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클래식 - 우리 시대 지식인 101명이 뽑은 인생을 바꾼 고전
정민 외 36명 지음, 어수웅 엮음 / 민음사 / 2013년 6월
평점 :
품절


 고전은 어렵고 지루하다는 편견이 있다. 모든 고전에 해당되는 말은 아니지만 일부 맞는 말이다. 고전을 읽는다는 건 도전이라 할 수 있다. 때문에 끝까지 읽어내는 끈기도 필요하다. 그럼에도 고전을 향한 애정이 식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속에 삶에 대한 웅숭깊은 지혜가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군가 대신 읽어주고 친절하게 해설까지 해주는 책『파워 클래식』이 반가운 이유다.

 

 책은 101명의 지성인이 한 지면을 통해 자신의 인생에 영향을 미친 고전을 추천한 책들 중 37명이 선택한 38권을 엮은 것이다. 고전을 추천한 이들은 소설가 김연수, 영화감독 김대우, 문학평론가 김형중, 한문학자 정민, 사회학자 송호근, 화가 김병종 등 문화의 선구자 역할을 하는 이들이다. 그들이 추천한 책은 인생의 책으로 빠지지 않는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 인 조르바』, 카뮈의 『이방인』과 같이 익숙한 책들과 이청준의 『당신들의 천국』, 박경리의 『토지』 같은 한국문학과 내게는 다소  생소한 다윈의 『비글호 항해기』, 토마스 만의 『토니오 크뢰거』까지 다양하다.

 

 37명의 저자들은 저마다 한 권의 책이 흔들리는 삶을 어떻게 붙잡아 단단하게 만들었는지 들려준다. 좋아하는 저자가 선택한 고전을 먼저 읽거나, 내가 읽는 고전을 저자는 어떻게 읽었는지 비교하며 읽어도 좋겠다. 같은 부분에서 밑줄을 그었다면 얼마나 짜릿하겠는가. 그들이 모두 학창시절에 고전을 만난 건 아니었다. 책이라는 게 어떤 시점에 읽느냐에 따라 전달되는 의미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아무리 훌륭한 고전이라 해도 누구에게나 다 좋은 느낌으로 남는 건 아니니까.  그렇기 때문에 자신에게 특별한 고전이 존재한다. 시인 김경주가 겨울이면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읽고, 청소년기에 『데미안』을 통해 아무런 깨달음을 얻지 못한 심윤경이 엄마가 된 현재 새로운 데미안과 마주하는 것이다.  

 

 이 책이 특별한 점은 37명이 지닌 고유한 글을 만나는 즐거움과 해당 고전에 대한 어수웅의 설명이다. 작가의 이력과 작품에 대한 설명이 고전에 거리를 좁히는 것이다. 부끄럽지만 아직 읽지 못한 고전에 대한 책은 더더욱.  김형중이 소개한 <당신들의 천국>은 앞 부분을 읽다가 멈춘 책인데, 어수웅의 이런 글이 인상적이다.

 

 ‘1970년대 개발 독재 한국 사회에 대한 알레고리가 『당신들의 천국』을 읽는 첫 번째 키워드지만, 작가 이청준이 묻는 자유와 권력, 개인과 집단, 자아와 세계, 그리고 사랑과 공동체에 대한 희망은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도 아직 펄펄 끓는 키워드다. 『당신들의 천국』이 지닌 문제의식은 여전히 젊다.’ (184~185쪽, 잃어버린 사유와 성찰의 시간 중에서)

 

 우리가 끊임없이 고전을 읽는다는 건 삶이라는 게 되돌이표와 같다는 걸 인식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의 욕망으로 쌍둥이처럼 닮은 잔인한 역사가 이어지고 있으니까. 그 역사의 고리를 끊기 위해 우리는 고전을 읽는다. 출구를 찾을 수 없는 인생의 미로 앞에서 우리가 주저앉지 않을 힘을 얻기 위해서. 안톤 체호프의 『세 자매』속 대사처럼.

 

 “우리 인생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 살아야 해! 음악이 저렇게 기쁘게 연주되는 걸 들으니, 조금만 있으면 무엇 때문에 우리가 살고 왜 고통을 당하는지 알게 될 것 같아. …… 그걸 알 수만 있다면, 그걸 알 수만 있다면!” (1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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