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주문할 때마다 시집을 한 권씩 주문한다. 최근 내 곁에 온 시집은 한결같이 좋다. 

요동치는 마음을 위해, 편협한 마음을 위해, 시를 읽어야 한다. 이해하지 않아도 괜찮다.

때로 눈물 대신, 때로 분노 대신, 때로 슬픔 대신 시를 먹는다.

그리하여 시가 되는 꿈을 꾼다.

다시, 시를 읽어야 할 시간이다.

 

 

 

 

 

 

 

 

 

 

 

 

 

 

 

 

물방울들은 얼마나 멀리 가는가

새들은 어떻게 점호도 없이 날아오르는가

 

그러나 그녀의 발은 알고 있다

삶은 도약이 아니라 회전이라는 것을

구멍을 만들며 도는 팽이처럼

결국 돌아오고 또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것을

 

그러나 그녀의 손은 알고 있다

삶은 발명이 아니라 발견에 가깝다는 것을

가슴에 손을 얹고 몇 시간째 서 있으면

어떤 움직임이 문득 손끝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동작은 그렇게 발견된다는 것을

 

동작은 동작을 낳고 동작은 절망을 낳고 절망은 춤을 낳고 춤은 허공을 낳고

그녀의 몸에서 흘러나온 길이 어디론가 사라지고

 

그녀는 아는가

돌면서 쓰러지는 팽이의 낙법을

동작의 발견은 그때야 비로소 완성된다는 것을  

 

-나희덕의 <동작의 발견>,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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