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두 사람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5월
평점 :
절판


 김영하의 『오직 두 사람』은 쉽게 읽히고 재미있다. 단순하게 재미있다는 게 아니라 사유하는 즐거움을 안겨주다는 말이다. 표제작 「오직 두 사람」은 절대적인 존재와의 관계로 시작한다. 대학교수인 아버지와 딸은 말이 통하는 관계로 남다른 사이다. 다른 가족들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서로가 서로에게 종속된 관계, 수직적 관계. 그러니 병에 걸려 죽음을 기다리는 아버지 곁에 남은 건 딸뿐이다. 유독 가까운 딸과 아버지를 보면서 온전히 나를 이해하고 알아주는 존재는 누구인가, 생각하게 된다. 전부였던 존재의 부재 후 다가올 삶은 어떨까. 관계를 생각하니 결국은 두 사람 사이의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 아닐까 싶다. 적절하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게 얼마나 많은 정성과 노력을 요구하는 일인지도 생각하게 된다. 어린 시절 동창과의 만남 이후 삶의 변화를 원하는 「인생의 원점」에서도 마찬가지다. 첫사랑이라 여겼던 여자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지 않았더라면 좋았던 감정만 고스란히 간직할 수 있었을지 도 모른다. 그러니까 그가 생각했던 대로 ‘인생의 원점’을 잃어버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독특한 소재와 예상하지 않은 전개로 이어지며 소설 쓰기에 대한 고뇌와 갈등을 보여주는 「옥수수와 나」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전개의「슈트」도 흥미롭다. 말기 암 환자와 싱글맘이 되겠다는 여직원의 이야기「최은지와 박인수」로 보여주는 이기적인 인간의 본성과 누군가 삶을 조종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하게 만드는 「신의 장난」은 처음엔 소설에서나 일어날 일이지 싶다가 어딘가 내가 모르는 곳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니 섬뜩해진다. 언제부터인지 소설은 소설 속에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소설 밖으로 나와 우리 삶에 나란히 서 있다는 생각을 한다. 김영하의 소설집이 특히 그러했다.

 

 이 소설집에서 인상적이었던 소설은 단연 「아이를 찾습니다」였다. 그러니까 상실의 삶에 대한 이야기. 잃어버린 시점에 살고 있는 사람들, 어제와 오늘을 살면서 내일을 준비할 수 없는 사람들. 그토록 그리워했던 아이를 찾았지만 오히려 삶은 더 깊게 무너져내리고 끝나지 않는 삶은 새로운 고통을 선물하는 것이다. 아이를 찾기만 한다면 아이를 잃어버리기 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는 확신과 믿음은 성장할 수 없는 것이었다. 김영하의 말처럼 그 이후의 삶은 준비되지 않은 사람들이 여전히 우리 주변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떠올린다. 나와는 상관없다고 쉽게 잊어버린 일들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커진다.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는 소재라서 먹먹한 여운을 남긴다.

 

 “할 수 있다고 믿는 것과 실제로 할 수 있는 일은 큰 차이가 있어. 대부분의 사람이 그래. 지금은 날 위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겠지만 말야. 물론 그 마음이 진심이란 것 알아. 하지만 진심이라고 해서 그게 꼭 행동으로 이어진다는 법은 없어.「인생의 원점」, 93쪽

 

 7년 전 소설집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와 다른 점이 있다면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는 가정의 소설이 아니라 무슨 일이 일어났을 때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였다는 점이다.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든 해결책을 찾아 살아가아 한다는 것. 작가의 말처럼 ‘그 이후’의 삶 말이다. 기발하고 놀라운 소설을 통해 오늘을 사는 우리가 기억하고 견디고 있는 현실을 자각하게 만든다. 때때로 그게 너무 아파서 소리를 지르며 울고 싶게 만들지라도 우리에게 주어진 인생이 ‘그 이후’의 삶이라는 걸 부정할 수 없다.

 

 “이제 우리도 알게 되었습니다. 완벽한 회복이 불가능한 일이 인생에는 엄존한다는 것, 그런 일을 겪은 이들에게는 남은 옵션이 없다는 것, 오직 그 이후를 견뎌내는 일만이 가능하다는 것을.” (작가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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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03 17: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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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04 12: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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