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 없이 살고 있나요? - 호스피스에서 보낸 1년의 기록, 영화 [목숨]이 던지는 삶의 질문들
이창재 지음 / 수오서재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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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모두 죽음을 산다. 삶은 죽음이라는 문을 열기 위한 여정이다. 이것을 모르는 이는 없다. 아무도 먼저 말하지 하지 않을 뿐이다. 잘 죽어야 한다는 말을 쉽게 내뱉지만 정작 그것에 대해 차근차근 준비하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가장 가까운 가족과 친구의 죽음을 지켜보면서도 곧 잊고 만다. 자만과 오만으로 나에게는 결코 어떤 일도 벌어지지 않을 거라 외면하며 살기도 한다. 그만큼 죽음은 두려운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사라진다는 것, 사랑하는 이의 부재를 견딜 수 없는 일이다. 

 

 ‘지금이 아니면 대체 언제 할 것인가. 실상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내일이란 그저 달력에만 존재할 뿐이다. 오늘, 이 순간의 호흡에 다음 호흡이 닫히면 삶은 뚝 끊어지고 만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걸 망각하고 자꾸만 내일, 내일로 미룬다.’ (36쪽)

 

 호스피스 병동에서 보낸 1년을 고스란히 담은 이창재 감독의 『후회 없이 살고 있나요?』는 죽음을 말한다. 아니, 삶을 말한다. 이미 다큐멘터리 <목숨>으로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안겨준 이야기다. 직접적으로 죽음과 대면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전국의 호스피스 병원을 방문하고 6개월이라는 시간을 기다려 모현 호스피스에서 촬영 허락을 받은 후 1년 동안 죽음과 동행하는 삶을 지켜본 기록은 그 자체만으로도 숭고한 울림을 준다.

 

 저마다의 사연은 아프고 가슴이 시리다. 일일이 나열할 수 없는 슬픔은 책을 잠시 멈추게 만들기도 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남겨 두고 떠나야 하는 비통함, 행복이라는 걸 만져볼 시간에 닥친 암 선고, 삶의 절반의 병마와 싸워온 외로운 삶, 혼자만의 골방에서 문을 닫고 죽음을 받아들이기 위해 견뎌야 하는 시간, 밤이 무서워 밤새 병동을 서성이다 새벽이 올 때 안도하며 잠에 빠져드는 두려움, 평온해진 영혼 때문에 육체도 나을 거라는 희망에 반하는 사실을 전해야 하는 의료진. 남은 시간을 고통과 절망이 아닌 기쁨과 즐거움으로 채울 수 있다는 걸 말하는 사람들을 통해 나의 삶을 생각한다. 지나온 시간에 대한 감사와 앞으로 살아갈 시간을 허투루 살지 말고 제대로 살아야 한다는 다짐을 하게 만든다.

 

 ‘삶이란 내게 잠깐 맡겨진 선물이라고 한다. 이 말처럼 우리는 유한한 생을 살아간다. 언젠가 이 선물을 되돌려줘야 하지만 그때가 언제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 선물을 얼마나 소중히 가꾸고 있는가? 질문하는 것조차 머뭇거리면 너무 늦을지도 모른다.’ (145쪽)

 

 어떤 삶을 살았든 죽음은 피할 수 없다. 죽음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다. 잘 사는 것만큼 잘 죽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면 이제 그것에 대해 진지하게 마주할 때다. 어쩌면 많이 늦었을지도 모른다. 그것은 지금 이 순간이 가장 빠르다는 말과 같다. 이 한 권의 책이 많은 이들이 우리에게 주어진 삶이 얼마나 고귀한 것인지 가슴에 새기게 만들 것이다. 징글징글한 삶이 아니라 아름다운 삶이라는 걸 말이다.

 

 ‘삶이라는 여행은 한 번에 끝이 나는 단속적인 것이 아니라 영원히 이어지는 영적 여행이다. 낮에서 밤으로 밤에서 낮으로, 현세에서 내세로 다시 내세에서 현세로 반복하는 여행. 그 여행을 하며 우리의 영혼은 점점 성숙해진다.’ (16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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