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모노레일 - 제1.2회 타임리프 공모전 수상 작품집
윤여경 외 지음 / 황금가지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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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것이 바뀔 수도 있지만 바뀌지 않을 수도 있지. 네가 선택해. 시간을 되돌려 줄까?”(「오버랩 나이프, 나이프」, 171쪽)

 

 현재는 분명 과거가 된다. 먼 훗날에는 지금 이 순간의 선택을 되돌리고 싶을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라고 말하는 이유다. 그러나 선택의 결과를 미리 알 수 없으니 어쩔 수 없다.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어느 시간을 선택할까. 누군가는 소중한 시간을 다시 만나고 싶을 것이고 누군가는 지우고 싶은 순간으로 돌아가고 싶을 것이다.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이기에 소설이나 영화에서 시간여행이 꾸준히 사랑받는 게 아닐까 싶다.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다양한 이야기를 타임리프 공모전 수장작품집『러브 모노레일』으로 만날 수 있다면 독자로서 반가운 일이다. 

 

 결혼을 앞둔 ‘늘’이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연인을 한자리에서 만나는 기발한「러브 모노레일」은 만화를 보는 듯하다. ‘늘’을 제외하고 모두 사귀던 당시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가장 순수했던 첫사랑, 가슴 아프게 엇갈린 사랑, 상상할 수 없는 미래의 사랑까지. ‘늘’은 자신의 사랑을 지켜낼 수 있을까. ‘늘’이라는 주인공의 이름이 의미심장하다.

 

 열차 폭발 사고로 선아를 잃은 「그날의 꿈」속 민호는 악몽을 꾼다. 꿈은 언제나 사고가 일어나기 몇 분 전이다. 어떻게든 사고를 막으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선아는 죽고 만다. 그러다 어느 순간 꿈에서 벌어진 일들이 현실과 이어진다. 꿈에서 벗어나 일상을 회복하는 어려운 상황에 이른다. 제발 민호가 꿈을 꾸지 않기를 바라다가도 꿈속에서 제발 선아를 구해오기를 바랄 정도로 소설에 빠져든다.

 

 자유자재로 원하는 시간을 오갈 수 있는 기계를 손에 쥔 남자의 이야기 「세이브」와 오직 주사위만으로 자신의 앞날을 예측하고 어떤 선택이든 그것을 후회하는 순간 과거로 돌아가는 「별일 없이 산다」는 누군가 한 번쯤 해보고 싶은 시간여행이다. 과거로 돌아가 잘못된 일을 바로잡고 돌아올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세이브」속 남자처럼 원하는 순간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면 현재에 최선을 다하기는커녕 대충 살아갈지도 모른다. 현재를 사는 게 아니라 과거를 산다고 봐야 할까.

 

 아버지의 폭력으로부터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살인을 저지르는 아들의 선택「오버랩 나이프, 나이프」에는 세 번의 시간여행 기회가 주어진다. 상황만 피할 수 있다면 다른 결과가 나올 거라 믿었지만 매번 결과는 똑같았다. 전혀 다른 시간과 다른 선택이 현재로 이어진다니 일어날 일은 반드시 일어난다는 말이 맞는 것일까. 우울해지는 소설이다.

 

 시간난민이 등장하며 세대에서 세대로의 시간 이주를 할 수 있는 「어느 시대의 초상」은 가장 매력적이다. 소설에서 한 세대는 무려 천년이다. 예상했든 시간난민은 가난한 사람들로 사채업자의 빚을 갚기 위해 원하지 않는 세대로 이주하고 가족과도 함께 살지 못한다. 세대가 바뀌었지만 모든 조형물은 똑같다. 원하는 시간으로 이동하기 위해 기계처럼 일하는 무기력한 삶은 우리 시대의 초상으로 다가온다.

 

 ‘모든 시간이 똑같다면, 모든 공간이 똑같다면, 그리고 모든 사람이 똑같다면 나는 어떻게 ‘나’일 수 있을까.’ (「어느 시대의 초상」, 142쪽)

 

 과거와 선택은 현재를 만든 지울 수 없는 삶의 이력이다. 어떤 선택을 하든 후회는 남는다. 후회는 옳은 선택을 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매일 돌이킬 수 없는 걸음을 걷는다. 흥미로운 시간여행에서 돌아오니 어제의 후회와 함께 아직 도착하지 않은 내일이 궁금해진다. 그리고 하나 더, 오늘을 후회 없이 살아야 한다는 진부한 다짐도 잊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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