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11월이 되었다. 11월에는 11월을 노래한 시를 찾게 된다. 이규리의 「11월」로 시작하는 11월, 친구가 보낸 문자에는 나희덕의 「11월」이 있었다.
바람은 마지막 잎새마저 뜯어 달아난다
그러나 세상에 남겨진 자비에 대하여
나무는 눈물 흘리며 감사한다
길가에 풀들을 더럽히며 빗줄기가 지나간다
희미한 햇살이라도 잠시 들면
거리마다 풀들이 상처를 넣어 말리고 있다 (「11월」의 일부)
바람이 달라졌고 달라진 바람이 집 안으로 들어올까 무서워 동동거리는 날들이 시작되었다. 11월의 첫날에는 캔맥주와 치킨을 먹었다. 냉장고에 남았던 마지막 캔맥주였다. 캔맥주를 좀 더 마시고 싶은 밤이었다. 취하기 좋은 밤, 취해도 괜찮은 밤이 더 맞겠다. 11월은 마지막을 위한 마지막, 음력으로는 여전히 9월인 11월이다.
도서 정가제 실행을 준비하는 온라인 서점의 마케팅은 마지막이다. 마지막을 위한 마지막 구매를 시작했다. 그러니까 마지막을 위한 마지막은 계속된다. 구간 시집과 세계문학을 검색한다. 그러다 이런 표지가 반가워 다시 신간 검색. 김연수의 『사월의 미, 칠월의 솔』을 떠올리는 표지 염승숙의 『그리고 남겨진 것들』은 장편이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무조건 끌리는 시인의 산문집 『소란』, 박연준 시인의 첫 산문집이라 더 끌린다.
신중하고 신중한 마지막을 위한 마지막 첫 번째 리스트는 『열세 걸음』, 『왼손잡이』, 『프랑켄슈타인』,『다른 방식으로 보기』, 『여인의 초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