 책과는 상관 없는 이야기지만 나는 언제부터인가 전화를 할 때 마다 시계를 보는 습관이 있다. 상대의 시간을 너무 충내지 않나 싶은 초초감에 시달리곤 한다. 무엇이 나를 초초하게 했는지 글쎄 정확하게 꼬집지는 못하지만 나는 여유롭고 다른 모든 이는 언제나 바쁘다는 것이리라.
은희경의 소설을 읽는 것은 내게 큰 즐거움이다. 이 소설집에 대한 소리는 더구나 나쁘지 않았다.
나는 시계를 자주 보는 사람인데 행복하지 않는 사람일까?

명백히 부도덕한 사랑

부도덕한이라는 단어로도 충분하게 옳치않음이라는 말을 전하고 있는데 명백하게 라는 말을 덧붙임은 그녀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진정한 옳음이었을까?
유부남과 사랑에 빠진 나,그런 남편을 둔 어머니.
어머니와 나의 대화속에서 주인공은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그러나 결국은 그 모든 것에 속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사랑이라는 것은 결국 나의 행복을 위해서는 누군가의 불행을 몰고 오는지를 새삼 깨닭는다.
사실,극히 흔한 소재이고 진부한 소재이기도 하다.
마흔이라는 시간적 제약을 두지 않더라고 누구나 사람은 삶속에서 지루해하고 무언가 다른 것이 있지 않을까 꿈꾸기도 한다.
벗어나려고 하면서도 집착의 대상을 찾는 것이 인간이 견뎌야 할 고독의 본질인지도 모른다.-17쪽
이것이 사랑을 찾는 인간의 본연의 모습인지 생각하게 한다.
나는  어머니의 딸이며 어머니의 연적이었다.나는 그의 여자이며 그의 아내의 연적이었다.나는 그의 아내였다..53쪽
이 글은 왠지모르게 내게 큰 위안을 주었다.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
방백형태로 시작되는 이 이야기는 결말이 너무 쉽게 드러나 있어서 읽는 이에게 실망을 안겨주지 싶다. 혼자 남겨진 주인공의 방백은 신선했지만 스토리의 구성력은 너무 약하게 느껴졌다. 

서정시대.
제목에서 풍기는 그 자체로 얼마 전에 읽은 날씨와 생활과 비슷하게 다가왔다.
왜 그랬을까? 소녀의 이미지로 부각되는 주인공의 머리핀 때문이었을까?
성공한 중년 소설가는 은희경의 자전적인 모습인지도 모른다는 의문을 하게 만든다. 처음이라는 이름으로 붙여지면 괜시리 소중하고 숭고해보이는 사랑에 대한 시선을 달리하게 된다.
내가 당신에게 가진 의미도 당신이 나에게 같은 의미는 서로 다르다는 것은 많은 시간이 지나야만 보여진다.

지구 반대쪽.
지금이 지금이 아닌 그 어떤 곳에서의 시간의 흐름이 주인공을 혼돈스럽게 한다. 꿈속에서 만나는 나와 닮은 그녀를 만난다. 알 수 없는 곳에서 그 곳의 시간으로 시계를 맞추는 대로 살아간다면 과거의 내 모습을 찾을 수 있는 것인지 주인공은 고민한다. 그러나 지구 반대편이라는 소설은 머리도 없어 보이고 꼬리도 없어보이는 그녀의 몽환적인 냄새가 짙게 배어나온다.

여름은 길지 않다.
이 이야기는 작가의 새로운 어투가 엿보였다.
뭐랄까? 슬프지만 웃고 있는 피에로 같은 왠지 그렇게 느껴졌다.
세 남자와 한 여자의 반나절 동안의 발칙한 대화와 일탈이 낯설지만 누구에게나 한 번쯤은 꿈꾸는 동경이 아닐까? 나와는전혀 상관없는 사람과의 대화는 가끔 진실한 대화를 길어올리기 때문이리라.

인 마이 라이프와 멍은 내게는 깊게 다가오지 못했다.
멍은 고민하는 듯하지만 그저 평범한 우리네 삶의 모습이 엿보였고 인 마이 라이프는 추억을 이야기하고 사랑의 의미를 말하는 듯 보이지만 이 역시 끼어맞춘 추억과 사랑이라는게 부자연스러운 느낌이 강하게 들어왔다.

그녀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는 낯설지만 따듯한 무언가가 있다.
이해하기 어렵기도 하고 즐겁기도한 책이었다. 먼저 읽은 최근의 소설집보다 먼저 읽었더라면 더 달콤한 맛이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친다.
같은 맥락으로 이어지는 듯한 몇 편의 글들을 만나게 되니 살짝 씁쓸한 맛도 나지만 어쩜 그것이 그녀의 책으로 나를 이끌게 하는 강한 자석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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