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스커레이드 호텔 매스커레이드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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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물은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그 모양이 달라진다. 물처럼 담는 그릇에 따라 변형되기도 한다. 물이라는 본질은 변하지 않은 채로 말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보여지는 모습에 따라 다르고 보고 싶은 마음에 따라 달리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있는지 모르겠다. 그러니까 인간은 때로 진짜 나를 감추기 위해 변장을 하거나 가면을 쓰기도 하는 것이다. 나쁜 의도가 아니더라도 말이다. 제목에서 암시하듯 히가시노 게이고의매스커레이드 호텔에서 형사 닛타가 열흘 동안 자신의 신분을 감추고 호텔리어로 살아야 하는 이유도 그랬다. 호텔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을 막기 위한 선택이었다.

 

 아무런 연관도 없는 세 명의 피해자, 사건마다 알 수 없는 조합인 두 개의 숫자만을 남긴 세 건의 살인사건에 숨겨진 단서를 통해 다음 서건 장소를 알아낸다. 도쿄 최고의 야경으로 유명한 최고급 호텔에서 과연 살인은 일어날까? 소설은 예고된 범죄 공간에서 사건을 막고 범인을 검거해야 하는 단순 명료한 추리소설의 형식과 요건을 갖추고 있다.

 

 형사들은 벨보이, 하우스 키퍼, 방문객, 프런트 직원으로 위장하며 수사한다. 범인에 대해 밝혀진 단서가 없으니 모든 인물이 용의자가 될 수 있다. 이 소설이 흥미로운 점은 그 공간이 바로 호텔이라는 점이다. 호텔은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출입한다. 더구나 호텔리어는 고객의 입장에서 그들을 보호하려 한다. 호텔리어인 나오미가 닛타와 마찰이 생기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닛타의 고교시절 교생 선생님이 과거의 오해로 호텔리어로 나타난 닛타에게 온갖 트집을 잡아도 불평이나 불만을 제기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결국 닛타 형사는 나오미에게 사건의 전말을 알려주고 협조를 구한다. 호텔에 대한 애정으로 나오미는 그를 돕지만 여전히 불만을 감추지 못한다. 그러니까 닛타는 호텔에 방문하는 모든 고객들을 의심하며 뒷조사를 하려는 반면, 나오미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고객을 옹호한다. 누군가에게는 잠시 머무르는 공간일지 모르지만 나오미에겐 소중한 추억이 담긴 곳이자 일터이니 당연한 일이다. 설사 그가 진실을 숨긴 채 가면을 쓴 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소설은 호텔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보여준다. 인간이 얼마나 위선적일 수 있는지, 인간의 집착이 얼마나 무서운지, 감춰진 욕망의 크기를 낱낱이 드러낸다. 숙박부에 기재하는 이름과 주소, 연락처가 가명인 경우는 허다하고 남의 눈을 피해 사랑을 나누는 위험한 관계를 지속하기 위한 방문도 많은 곳이 호텔이다.  내가 아닌 나로 살 수 있는 곳이기도 한 것이다. 물론 어느 공간이든 가능하지만 호텔이라는 곳은 허락받은 공간이라고 해야 할까. 색안경을 끼고 보면 사람들은 모두 위험한 존재이며, 속이려고 마음만 먹으면 남을 속일  수 있는 현재 우리 사회의 모습을 포착할 수 있는 공간인 것이다. 그것은 안락하고 편안한 객실을 위해 많은 감시 카메라가 함께 존재하는 것과 같다.

 

 열정과 패기만 앞세운 닛세와 어리바리한 아저씨 같지만 범죄 해석과 정보 수집에 탁월한 노세와 현장에서의 경험으로 탁월한 추리 감각을 선보이는 나오미의 활약은 소설의 흥을 돋군다. 짧은 시간 경찰이 아닌 호텔리어로 생활하면서 닛타는 타인에 대한 가면 벗기기가 아닌 이해의 폭을 넓히고 나오미 역시 닛타를 응원한다.  

 

 누가 범인일지 단 한 명의 고객도 놓치 수 없기 때문에 독자는 집중할 수밖에 없다. 방문객은 물론이며 내부의 호텔 사정을 가장 잘 알며 마스터키를 지닌 직원도 의심해야 한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함께 범인을 추리하고 예상 경로를 추리하는 동시에 인간 심연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때로 가면의 날로 채우고 싶은 욕망, 혹은 때로 가면의 날로 채워야만 하는 삶에 대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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