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이다.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었다. 바다가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작년과 올해의 여름은 조금 다르게 형성될 것 같다. 매년 5월과 6월에는 작약과 수국을 보러 수목원에 다녀왔는데 올해는 아무런 계획이 없다. 항상 언니와 같이 다녔기 때문이다. 쉽게 행했던 일들이 쉽지 않은 일들이 되었고 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 거라는 맹목적인 믿음은 존재할 수 없다는 걸 확인한다. 그럼에도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건 나무뿐이다. 거대한 바람과 비가 나무를 뽑아가는 경우도 있지만 말이다.

 

 아침마다의 산책은 조금 게을러졌다. 오늘도 눈을 뜨고 침대를 벗어나는데 15분의 갈등이 있었다. 햇빛의 세기가 강해지는 날들이 되었다. 나뭇잎이 우렁우렁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자세히 보지 않아서 언제 꽃을 피우는지 몰랐던 산딸나무의 꽃을 보았고 곧 자귀나무의 꽃도 만날 수 있다. 며칠을 벼르다 오늘 아침에는 산딸나무 꽃을 담았다. 나뭇가지가 높아서 꽃을 담기가 힘들었다. 사진을 찍으면서 무럭무럭 자라는 나무처럼 내 키도 계속 자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도 하는 아침이었다. 산딸나무 사진과 함께 좋아하는 가로등의 사진도 찍었다. 오랜만에 찍은 거라 괜히 미안했다. 다음엔 종종 만나는 고양이도 담아야지.

 

 

 

 

 

 

 

 

 싱그러운 소설을 읽고 싶다. 싱그러운 소설이 뭐냐고 묻지는 말아주길. 여름 같은 소설, 청명한 기운이 도는 그런 소설. 초록의 냄새를 맡는 듯한 소설. 그러나 읽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일. 책이란 도도한 존재다. 나를 읽어 봐, 나를 읽어야만 너랑 말을 할 거야, 하는 그런 존재. 싱그러움을 기대하는 소설로는 김영하의 『오직 두 사람제7회 문지문학상 수상작품집, 히라노 게이치로의 『마티네의 끝에서다. 시집은 신영배의 『그 숲에서 당신을 만날까 은 어떨까. 여름에 만나기를 기대하는 소설과 시집은 22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가인 강화길의 소설과 신철규의 첫 시집 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이다. 아, 최진영의 장편소설도 있다.

 

 

 

 

 

 

 

 

 

 

 

 가뭄이 길어지고 있다. 시원한 빗줄기를 기다린다. 내일과 모레,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지만 과연 얼마나 내릴지 알 수 없다. 붉은 장미는 조금씩 시들어가고 이웃의 블로그에는 작약의 사진이 올라온다. 언니의 퇴원 후 작약 대신 수국을 보러갈 수 있을까, 아마도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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