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 천 개의 유혹 - 욕망이 만든 뜻밖의 세계사
에이자 레이든 지음, 이가영 옮김 / 다른 / 201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욕망은 어디에서 시작되는 것일까? 떠오르는 생각은 타인과의 비교에서 비롯되는 게 아닐까 싶다. 남들이 지닌 물건에 대한 욕심, 나는 왜 갖지 못했을까, 그들보다 더 아름다운 것을 갖고 싶은 마음. 그것을 소유하지 않았을 때 불행하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뇌. 『보석 천 개의 유혹 』을 읽으면서 나는 잠깐 가진 것들에 대해 생각했다. 서랍에서 잠자는 다이아 반지, 목에 걸린 평범한 목걸이, 나중에 하나쯤 갖고 싶은 우아한 진주 반지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고대사와 물리학을 전공하고 보석 디자이너이자 제작자인 저자 에이자 레이든은 독자가 이런 생각을 하기를 바라지 않았겠지만 나는 그랬다.

 

 책의 본문에 등장하는 보석은(사진, 그림) 정말 매혹적이다. 그것을 소유하기 위해 누군가는 사람을 속이고 심지어 사람을 죽이기도 했다. 나라와 나라 사이에 분쟁이 생겼다. 아름다운 보석에 숨겨진 역사라니, 얼마나 흥미로운가. 그렇다면 왜 보석일까. 인간의 욕망과 가장 많은 연결고리를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 욕망도 누군가의 마케팅이라면 어떨까? 안타깝게도 그렇다. 다이아몬드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건 바로 드비어스였다. 대중에게 환상을 심어주고 영화 속 여배우에게 다이아몬드를 제공했다. 그저 광고에 불과하다는 걸 알면서도 우리의 뇌는 약혼, 결혼반지는 반드시 드비어스로 해야 한다고 믿는 것이다. 보석의 가치는 결국 인간의 욕망이 만든 것이다.

 

 책은 이처럼 보석을 소재로 인간의 욕망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그러나 보석 전체를 다루는 게 아니라 다이아몬드, 에메랄드, 진주, 황금달걀과 역사 속 에피소드를 접목해 들려줄 뿐이다. 프랑스 혁명과 마리 앙투아네트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과 진주, 러시아 로마노프 왕조와 파베르제의 황금 달걀을 통해 보석의 상징적 의미를 보여준다. 거기다 양식진주 개발이 불러온 일본의 성장과 손목시계의 가치 변천사까지 들려준다. 저자는 보석이 정치적 수단이었고 권력의 상징임을 설명한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여러 면에서 마케팅의 귀재라 할 만했다. 여왕이 판 물건은 바로 자기 자신이었다. 진주가 엘리자베스 여왕을 대표하게 된 것은 단지 여왕이 진주를 무척 많이 가지고 있었고 항상 몸에 둘렀기 때문은 아니었다. 엘리자베스는 일부러 진주와 진주가 연상시키는 모든 덕목을 자신과 결부시켰고, 진주는 엘리자베스 여왕의 가장 핵심적인 통치 도구였던 거대한 상징화 작업에서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요소였다.’ (258~259쪽)

 

 저자는 보석을 통해 세계사를 들려준다. 색다른 시선이다. 그래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단순하게 보석과 세계사에 얽힌 에피소드가 아니라 보석을 통한 인간의 욕망과 경제학, 심리학을 두루 다룬다고 봐도 좋다. 그러니까 이 책은 누군가에게는 아주 흥미로운 역사서이고 누군가에는 물건의 가치, 광고, 가격을 매기는 경제학처럼 다가올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그저 아름다운 보석에 대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떻게 읽든 우리는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생각하게 만든다. 그것은 바로 욕망이다.

 

 ‘진짜 ‘보석’은 땅속이나 실험실이 아닌 인간의 마음속에서 태어난다. 보석은 힘을 가진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보석의 힘으로 세상이 바뀌기도 했다. 하지만 사실 보석은 그저 물건일 뿐이다. 보석은 우리를 살릴 수도 없고 죽일 수도 없으며 무언가를 만들지도 상상해내지도 못한다. 보석이 지닌 단 한 가지 본질이자 목적은 상을 맺고 다시 반사하는 것이다. 보석의 반짝이는 표면과 마찬가지로 보석이 할 수 있는 일은 단 하나뿐이다. 바로 우리의 욕망을 반사해 다시 우리에게 보여줌으로써 우리가 누구인지 알려주는 것이다. ’ (442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