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가게 - 제13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작 ㅣ 보름달문고 53
이나영 지음, 윤정주 그림 / 문학동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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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진 시간은 쓰기 나름이다. 어떤 이는 하루를 48시간처럼 쓰기도 하고 어떤 이는 12시간처럼 쓰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시간에 쩔쩔맨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는 특히 그렇다. 어린이 집을 다니면서 엄마는 시간을 분단위로 써야 한다. 그나마 여유로웠던 시간은 학교에 들어가면 찾기 어렵다. 일을 하는 엄마라면 등교 시각은 전쟁이다. 어디 엄마 뿐인가. 아이도 학교를 시작으로 경쟁이라는 세상에 발을 딛는 것이다. 남보다 늦지 않기 위해, 뒤쳐지지 않기 위해 아이들은 숙제를 하고 학원을 다니고 예습을 해야 한다. 그러니 나만을 위한 시간을 살 수 있다면 윤아처럼 당장 그 시간을 살 것이다.  

 

 동화 속 주인공 윤아는 초등학교 5학년이다. 아빠가 병으로 돌아가시고 보험을 하는 엄마랑 산다. 엄마에게는 윤아가 전부다. 윤아도 엄마가 전부다. 엄마는 윤아 공부를 위해 이사를 했고 밤 늦게까지 일을 한다. 엄마를 위해 1등을 하고 싶다. 1등을 하면 엄마가 좋아할 테니까. 그런 윤아에게 시간을 파는 가게는 놀라운 마법같았다.

 

 “이 시계가 이 세상에서 오직 너만 쓸 수 있는 십 분을 만들어줄 거다.”

 “죄송한데요, 저는 돈이 없어요…….”

 “네가 진심으로 행복했던 때의 기억을 주면 된단다.”

 “겨우 그거예요?” 16~17쪽

 

 윤아에게 행복했던 지난 시간은 겨우에 불과했다. 만약, 윤아와 같은 상황이라면 나는 어땠을까? 덥석 시계를 받아왔을 것이다. 중간고사가 있는 날 윤아는 할아버지에게 받은 시계를 돌려놓는다. 모두에게 멈춰진 시간, 수영의 답을 베끼고 1등을 한다. 수학 경시 대회에서도 전교 1등의 기억을 떠올린다. 하지만 시계는 돌아가지 않았다. 윤아는 할아버지를 찾아간다. 할아버지는 행복에 대해 말하지만 윤아는 중요하게 듣지 않는다.

 

 “머리로 만들어 낸 행복이 아니라, 몸과 마음이 기억을 하고 있는 것이어야지. 행복은 억지로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란다.” 99쪽

 

시간을 사려면 이제는 두 개의 행복한 기억을 떠올려야 한다며 시계를 고쳐준다. 윤아에겐 시간만 살 수 있다면 몇 개의 기억이든 상관없었다. 영어 인증 시험에서 대학생 오빠의 시험지를 보고 다시 최고 점수를 받는다. 캐나다에서 공부하고 온 영훈이도 윤아보다 낮은 점수를 받았다. 1등을 했지만 윤아는 즐겁지가 않다. 기억이 엉망이기 때문이다. 할머니와 다현이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생소하기만 하다. 함께 했던 시간과 기억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시간만 사면 행복할 줄 알았다. 그런데 내 과거도 현재도 엉망이 되어 버렸다. 지금 행복하지 않은데 엄마 말처럼 미래에 해복해질 수 있을까. 만약에 그렇다 해도 지금 내가 행복하지 않은데 무슨 의미가 있을까.’ 150쪽

 

 윤아는 할아버지를 찾아가 이번엔 기억을 산다. 자신의 시간을 팔고 행복한 기억을 사는 것이다. 대수롭지 않게 거래를 했지만 친구나 선생님과 이야기할 때 떠오르는 기억은 모두 윤아의 것이 아니었다. 그러니까 윤아의 몸과 마음이 기억하는 시간이 아니었다. 초등학교 5학년에게 행복한 시간은 어떤 것일까. 열두 살 소녀답게 연예인을 좋아하거나 외모를 치장하고 그래야 하는 게 아닐까.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윤아처럼 1등을 목표로 달린다. 10분도 아쉬워서 맘껏 놀지 못하고 학원 시간에 늦을까 초초하다. 정말 서글픈 모습이다.

 

 그런 아이들에게 시간을 팔고 행복한 기억을 산다는 이야기는 기발하지만 너무 잔인하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시간에 행복하게 보낼 방법에 대해 선생님과 엄마가 함께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줬더라면 더 좋았겠다. 그러니까 윤아가 1등인 수영이와 경쟁자가 아니라 친구로 다가가는 과정 말이다.  그건 시간의 주인이 되어 스스로 찾아야 할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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