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형, 체 게바라
후안 마르틴 게바라 & 아르멜 뱅상 지음, 민혜련 옮김 / 홍익 / 2017년 1월
평점 :
절판


 혁명가의 가족으로 산다는 걸 상상할 수 없다. 보통의 삶이 아닌 정의를 위해, 온전히 타자를 위한 삶을 사는 부모나 형제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힘겨울 것 같다.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존재가 가족이라 해도 말이다. 체 게바라는 혁명의 전설이며 상징이다. 검은 베레모와 단호한 표정, 그리고 시가를 피우는 모습이 떠오른다. 쿠바의 혁명을 위해 투쟁하다 젊은 나이에 죽음을 맞이했다는 정도다. 그렇다. 나는 그에 대해 아는 게 없다. 무엇이 그를 혁명가의 삶을 살게 했는지, 왜 조국 아르헨티나가 아닌 쿠바의 영웅이 되었는지. 때문에 ‘체 게바라 50주기 추모작’『나의 형, 체 게바라』는 인간 체 게바라와 혁명가 체 게바라에 대해 알려줄 것 같았다. 물론 이 한 권의 책으로 체 게바라의 삶 다 말할 수도 없도 다 만날 수도 없다.

 

 책은 영웅 체 게바라의 죽음과 그 죽음의 진위를 확인할 수조차 없었던 가족의 안타까움으로 시작한다. 에르네스토 게바라의 막냇동생 후안 마르틴은 혁명가 체 게바라가 아닌 자신이 좋아하는 큰형에 대해 들려준다. 체 게바라의 삶을 동경했고 그를 지지한 사람이다. 평범한 아르헨티나 중산층 부모의 다섯 아이의 첫째로 태어난 그는 심각한 천식 때문에 유년 시절 학교에도 가지 못했다고 한다. 대신 어머니가 교육을 담당했고 집에는 항상 책이 많았다고 한다. 체 게바라의 혁명에는 자유로운 성향의 아버지가 아닌 어머니의 영향을 주었다고 동생은 말한다.

 

 그렇다면 의과대학에 다니던 평범한 청년은 어떻게 혁명가가 되었을까? 어쩌면 모든 건 우연으로 시작해 운명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반복된 일상에서 안위하는 게 아니라 이곳을 벗어나 다른 곳, 다른 세상을 꿈꿨던 단순한 오토바이 여행에서 체 게바라는 길가에서 만난 가난한 빈민들(강자가 약자를 무차별적으로 착취하는)의 현실을 마주하면서 온전히 자신의 존재를 바쳐할 것을 찾은 것이다. 그것은 혁명가의 삶이었다. 잘못된 것을 보고 잘못되었다 말할 수 있는 용기는 누구에게나 있는 게 아니다. 알면서도 모른 척 지나치고 나 아닌 누군가가 할 일이라 여긴다. 그러나 체 게바라는 달랐다. 바꾸려고 노력했고 끝내 바꿨다.

 

 ‘어머니, 저는 본질적으로 치유불능의 방랑자입니다. 정착민의 규범에 갇힌 의사라는 직업에 저는 그 어떤 미련도 없습니다. 제가 믿는 것이 최종 승리하리라는 사실에 대한 신념은 전혀 바뀌지 않습니다. 저의 유랑은 언제나 우리 가족의 기대와는 반대 방향일 테고, 이 여정을 끝내겠다는 결정은 절대 하지 않을 것입니다.’ (139쪽)

 

 쿠바에서 산업부장관까지 지낸 그는 멈추지 않았다. 콩고의 반군을 돕기 위해 게릴라 요원으로 활동했고 볼리비아의 혁명을 위해 투쟁하다 서른아홉의 나이에 생을 마감한 것이다. 그에게 누군가 만든 혁명은 의미가 없었다. 민중이 함께 모여 외치고 힘을 모아 나가는 것, 그것만이 진짜였다. 혁명가의 동생으로 후안 마르틴의 생도 평탄치 않았다. 좌파운동을 하다 8년 넘게 감옥생활을 한 프롤레타리아다. 그는 체 게바라가 쿠바나 볼리비아에서 하나의 상징이면서 관광상품에 지나지 않는다는 게 화가 나고 안타깝다.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체 게바라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후안 마르틴이 체 게바라의 생애를 통해 세상에 전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도 알 것 같다. 변화와 혁식이 필요한 세상에 새로운 체 게바라의 등장을 바라는 건 나 혼자만의 바람은 아닐 것이다.

 

 ‘세상은 체 게바라에 대해 왜곡된 시선을 갖고 있다. 과연 누가 체 게바라의 사상에 대해 알고 있는가. 내 생각에, 거의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당대의 위대한 마르크스 사상가 중 한 사람이었다. 이 사내가 무기를 들고 시대의 벽에 도전한 게릴라였다는 사실만이 훌륭했던 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는 스스로를 모험가라고 생각했지만, 자신이 선택한 진리를 위해 삶을 내놓고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죽기를 마다하지 않은 진정한 인간이었다.’ (3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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