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00일 추모행사, 애도에 대한 기사를 읽는다. 죽음이 산재한 세상, 지구촌 곳곳에서 죽음이 발생한다. 어제 도착한 롤랑 바르트의 책을 읽는다. 일기라는 표현이 맞겠다. 매일매일, 짧은 글로 자신의 감정을 기록한 책이다. 어머니의 죽음을 애도하는 글, 어찌할 수 없는 슬픔을 읽으면서 죽음과 삶을 생각한다. 텅빈 어떤 공간을 생각한다.

 

 절망, 갈 곳 없는 마음, 무기력:그래도 여전히 맥박을 멈추지 않는 건 단 하나 글쓰기에 대한 생각. 그 어떤 즐거운 것피난처,  축복미래의 계획으로서의 글쓰기, 한 마디로 말해서 사랑으로서, 기쁨으로서의 글쓰기. 을 향하는 경건함으로 가득한 어느 여인의 가슴 벅찬 감동들 또한 다른 것이 아니리라. (1978년 11월 21일)

 

 내가 늘 두르고 다니는 검은색 혹은 회색의 목도리처럼 내가 입고 다니는 외투도 침울하다. 이런 내 모습을 마망은 분명 그냥 뇌두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그러자 내게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가 들린다. 좀 색깔이 있는 옷을 입고 다니렴. 처음으로 색깔이 있는 목도리를 두른다(체크무늬가 그려진). (1978년 3월 6일)

 

 모든 일들은 아주 빨리 다시 시작되었다:원고들, 이런저런 문의들, 또 이런저런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들, 그리고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가 원하는 것을(사랑을 또 인정받기를) 가차 없이 얻어내려고 한다:그녀가 죽자마자 세상은 나를 마비시킨다, 산 사람은 살아야 하는 거야, 라는 원칙으로. (1978년 6월 15일)

 어머니의 자족적이고 검소했던 삶, 물론 그녀가 당신만의 물건을 소유하지 않았던 건 아니다(금욕주의자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그 물건들은 아주 적다. 마치 그녀가 죽은 뒤에도 자신과 그 물건들이 분리당하지 않고 함께 하기를 원했던 것처럼. (1978년 10월 3일)

 장맛비로 습해진 공간을 제습기가 차지한다. 장맛비를 기다리던 날도 있었다고 말할 수 없는 순간이다. 활자화된 죽음과 애도를 마주하면서 점심엔 비빔면을 먹어야겠다고 생각하는 아침이다. 여지없이 계속되는 삶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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