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시에 알람이 울렸다. 세탁기를 돌리고 건조대에 널려 있는 빨래를 갰다. 아침을 먹고 어젯밤에 챙긴 짐을 챙겨 길을 나섰다. 일찍 나섰지만 다시 오지 않을 4월의 주말을 즐기는 이들을 태운 차가 도로에 가득했다. 여행을 위한 길이 아니라 아쉽지만 어쨌거나 떠난 길 위에서 마주한 봄날은 황홀 그 자체였다. 노란 개나리, 분홍 진달래가 가득했다. 차에서 내려 노란 봄을 만져보고 싶었다.

 

 2시간 이상을 달려 도착한 이곳은 큰 언니집이다. 언니는 외출 중, 환기를 시키고 냉장고에 먹을 거리를 채운다. 쌀을 씻어 밥솥에 안치고 낯익지만 낯선 공간에서 벚꽃 대신 이런 책들을 본다.  어쩌면 이곳에서 주문하게 될 지도 모를 책이다. 매우 착한 가격(5500원)인제 4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주말』, 최은미의 『너무 아름다운 꿈 』이다. 

 

 

 

 

 

 

 

 

 

 

 

 

 

 

 

 

 

 

 

 나와 함께 온 책은 벚꽃을 닮은 표지의 박시하의 『눈사람의 사회』, 권여선의 『비자나무 숲』이다.  겨울이 지났으니 눈사람의 사회는 이 시집 속에만 존재할 터. 나는 이 봄에 겨울과 눈사람을 만날 것이다. 겨울이 기다렸던 봄을 살면서, 그 겨울에게 봄을 들려줄 수 있을까? 이 시집 한 권만 제대로 읽어도 완벽한 주말이 될 텐데...

 

 

 

  

 

 

  

 

 

 

 

 

 

 

 

 

 

 베란다에서 보이는 야트막한 동산에는 연두가 자란다. 봄이 세상을 물들인다. 모두가 봄이 되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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