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중과 함께 읽는 나쓰메 소세키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6
강상중 지음, 김수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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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쓰메 소세키의 책을 겨우 두 권 읽었다. 미완의 소설 『명암』과 단편과 수필이 수록된 『긴 봄날의 소품』이다,. 그러니 나는 아직 나쓰메 소세키의 매력을 안다고 말할 수 없다. 대신 책장에는 아직 그의 책이 많이 있으니 조만간 그를 더욱 좋아할 거라는 말을 할 수 있다. 이런 확신은 강상중의 『강상중과 함께 읽는 나쓰메 소세키』에서 얻었다. 나쓰메 소세키의 인생과 그의 문학이 추구하고자 하는 방향성에 대해 알려준 책이라고 해야 할까. 말 그대로 재일작가 강상중이 자신이 좋아하는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을 어떻게 읽었는지 알려주고 설명해주는 책이다.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고양이의 시선에서 바라본 인간 군상의 이야기『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산시로』, 『그 후』, 『문』과 『마음』을 어렵지 않게 소설의 시대적 배경이나 소세키의 상황이나 심리적 상태도 언급하면서 자신의 느낌을 들려준다. 서양의 문물을 받아들이고 그들을 쫓아 생활하는 일본에 대한 풍자나 비판, 당시 사회적 이슈가 되었던 사건을 자연스럽게 소설 속으로 가져오고, 자신의 경험을 소설 속에 녹여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앞의 세 권 『산시로』, 『그 후』, 『문』은 차례로 읽으면 더 좋을 것 같다. 순차적으로 주인공의 나이가 많아지고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준다고 할까. 얼핏 세 편의 소설은 등장인물의 관계와 그들이 겪는 갈등도 비슷하다. 놀라운 건 소설 속 인물이 현실에서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100년 전의 소설인데 말이다. 멘토를 만나고 사랑하는 누군가의 곁을 맴돈다. 소세키의 연애관이나 세계관도 마주한다.

 

 거장이라서 나쓰메 소세키를 만나기를 주저하는 이들에게 아주 유용한 안내서가 될 책이다. 소세키를 읽기로 계획한 이라면 이 책도 곁에 두고 같이 읽는다면 좋을 것이다. 먼저 이 책을 읽고 소세키를 읽어도 좋을 듯하다. 내 경우가 그러할 것이다. 누군가는 스포일러가 아니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확신하는데 그 정도는 아니다. 100년이 지난 현재에도 여전히 소세키가 사랑받고 많은 이들이 그의 소설을 읽는 이유는 무엇일까. 강상중의 이런 글이 답이 될 거라 믿는다. 우리가 고전을 읽는 이유와도 같을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소세키는 우리들보다 앞서 문명사적인 사건과 끊임없이 마주 해온 ‘선배’입니다. 그런 가운데 소세키는 심플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을 우리들에게 남겨주었습니다. 그것은 어떠한 비극이나 절망에 빠져도, 눈물을 삼키고 앞으로 나가가겠다는 ‘각오’ 같은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각오를 짊어지는 개인은 그저 고독한 가운데서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사람으로부터 사람에게로 전해지고 받아들여지고 또한 전해져 내려가는, 무척이나 커다란 ‘생명’의 흐름 안에서 살아가는 개인인 것입니다. 결코 끊어지지 않는 이 ‘생명’의 흐름을 어떤 의미에서는 ‘혼의 상속’이라 부르고 싶습니다. (『마음』을 읽다, 147~149쪽)

 

 종종 문학(소설)을 왜 읽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선뜻 대답을 찾지 못할 때가 많다. 단순하게 재미를 찾아서 읽기도 하고 좋아하는 작가의 소설이라 읽기도 하는데 강상중의 글을 빌려야겠다. 한 권의 같은 책을 읽고 그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룰 때 똑같은 의견은 찾아볼 수 없는 것처럼 문학의 힘은 다채롭다는 것을 기억하고 싶다.

 

 문학이란 그 자체에서 해답을 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문학은 독자들에게 수수께끼를 내는 것입니다. 어째서 이런 이야기를 쓰는지, 어떤 의도가 있는지를 생각함으로써 다양하고 풍요로운 해석이 가능해집니다. 다양성을 가진 소세키는 시로 그러한 작가라고 말할 수 있겠지요. 단순히 유머러스한 작가도 아니며 경박한 사회비평가도 아닙니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부조리함을 통렬히 느낄 수밖에 없는 우리들의 사회에서 소세키의 의미는 더더욱 깊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명사회는 위태롭다」, 60쪽) 

 

 내 책장에는 아직 『마음』이 없다. 곧 채워질 것이다. 강상중의 글을 읽지 않았다면 그 시기가 언제가 될지 장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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