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좋아하는 이에게 가장 좋은 선물은 책이다. 그것이 내가 읽고 싶었던 책이라면 더욱 반갑고 기쁘다. 최근에 친한 지인에게 선물한 책을 다른 지인에게 선물 받았다. 그 책은, 김 언의 시집 모두가 움직인다다. 선물 받은 책은 또 있다. 민음사의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 두 번째인 오현종의 달고 차가운이다. 조해진의 책에 이어 두 권을 나란히 놓고 보니 계속 모으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가까운 이가 읽고 추천하는 책이라면 주저 없이 곁에 두게 된다. 좋아하는 동생이 먼저 읽고 남긴 글을 보고 바로 구매한 조엘 디케르의 HQ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의 경우가 그렇다. 지인이 소개한 책이라면, 읽기 전에 기대가 상승한다. 이제 막 첫 장을 펼치려는 웬디 웰치의 빅스톤갭의 작은 책방은 그래서 더 궁금하다.

 

 

 

 

 

 

 

 

 

 

 

 

 

 

 

 

 

 

 

 엊그제부터 밤이 안온하다. 더위가 사라진 건 아니지만, 분명 바람이 다르다. 밤을 가르는 듯 우렁찬 벌레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누군가는 이런 다짐을 반복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밤이다.

 

 

  나는 항상 실패한다

 

  나는 항상 실패한다. 나는 항상 시도한다. 나는 항

 상 물거품이다. 나는 항상 신비하고 절망한다. 나는

 항상 이유다. 나는 항상 결론이고 거의 없다. 나는 항

 상 무한하고 있다. 나는 항상 결정적이고 온다. 멀어

 져가는 대상에 대하여 나는 항상 단정하고 대상이다.

 나는 항상 불가능하고 없다. 홀로 던져져 있다. 나는

 항상 마주하고 적이다. 흑이고 백이다. 나는 항상 흘

 러넘치는 선물. 거리 곳곳을 옮겨 다니는 식물. 어떤

 시각이든 필요하고 어떤 청각이든 고통을 빼먹는다.

 핑계가 아니면 변명으로. 흐름이 아니면 덩어리로.

 액체가 아니면 젤이라도 바르고 나타나서 밤을 움직

 인다. 밤에 움직인다. 나는 항상 서 있다. 거의 죽어

 있다.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묵직하게 달아나는

 영혼을 붙잡고 있다. 돌로 눌러놓고 있다. (125쪽, 나는 항상 실패한다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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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데이지 2013-08-15 0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인이 소개한 책이라면, 읽기 전에 기대가 상승한다라는 말씀 저 저 저 너무 공감해요~
왠지 믿고 본다고 할까요?ㅋㅋ

자목련님의 글을 보며
<엊그제부터 밤이 안온하다. 더위가 사라진 건 아니지만, 분명 바람이 다르다.>의 말씀에 끄덕이며
저도 평온해집니다.

자목련 2013-08-16 16:12   좋아요 0 | URL
그래서, 자꾸 읽고 싶은 책이 늘어나요. ㅎ

지금 이곳엔 바람이 가득해서 무척 시원해요. 이 바람을 블루데이지 님에게 보내드리고 싶어요^^

2013-08-16 00: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8-16 16:1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