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 - 이윤기가 말하는 쓰고 옮긴다는 것
이윤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3년 10월
평점 :
품절


 글에 대한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글쓰기란 제목을 지닌 책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어떤 목표를 향해 나가고 있지 않더라도 말이다. 목차를 훑어 내고 저자를 확인할 것이다. 그런 이유로 고 이윤기의 『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 는 당연 읽어야 할 책으로 분류될 것이다. 번역가, 소설가, 신화전문가 이윤기가 들려주는 글쓰기의 노하우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번역과 글쓰기에 대한 39편의 에세이를 통해 이윤기의 생생한 말과 글을 마주할 수 있다.  그가 쓴 소설과 번역한 작품을 접한 이라면 더욱 반갑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고백하자면 나는 그의 작품을 세 네 권 읽었고 읽지 않은 소설과 산문집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 그의 열혈 독자라 할 수 없다. 이 책을 통해 그가 신화에 대해 깊은 애정을 소설에 녹여내고 있다는 걸 알았다. 더불어 문학, 번역, 언어에 대한 생각도 만날 수 있다. 문학에 대한 그의 글에서 단호함이 전해진다. 새로운 무언가를 창작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는 말이 숨어 있다.

 

 ‘나는 문학을, ‘이름 붙일 수 없는 것’ 에다 이름을 지어 붙이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이름 붙일 수 없는 것’ 에다 이름을 붙이는 행위이지 ‘저 자신’ 에게 이름을 지어 붙이는 행위는 아닌 것이다. 학문은 나날이 쌓아야 하고, 도는 나날이 비워야 하듯이 ‘이름 붙일 수 없는 것’ 에다 지어 붙이는 이름은 나날이 늘려야 하고 ‘제 이름’ 에 붙는 이름은 나날이 지워가야 하는 것이다. 남의 얼굴 보고 이름을 지어야지 제 얼굴 보고 이름 지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67~68쪽, <얼굴 보고 이름 짓기> 중에서)

 

 뿐만 아니라 번역에 대해서도 그가 얼마나 단어, 문장에 본 뜻을 전하려 애썼는지 알 수 있다.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오역에 대한 사례도 들려준다. 그는 자신을 가장 행복하게 만들고 비참하게 만들어준 책으로 『장미의 이름』을 꼽으면서 오역에 대한 부분을 솔직하게 개정판의 글을 통해 인정한다. 그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는 철저하게 반성한다. 자유로운 영혼인 ‘그리스인 조르바’ 의 생생한 모습을 만날 수 있는 건 이런 그의 노력 덕분인 것이다. 정말 멋진 작가다.

 

 이 책은 비단 문학이나 번역처럼 전문적인 글쓰기에 대한 책만은 아니다. 이윤기의 글을 통해 우리는 말과 글을 제대로 사용하고 쓰고 있는지, 말이 지닌 의미를 올바르게 전달하고 있는지 묻기 때문이다. 속어, 비어, 줄임말을 많이 사용하는 현실을 돌아보게 만든다.

 

 ‘내가 부리는 말, 내가 부릴 말은, 되도록 많은 사람이, 되도록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말이다. 필요하다고 느껴지면 한자나 영어를 병기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극소수의 독자에게나마 정확한 의미를 전달할 필요를 느낄 때만 그렇게 한다. 하지만 한글 표기만으로도 의미가 정확하게 전달되는 경우가 굉장히 많아져서 그럴 필요를 느낄 때가 점점 줄어가고 있다.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272~273쪽, <내가 부리는 말> 중에서)

 

 많은 말을 하고 싶은 책이다. 그만큼 강렬하다. 다만 그대로 전하지 못해 안타까울 뿐이다. 단언컨대 이 책을 읽은 많은 이가 그의 책을 펼칠 것이다. 글을 통해 여전히 살아 있어 조르바처럼 춤추는 이윤기를 만날 것이다. 생각만으로도 설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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