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일기를 쓰는 기분이다. 몰아 쓴 일기라고 해야 맞겠다. 소설을 읽고, 소설을 좋아하고, 소설을 흠모하는 이에게 소설을 쓰는 작가는 대단한 존재다. 그러니 그런 소설을 심사한다는 건 얼마나 두렵고 어려운 일일까. 운이 좋아서, 그런 기회를 가졌다. 민음사가 주관하고 알라딘이 후원하는 <오늘의 작가상> 독자 심사위원이 되었고 지난 8월의 어느 날 심사과정에 참여했다.

 

 

 

 

 8편의 후보작들을 읽었다. 나름 열심히 읽으려고 노력했지만 좋아하는 작가의 소설을 읽는 것과 심사를 위한 읽기는 뭔가 비장한 느낌마저 들었다. 그나마 후보작으로 발표되기 전 이미 읽은 소설이고 일부는 리뷰를 작성했다는 게 다행이었다. 꼼꼼하게 세세하게 읽으려 하니 신기하게도 다른 것들이 보이기도 했다. 이를테면 처음엔 그냥 넘어갔던 문장이 새로운 의미로 나를 맹렬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것, 인물의 입장이라면 나는 어떨까, 하는 생각도 잠깐씩 하게 되었다. 그리고 오늘을 사는 우리와 문학의 접점은 무엇이며, 어떻게 나와 겹쳐질 수 있는지, 문학의 기능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나를 제외한 4명의 심사위원은 모두 전문가이기에 심사 일이 다가올수록 불안은 형태를 지녀 나를 괴롭히는 존재가 되었다. 떨림과 긴장으로 시작(아마도 나만 그랬을 것이다) 된 심사가 진행되면서 나는 그 순간이 참 좋구나, 즐겁구나, 체감하고 있었다. 한 권의 책을 읽고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 <오늘의 작가상>이 갖는 의미를 기억하는 것. 정말 뜻깊은 시간이었다. 아무 무늬 없는 무더위로만 채워질 올여름, 선명한 무늬로 새겨진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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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11 17: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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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11 17: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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