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식탁엔 감자가 주인공이었다. 감자조림을 하고 싶었지만 감자볶음과 감자찌개를 했다. 음식 솜씨가 없어서 그냥 먹을 만 했다. 아니, 먹을 수밖에 없었다가 맞을지도 모르겠다. 감자볶음은 괜찮았지만 다시마와 멸치로 국물을 내고 고추장, 간장, 마늘, 올리고당으로 맛을 냈는데 감자찌개는 무슨 맛인지 모를 지경이었다. 요즘 제철 맞은 감자를 먹고 있다. 막 찐 뜨거운 감자와 커피를 가장 많이 먹는다. 소금만 넣고 찐 감자는 정말 맛있다. 본연의 맛이라고 해야 할까. 감자는 감자의 맛이 나고, 밥에서는 밥의 맛이 나고, 책에서는 책의 맛이 난다.  

 

 책은 소개나 추천의 글이 아닌 직접 읽어야만 맛을 말할 수 있다. 읽고 있는 책은 캐슬린 그리섬의 『키친 하우스』다. 나는 이 책이 무척 지루할 거라 예상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다르게 정말 재미있게 읽힌다. 그러니까 이 책의 맛은 달콤하다. 책의 맛은 어디서 느낄 수 있는 걸까. 문장, 사건, 구성, 캐릭터 설정, 홍보 문구, 작가의 이력에서도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김화영의  『여름의 묘약』은 표지와 제목에서 그 맛이 전해진다. 이 여름과 어울리는 톡 쏘는 청량음료나 시원한 과일 맛이라 해도 좋겠다. 그러가 하면 김영하의  『살인자의 기억법』은 무척 매울 것 같다. 내가 만나온 김영하의 소설에서 각인된 맛이라 그렇다. 할인행사를 시작한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중 아달베르트 슈티프터의  『늦여름』은 쓴맛이 날 것 같다. 늦여름은 마지막 여름이라 할 수 있으니 아쉬워서 쓴맛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가을이 오기 전에 늦여름을 곁에 두고 싶다.

 

 

 

 

 

 

 

 

 

 

 

 

 

 

 

 

 

 

 

 

 

 

 

 

 

 

 

 

 

 

 

 

 당신이 읽고 있는 책은 어떤 맛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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