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난 주에는 큰언니 추도예배를 드렸다. 올해로 두 번째다. 짧은 예배를 드리고 우리는 저녁을 먹었다. 보기와 다르게 딱딱한 복숭아를 먹었고 드라마를 함께 시청했다. 큰언니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취업을 한 조카, 휴학을 했다가 뒤늦게 대학생이 된 조카, 자동차 에어컨이 고장 났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예배를 드리기 전 나는 배롱나무를 찍고 싶었다. 해가 저무는 시간이라 조카가 찍어왔지만 내가 원하는 사진이 아니었다. 다음 날 다른 조카가 이런 사진을 보내왔다. 나무 전체는 아니지만 내 마음을 읽은 조카가 고마웠다. 그러니까 8월에는 배롱나무다. 백일홍이라고 부르는 배롱나무, 이름이 왜 이리 예쁜가. 누가 이름을 지었을까. 나무들의 이름을 알아갈 때마다 그 누군가가 궁금하다.

여름의 끝에서 가을을 기다린다. 이 시기는 참으로 묘하다. 가을을 기다리면서도 여름이 조금 남아 있기를 바란다. 가을이 오면 겨울이 올 것이기에. 바람을 만나는 순간의 기분도 달라진다. 시원한 기분이 아닌 조금은 서늘한 기분. 해마다 돌아오는 시기를 해마다 만날 수 있음이 감사하다. 예전에는 당연했던 것들의 소중함을 생각한다.
8월은 어영부영 지낸 달이 되었다. 막바지 더위에 지치기도 했다. 9월에는 활기를 되찾아야 할 터. 좋아하는 소설로, 기대하는 책으로 힘을 얻어야지. 강화길의 『다른 사람』, 박민정의 『아내들의 학교』, 황정은의 『웃는 남자』, 리베카 솔닛의 『여자들은 자꾸 같은 질문을 받는다』에게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