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를 넣은 김치찌개를 끓이고 싶었다. 두부 부침도 하고 싶었다. 두부가 없기 때문에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도 모른다. 얄팍한 두께의 돼지고기를 김치와 함께 끓였다. 저녁을 먹으면서도 두부가 있었더라면 하는 생각이 사라지지 않았다. 우습게도 내일이면 잊어버릴 두부가 이 저녁을 지배한다.

 

 낮에 알라딘에서 머그가 도착했다. 탁상 달력과 다이어리도 도착했다. 내심 기다렸던 파란 머그였다. 다이어리는 노랑이었다.  빨강과 파랑 머그를 하나씩 더 들여야 겠다는 생각을 슬그머니 챙긴다. 빨강과 파랑, 노랑이 존재하는 저녁이다. 좀 전에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거래하는 은행에서 온 전화로 예금 안내에 관한 것이었다. 얼결에 나는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아직 퇴근을 못하셨냐고 물었다. 따뜻한 집 안에서 전화를 받으며 괜히 미안한 생각마저 들었다.

 

 주말엔 큰 언니가 다녀갔다. 언제부턴가 언니와 나의 대화엔 농담처럼 죽음이 등장한다. 죽음을 말하는 삶은 죽음을 인식하지 않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마음 속 생각을 말로 꺼내지 못했지만 말이다. 상실에 대한 책들이 눈에 들어온다. 최근에 읽어야만 했던 모든 이별에는 끝이 있다란 책 때문인지도 모른다. 롤랑 바르트의 『애도 일기』를 조만간 곁에 두지 않을까 싶다. 2013년, 첫 주문을 위한 리스트로 담아두었는데 보관함으로 옮겨질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런 책들을 담았다.

 

 

 

 

 

 

 

 

 

 

 

 

 

 

 

 천운영의 소설집 『바늘』, 김연수의 『나는 유령작가입니다는 아직 읽지 못했다. 장바구니와 보관함을 전전하다 2013년 첫, 주문으로 올 것이다. 강석경의 『신성한 봄』은, 봄을 기다리는 마음을 위한 것이다. 읽지 않을 책이 될 가능성이 높지만 D.H  로렌스의 『패니와 애니』도 있다.

 

 2013년 소망 리스트를 적었다. 작년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그러니까 나의 소망은 언제나 같은 소망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그렇다. 소망이 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어떤 위안이 된다고 해야 할까. 아니다, 게으른 자의 노력하지 않는 자의 변명일 뿐이다. 친한 동생의 말처럼, 내게는 아직 간절한 그 무언가가 없는지도 모른다. 간절한 그 무언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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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10 21: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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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11 22: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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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10 22: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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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11 22: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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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11 02: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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