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란한 태풍이 지나가고 고요한 시간이 되었다. 다행스럽게도 이번엔 철저한 대비로 피해는 없었다. 청테이프를 붙인 창문은 당분간 그대로 있을 것 같다. 곤파스의 악몽을 기억하는 친구와 지인들은 안부를 묻는 문자를 보냈고, 나는 괜찮다는 답을 보냈다. 나는 먼저 그들을 생각하지 못했는데, 다정한 사람들이다.

 

 가을이라는 계절이 발 끝에 닿았다. 밤마다 발가락을 꼼지락 꺼린다. 곧 여름 이불과 옷들을 정리할 시간이 올 것이다. 두 계절이 겹쳐 지나는 시간은 불현듯 그리운 누군가가 있다. 용기 내어 연락을 하는 대신, 그저 마음이 담아둔다. 가을에게로 점점 가까이 다가가는 날들의 밤은 고요하고 고요할 것이다. 그런 밤에 나는 이런 책을 읽고 싶다.

 

 강풍이 불어오고 정전으로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올라 내게 온, 단정한 글씨체로 김연수라는 이름이 적힌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가을이지만 이상하게도 조용하고 슬픈 봄을 닮은 빛깔인 필립 지앙의  『나쁜 것들』, 아직 읽지 못한 하루키의 『4월의 어느 맑은 아침에 100퍼센트의 여자를 만나는 것에 대하여』, 진짜 가을 하늘을 연상시키는 요시모토 바나나의 『막다른 골목의 추억』을 읽으면 좋겠다.

 

 

 

 

 

 

 

 

 

 

 

 

 

 

 

 

 

 김연수와 하루키의 책은 점점 늘어간다. 가을이라는 비밀을 품은 밤은 점점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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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30 21: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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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30 21: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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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30 21: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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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31 09: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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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01 02: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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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02 08: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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