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의 종말 - 탐욕이 부른 국가 이기주의와 불신의 시대
스티븐 D. 킹 지음, 곽동훈 옮김 / 비즈니스맵 / 2017년 10월
평점 :
절판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라는 말이 있다. 위기 상황이 닥칠 때마다 우리는 힘을 모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혼자보다는 둘이 낫고 둘보다는 셋이 낫다고 우리는 배웠으니까. 그런데 과연 국제사회에도 여전히 통용되는 말일까.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를 보면 세계화의 의미는 퇴색해지는 게 현실이다. 영국 경제학자인 스티븐 D. 킹의 『세계화의 종말』은 이러한 세계정세를 자세히 분석하고 탈 세계화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설명하는 책이다. 먼 미래가 아니라 가까운 미래에 우리에게 닥칠 문제들을 점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우리가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 궁극적으로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말이다.

 

 저자는 경제학자의 시선으로 접근한 게 아니라 세계의 역사, 지리, 정치 철학, 과학발전 등 전방위적으로 세계화의 과거, 현재, 미래를 다룬다. 산업혁명으로 절대 몰락하지 않을 것 같았던 대영제국의 처참함, 유럽의 열강이었던 스페인의 모습, 1930년대 대공황기... 때문에 한 권으로 요약한 세계사를 만날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가장 중점을 두는 건 정치적 이해관계와 세계 각국의 이익을 위한 갈등의 흐름을 살피는 데 있다.

 지난 세기를 돌아보면 강대국(미국, 소련)은 서로를 경계하면서도 힘을 과시하려 했고 개발도상국 역시 국가 간 협력을 위해 뭉쳤다. 그러니까 여러 국제기구를 만들고 가입하고 그 안에서 나름 발전을 해왔다는 말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UN, OECD, IMF를 시작으로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는 우선은 가입했던 기구들이 많다. 마치 성장과 발전이 보장된 것처럼 국제기구의 힘은 컸고 그에 대한 의존도는 높았다. 그만큼 자본주의와 자유시장의 세계화가 힘을 발휘한 것이다. 모두가 성장한 듯 보였지만 1980년대 이후의 자유무역 원칙들로 인해 쇠퇴기를 걷고 있다. 거기다 중국을 선두로 한 신흥개발국의 힘이 커지면서 세계화를 바라보는 시선이 급격하게 변화했다. 빠르고 놀라운 기술발전도 한 축을 거들었다. 우방이라 불리는 국가나 강대국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자급자족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면 불가피하게도 세계화와 이것의 하부 담론들을 바라보는 태도도 달라진다. 세계화에 대한 서구의 견해는 늘 일정했다. 세계화는 서구의 가치를 세계로 전달하는 것. 다만 각자 다른 역사와 신화를 지닌 세계의 여러 지역이 서구의 가치에 그다지 몰입하지 않았을 뿐이다. 게다가 서구가 아닌 세계의 눈으로 볼 때, 서구의 가치는 절대 일관되지 않았다. 이를테면 19세기의 제국주의적 태도는 20세기의 자결주의적 입장과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161쪽)
 
 저자는 21세기의 세계화에 대한 가장 핵심적인 건 사람, 기술, 돈과 관련된 문제라고 언급한다. 사람과 관련된 문제는 국경(國境) 없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뜻도 포함된다. 노동력의 확보, 자유로운 기술의 이동으로 더불어 발전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수많은 난민과 이민자들로 인해 수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국제사회가 도움을 주고 그들과 함께 성장했던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던 일들이다. 기술을 보면, 과학기술의 발전은 세계화의 도약의 발판이 될 수도 있는 반면 세계화를 파괴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세계 발전보다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금융은 움직일 거라 말한다. 당장 떠오른 건 핵과 인공지능이다. 둘은 다른 듯 보이나 같은 맥락이다. 기술발전으로 인해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건 노동자와 농민이다. 일자리는 사라지고 가난을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반대로 다국적 기업을 소유한 국가의 부는 급성장한다. 이처럼 세계의 경제적 파이는 커졌지만 이를 분배하는 과정에 갈등이 발생하고 이를 해결하려는 국제기구는 없다는 것이다. 거기다 테러의 공포에 두려움을 떠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서슴없이 전쟁에 가담하는 국가가 있는 게 현실이다. 과거 세계 평화와 안전을 위해 존재했던 국제기구들이 신뢰를 잃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성공적인 세계화는 단순히 시장이 주도하는 과정이 아니다. 이제 또한 국제적으로 서로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정할 수 있는 기반이 되는 사상과 제도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298쪽)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세계화로 얻었던 것들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것이다. 무조건 자국을 보호하려는 이기주의가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현실도 직시해야 한다. 물론 함께 몰락하는 걸 선택한 국가는 없을 것이다.‘세계화의 종말’이라는 다소 무섭고 거침없는 제목은 결국 다양한 세계화가 필요하다는 걸 알려준다. 한 권의 책을 읽고 세계화의 종말이나 비전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러나 세계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현재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의 위치와 상황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경제학을 공부하거나 국제정세에 관심이 많은 이들에게는 아주 유용한 책이다. 뉴스와 신문을 통해 정보를 얻는 나와 같은 보통의 독자에게도 훌륭하다. 세계화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않은 나의 시선을 확장시키고 질문을 던졌으니까. 세계화는 반드시 필요한가, 세계화로 인해 이익을 보는 건 누구인가, 세계화의 미래를 예측해 본 적이 있는가. 그러니 이러한 시점에 저자의 훌륭한 분석과 의견은 좋은 정보가 된다. 시기적절하게 세계를 읽을 수 있도록 도와준 유익한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