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인간 - 제155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무라타 사야카 지음, 김석희 옮김 / 살림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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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범하다는 건 무엇일까? 모두 똑같다는 획일화의 뜻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무서운 말은 아닐까. 그렇다면 그것은 폭력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평범하다는 건 ​보통의 사고로 타인과 공감하고 살아간다는 말이기도 하다. 상대의 슬픔에 마음이 아프고 성공에 질투를 느끼지만 축하해 줄 수 있는 마음 말이다. 그러나 그것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아니, 그것을 표현하지 못하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2016년 제155회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무라타 사야카『편의점 인간』속 주인공 게이코도 그런 부류라 할 수 있다.

 

 서른여섯 살 게이코에서 18년째 같은 편의점에서 일한다. 대학 입학 후 시작한 일이 졸업 후까지 이어진 것이다. 직원은 아니다. 아르바이트생이다. 연애도 결혼도 하지 않았고 고향을 떠나 혼자 생활한다. 게이코는 자신의 생활에 만족한다. 편의점의 매뉴얼 대로 손님에게 인사를 하고 지정된 물건의 판매를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날짜가 지났지만 상하지 않은 편의점 음식을 먹는다. 처음부터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살아갈 생각은 아니었지만 면접을 보고 직장에 나가는 일이 게이코에게는 영 맞지 않았다. 그러니까 사회 부적응자라 할 수도 있다. 주변 사람들은 그녀를 가만두지 않는다. 친구들은 왜 연애를 하지 않느냐고 편의점은 그만두고 직장을 알아봐야 하는 거 아니냐고, 결혼은 언제 할 건지 재촉한다.

 

 편의점에서는 일하는 멤버의 일원이라는 게 무엇보다 중요시되고, 이렇게 복잡하지도 않다. 성별도 나이도 국적도 관계없이, 같은 제복을 몸에 걸치면 모두 점원이라는 균등한 존재다. (50쪽)

 

 연애도 한 하고 결혼에 생각도 없고 아르바이트만 하면서 살면 안 되는 것일까? 그래도 된다고, 선뜻 답을 할 수 있는 이가 얼마나 될까? 사실 게이코가 친구를 만나는 것도 평범한 삶을 흉내 내기 위한 것이다. 친구들이 나누는 육아, 결혼에 대한 이야기에 관심도 없고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 여동생의 조언으로 예상 질문에 답변을 하는 정도일 뿐이다. 게이코는 편의점에 있을 때 가장 완벽하고 손님을 대할 때 가장 편안하다. 규칙대로 행동하면 된다. 이상한 손님을 만났을 때, 물건이 떨어졌을 때, 모두 정해진 답이 있으니까. 그러나 사회에서는 그렇지 않다. 친구와 가족조차 어려운 존재다. 답을 찾을 수 없는 질문들, 이상한 시선들로 힘들기만 할 뿐이다.

 

 그런데 편의점에서도 그곳의 매뉴얼을 지키지 않으면 그들의 세계에 속할 수 없다. 지각에 근무태만인 시라하 씨가 편의점에서 쫓겨나 잘 곳도 없다는 걸 알게 된 게이코는 자신의 집에서 지내도 괜찮다고 말한다. 시라하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살고 싶다. 의도하지 않았던 동거가 시작되자 게이코의 동생은 언니의 연애를 반기고 시라하에게 남자 친구, 혹은 남편의 의무를 은근히 강요한다. 시라하의 제수도 빌려 간 돈을 갚으라며 게이코를 추궁한다. 시라하와 게이코는 연인 관계가 아닌 단순 동거인일 뿐인데 세상의 시선은 그렇지 않다.

 

 자신의 자리에서 즐겁게 열심히 일하고 생활하는 이를 우리는 평범이라는 잣대로 비정상으로 분류하는지도 모른다. 정상과 비정상, 그 기준은 누가 정하는 것일까. 편의점에서 나왔지만 다시 편의점으로 돌아가는 게이코. 그 안에서 게이코는 가장 빛나는 것이다. 다양한 삶의 방식을 인정해야 할 시대에 『편의점 인간』은 많은 질문과 생각을 안겨준다. 우리가 속한 사회가 삶의 가치와 개인의 행복에 대해 지정하고 강요하는 건 아닐까.

 

 “이제 깨달았어요. 나는 인간인 것 이상으로 편의점 점원이에요. 인간으로서는 비뚤어져 있어도, 먹고 살 수 없어서 결국 길가에 쓰러져 죽어도, 거기에서 벗어날 수 없어요. 내 모든 세포가 편의점을 위해 존재하고 있다고요.”(188~1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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