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조로운 생을 살고 있다. 단조롭다는 말은 간단하다는 말이 될 수도 있고 복잡한 삶과는 거리가 먼 삶이라고도 할 수 있다. 어느 시절에는 의도하지 않았던 삶이기도 하고 어느 시절부터는 만족과 충만으로 다가오는 삶이기도 하다. 단조롭다는 건 재미없다고 생각하는 이도 많을 것이다. 물론 그렇다. 같은 일상의 반복, 말 그대로 이벤트는 많이 일어나지 않는다. 하여 가끔 일어나는 사건들은 모두 눈을 뗄 수 없는 불꽃놀이나 거대한 산처럼 다가온다.

 

 사건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일 가운데 하나는 반가운 사람이 온다는 것이다. 지난 화요일에는 즐거운 기다림이 있었다. 가까운 곳에 살면서도 자주 만나지 못하는 언니를 기다리는 시간이었다. 평소와 다르게 화장도 하고 괜히 시계를 바라보는 시간이 늘어났고 화장실에도 자주 들락거렸다. 처음으로 운전을 하고 혼자 나를 만나러 온 언니도 나처럼 살짝 흥분된 듯 보였다. 우리는 겨울에 만났고 계절은 봄이 되었다.  조금 늦은 점심을 위해 찾은 카페에서 식사를 하며 소소하면서도 특별한 일상을 공유했다. 소년, 소녀가 아닌 청년으로 성장하는 아이들의 이야기, 점점 더 나약해지는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 변화를 시도할 수 있는 자신감을 놓치는 삶에 대해 말했다. 아프지 말아야 한다는 말, 결핍을 떠올리면 지금 상태가 얼마나 감사한지 알게 된다는 말은 서로에게 달콤한 약이었다.

 

 즐거운 기다림이 있는 반면 불안을 동반한 두려움도 있다. 어떤 결과를 기다리는 일이 그렇다. 최선을 다한 일에 대한 결과라면 불안을 동반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사건은 단조로운 삶을 복잡하게 만들고 흔들어 놓는다. 그것에 매달리게 만든다. 매달린다고 해서 결과가 번복되거나 달라지는 게 아닌데도 말이다. 안다는 것과 그것을 삶에 실천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다. 그것이 일치가 되는 삶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우리는 그럴 수 없다. 그리고 흔들리는 게 당연하다. 여우가 어린 왕자를 기다리는 충만한 즐거움처럼 즐거울 수는 없지만 그것에 매여 다른 소중한 것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일주일의 기다림이 나를 조금씩 흔들 것이다. 흔들리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도 나는 미세한 흔들림을 느낀다. 흔들리지 않으려고 책에 빠져들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쉽지 않다. 그래서 읽고 있던 책을 잠시 미루고 이런 책을 곁에 둔다. 미야베 미유키의 <비둘기피리 꽃>, 요네자와 호노부의 <빙과>, 찬호께이의 <기억나지 않음, 형사>. 세 권 중에 <기억나지 않음, 형사>는 읽었는데 정말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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