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걸려온 전화는 설렘과 동시에 불안을 안겨준다. 지난 금요일 걸려온 전화와 주말 오후에 걸려온 그것이 그러했다. 금요일에 걸려온 전화는 작은 아버지셨다. 어렸을 때 나를 무척 아끼고 예뻐해주셨는데, 어른이 되면서 명절이나 집안에 큰 일이 있을 때나 뵙는 분이다. 봄에 내게 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어떤 소식을 알려주려고 일부러 전화를 주신 것이다. 그 소식은 정보라는 말에 가깝겠다. 신문을 제대로 읽지 않은 나는 그 전화로 알게 된 소식이니까. 사촌들의 안부를 전하는 것으로 통화는 끝이 났다. 금요일엔 그 전화가 나를 붙잡고 있었다. 표현하지 않아도 항상 조카의 안부를 궁금해하고 계시다는 걸 알게 되었고, 고맙고 감사했다.

 

 주말 오후 드라마를 보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두 어 달 만의 전화였는데 친구는 갑자기 주소를 문자로 보내라고 했다. 문자를 보내니 다시 전화가 왔다. 내가 사는 곳,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이다. 하여 나를 보러 온다는 말이었다. 20여분이 지나고 도착한 친구는 나를 꼭 안아주었다. 우리는 대학 3학년 여름에 만났다. 방학 동안 아르바이트를 하러 간 곳에서 만났다. 그녀 역시 그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그곳은 내게 빨간 원피스란 별명을 붙여준 곳이다.

 

 짧은 시간 우리는 쉬지 않고 이야기를 나눴다. 눈과 눈을 마주하고, 한 번씩 손을 잡으며 말이다. 그녀가 남자친구와 함께 운영하는 카페에 대해서, 주인의 팔을 물어버린 그녀가 기르는 고양이에 대해서, 책에 대해서, 그리고 어떤 것들에 대해서. 언제나 그렇듯 내가 말을 많이 했고, 그녀가 많이 들어주었다. 김경주의 『밀어』에 대해 말하다 『패스포트』로 이어졌고 그 순간 나는 「3호선 버터 플라이」의 그녀에게와 「롤러코스터」의 괜찮아요 가 떠올랐다.

 

 

 

 

 

 

 

 

 

 

 

 

 

 

 

 

 

 

 빨간 원피스로 불리던 시절, 내 곁엔 언제나 그녀가 있었다. 그 후로 오랜 시간 소식이 끊어지기도 했지만 손을 뻗으면 언제나 그 손 끝에 그녀가 닿아 있었다. 많은 시간이 지났다. 우리는 늙어가고 있다, 그 늙음이 좋다. 우리는 내내 그렇게 늙어갈 것이다. 눈과 눈을 마주한 시간이 짧을 거라는 걸 안다. 그래도 내 안에 그녀가 살고 있으니 괜찮다. 그녀 역시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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