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잡는다. 가름끈을 연다. 책을 읽는다. 아니, 잠든다. 책이라는 일상으로 돌아오는 과정은 매번 힘들다. 읽고 있다고 믿지만 책의 내용은 어디론가 흩어진다. 소설, 시, 인문, 철학, 어떤 분야든 그렇다. 약속이란 이름으로, 선물이란 이름으로 도착한 책들이 쌓인다. 그럼에도 다시 책을 주문하다. 다짐을 위한 변명과 함께 말이다.

 

 왜 이 책이냐고 묻는다면, 그저 그냥 끌림이라고 말한다. 책에 대한 정보나 소개글을 읽지 않았기에 나는 이 책에 대해 알지 못한다. 다만, 제목처럼『사라진 것들』에 대해 생각할 뿐이다. 우리는 모두 사라질 존재이므로. 아버지의 옷가지를 불에 태우면서 엄마의 사진도 함께 사라졌다. 큰 고모의 의도가 담긴 행동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도 나는 속이 상했다. 한강의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 는 한강이라는 작가가 이유다. 나는 한강을 좋아한다. 한강의 글에서 만나는 차가움 속에 감춰진 뜨거움을, 절망처럼 보이는 가늘한 희망을 나는 사랑한다. 이문재의 시집 『지금 여기가 맨 앞』은 출판사 트윗에 올라온 글을 주시하며 기다렸던 시집이다.  

 

 예고 없이 도착한『지금 당장 읽고 싶은 철학의 명저』는 예쁜 동생의 선물이다. 깜짝 선물은 언제나 즐겁다. 다정한 동생의 마음까지 담겼기에 행복하다.  아직 읽지 못한『이제야, 비로소 인생이 다정해지기 시작한다』와『가족 문제』는 좀 색다르게 다가올 것 같다. 인생과 가족이라는 단어의 울림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2014년 제5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은 내가 좋아하는 이웃에게 선물한 책이다. 그리고 내게도. 책으로 만난 사람, 책으로 깊어진 관계를 사랑한다.

 

 김훈의 『개』, 안현미의 『사랑은 어느날 수리된다』, 박범신의 『소소한 풍경』도 주문한다. 김연수의 산문집도 나왔다. 하지만 이 책이 먼저다. 세계문학으로 만나는『대성당』. 그나저나, 김연수의 산문집 소설가의 일은 언제 만날 수 있을까?  

 

 

 

 

 

 

 

 

 

 

 

 

 

 

 

 

 

 

 

 책을 잡는다. 가름끈을 연다. 책을 읽는다. 어김없이 책을 읽는 일상은 이어질 것이다. 조금은 천천히 말이다. 그리고 찬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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