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것들은 한꺼번에 온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그렇다. 예고된 것들이 아니기에 감당하기 어렵다. 좋은 일인 경우에는 내 기쁨에 취해 주변을 둘러보지 못하고 나쁜 일인 경우에는 절망하느라 나를 돌아보지 못한다. 한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계획되지 않았기에 내가 가진 능력의 한계를 시험할 수 있고 처음 당하는 일이기에 나중에는 누군가에게 경험자로서 위로하고 이해할 수 있고 나아가 조언을 할 수 있다. 그런 것이다, 삶이란.

 

 내가 좋아하는, 사랑하는 4월이 되었다. 4월에는 집을 비우는 날들이 많을 것이다. 실지로 나는 어젯밤 늦게 집으로 돌아왔다. 나무를 심는 식목일, 책을 심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감으로 이런 책들을 기다린다. 집에 있는 날들, 읽는다는 말을 차마 꺼내지 못하겠지만 매만지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황혜경의 첫 시집 『느낌 氏가 오고 있다』 와 김충규의 『라일락과 고래와 내사람』 이다.  두 권의 시집이 나의 4월을 채워줄 것이다.

 

 

 

 

 

 

 

 

 

 

 

 

 

 

 

 

 집을 떠나 있던 날, 나를 기다린 책들은 이렇다. 적확하게 말하자면 내 눈길과 내 손길을 기다렸을 책이다. 웅진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곰에서 나온 첫 책 김다은의 『금지된 정원』,  제 3회 문지웹진 수상작 『소설작법』, 읽고 싶었던 책이지만 읽게 될 날을 기약할 수 없는 황현산의 『잘 표현된 불행』, 아이 키우기의 새로운 혁명을 보여줄 『벌집혁명』이다. 읽겠다고 다짐했고 읽어야 할 책들이다.

 

 

 

 

 

 

 

 

 

 

 

 

 

 

 

 

 4월, 꽃들은 피기 시작하고 무거웠던 감정들은 조금씩 가벼워진다.  새소리는 더 가까이서 들려오고 창에 기대어 가만히 바깥을 바라보는 시간도 길어진다. 봄이라는 계절을 앓기도 좋을 4월이다. 어쩌면 올 4월 앓을지 모르겠다. 4월을 잃을지 모르겠다. 한 번이니 그래도 괜찮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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