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이 되었다. 아파트 화단에 자귀나무가 초록의 잎사귀로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겨울 동안 앙상했던 가지는 사라졌고 곧 꽃을 피울 초록이 가득하다. 자귀나무는 앞 동에만 있어서 창문에 기대어 그 꽃을 볼 수 있다. 예배를 드리러 가는 길에 만나는 5월의 보리는 4월의 보리가 아니다. 어느새 어린아이 키만큼 자란 보리는 싱그러운 기운을 뿜어내고 있다. 5월은 진짜 푸르고 빛나는 달이다.
가정의 달인 5월은 추도예배로 시작되었다. 지난주에는 할머니 추도예배를 드렸고 다음 주에는 아버지의 추도예배가 있다. 모이는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당연한 일이다.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대신 조용히 예배를 드리고 맛있는 저녁식사를 했다. 직접 기른 상추와 갓 뽑아낸 마늘종과 두릅으로 차려진 밥상은 곧 여름이 온다는 걸 알려주고 있었다. 이제 마늘을 캘 것이고 자두가 조금씩 자랄 것이다. 5월이 되면 나는 작약을 검색한다. H 님의 서재에 올라온 작약을 보면서 행복했다. 올해는 잊지 않고 작약을 보러 갈 것이다. 다음 주쯤 수목원에 가려고 한다.
봄이 가고 여름이 오는 날들. 『봄의 정원』이라는 예쁜 소설을 읽었다. 계획 없이 충동적으로 구매한 책이었고, 올리버 색스의 『온 더 무브』도 그러하다. 아직 읽지는 않았다. 5월의 소설로는 윤성희의 단편집 『베개를 베다』, 시집으로는 정영호의 『계속 열리는 믿음』을 읽으려고 한다. 아, 침대에 놓인 책도 읽어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