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도 전에, 내용을 알기도 전에 함께 읽으면 좋을 이가 떠오르는 책이 있다. 아니, 어떤 책은 보자마자 누군가 떠오르기도 한다. 가을 선물로 책을 주문했다. 내게도, 선배 언니에게도, 지인의 생일 선물로 책을 주문했다. 교집합에 속하는 책들은 이렇다. 선배 언니와 함께 읽게 될 책은 박완서님의 산문집 세상에 예쁜 것, 『열두 겹의 자정』, 지인과는 친애하는 사물들이 그렇다. 나만을 위해서는 김혜순의 『한 잔의 붉은 거울』이다. 같은 책을 주문하니 주문 할 때마다 이미 주문한 상품이라는 안내가 뜬다. 이런 일은 매우 신나는 일이다. 내가 좋아하는 책을 좋아하는 이에게 선물하는 일이니까. 순차적으로 주문했지만 가장 먼저 책을 받을 이는 선배 언니가 될 것이다. 어쩌면 내가 가장 늦게 책을 받을지도 모른다.

 

 김혜순의 책 『여성이 글을 쓴다는 것은』을 조금씩 읽으면서 그의 시를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을 한다. 한 권씩, 한 권씩 그의 시집을 만나보려 한다. 내가 사는 곳은 태풍이 지나갔다. 많은 비가 내렸고 바람도 약하지 않았다. 다행이지만 지인들이 살고 있는 포항, 울산, 통영, 부산에는 피해가 많은 것 같아 걱정이다.

 

 운동회 소식이 들리는 걸 보니 차곡차곡 가을이 쌓여간다. 주말부터 강한 향기를 내던 꽃들은 하나 둘 시들고 있다. 조금씩 줄기를 자르고 물을 갈아준다. 장미 줄기에 가득했던 가시의 수는 줄어들고, 다물었던 백합은 노래를 부르듯 입을 벌렸다. 곧 추석이 다가온다. 징검다리 연휴라서 고향보다는 여행을 선택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추석 선물로도 균일하게 책을 선물하면 어떨까. 누군가는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며 거부하겠지만 그런 상상도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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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19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인들이 경상도에 골고루 계시군요.^^
김혜순 씨의 <여성이 글을 쓴다는 것은> 그 책 저도 있어요. (반갑네요.)
저도 김혜순 님의 시집과 이 책을 함께 읽어봐야겠네요. (아마도, 꽤 한참 후에 가능할 것입니다만.^^)

자목련 2012-09-20 00:49   좋아요 0 | URL
매번 태풍으로 저를 걱정해주신 분들인데, 이번엔 반대가 되었어요.
강원도도 비가 많이 온 걸로 아는데, 섬님은 괜찮으신가요?

같은 책을 갖고 있다는 건 기분 좋은 일, 저 책을 볼 때마다 섬님이 함께 떠오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