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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파는 상점 - 제1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ㅣ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5
김선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12년 4월
평점 :
사람들은 무엇이든 때가 있다고 말한다. 이 말을 달리 생각하면 오늘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지나고 보면 후회되는 게 바로 수많은 오늘이기 때문이다.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때는 공부할 때다. 학생의 신분인 그 시간을 맘껏 즐기라는 깊은 뜻이 숨어 있지만 공부하라는 말로만 들리기 십상이다. 과연, 학업이 우선인 학교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이가 몇 명이나 될까. 그렇다면 오늘이라는 시간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까. 1분 1초도 허비하지 않도록 촘촘한 계획표를 세워야 할까. 『시간을 파는 상점』은 잡을 수 없는 존재, 시간을 흥미롭게 다룬 책이다.
주인공 온조는 평범한 여고생이다. 소방대원이었던 아빠가 돌아가시고 엄마와 사는 씩씩하고 당찬 소녀다. 엄마를 도우려고 이런 저런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학생 신분에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았다. 그러다 생각한 게 바로 <시간을 파는 상점>이다. 말 그대로 누군가가 원하는 시간을 파는 것으로 의뢰인의 시간을 대신해서 온조가 일을 처리해주는 일이다. 온조는 이제부터 시간을 관장하는 ‘크로노스’다.
온라인에 카페를 개설하자, 들어온 의뢰는 훔친 물건을 제자리에 돌려놓는 일이다. 그것도 몇 일 전 학교에서 일어난 도난 사고다. 거절하려 했지만 돈은 입금 되었고 온조는 울며 겨자 먹기로 일을 진행하면서 의뢰자 ‘네곁에’를 찾아 나선다. 도난당한 물건이 돌아오자 학교는 다시 술렁인다. 은조는 사건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아이들을 주목해보지만, 같은 학년이라 해도 ‘네곁에’가 누구인지 온조는 알 수 없다. ‘네곁에’를 찾는 동시에 또 다른 일을 맡는다. 이번엔 의뢰인 ‘강토’을 대신 해 할아버지와 밥을 함께 먹는 일이다. 장소와 시간만 알려줄 뿐 다른 것 아무 것도 없다.
온조는 할아버지에게 안타까운 사연을 듣는다. 남은 여생을 자신을 위해 보내기 위해 할아버지가 여행을 떠난 사이에 혼자 남은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것이다. 외국에 사는 아들에게 소식을 전해씨만 강토 아빠는 바쁘다는 이유로 할머니의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온조는 시간은 만들 수 없다는 것,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책은 시간을 파는 상점의 주인인 크로노스와 평범한 고교생인 온조의 일상을 통해 온라인이라는 공간에서 솔직한 더 자유롭게 솔직한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심각한 학교 폭력과 왕따 뿐 아니라 학교에서 벌어질 수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비롯하여 재혼 가정의 장단점을 말하는 난주와 부모의 과한 기대로 외로운 혜지를 통해 방황과 혼란으로 힘든 아이들의 고민을 들려준다. 그 시간을 견딜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곁에 있는 선생님과 친구, 가족이라는 걸 알려준다. 온조에게 엄마가 들려주는 말처럼 말이다.
“엄마는 늘 시간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있을 거라고. 그런데 그 시간은 어떤 예고도 없이 사라져버렸어. 늘 바쁘다고 하면서 필요 없는 시간들을 너무 많이 소비하면서 시간 없다고 한 거라는 것을 알았어. 엄마는 다시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아. 엄마는 소중한 사람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하고 싶어. 그게 결국 엄마를 행복하게 해줄 거라고 믿어.” p. 150
바쁘다는 이유로 나중으로 미룬 시간들이 남아 있을 거라 믿지 말고 지금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라는 것이다. 혼자가 아닌 함께 보내는 시간이 더 많은 추억을 남긴다는 건 당연한 진리이니까. 좋은 것을 먹을 때, 멋진 풍경을 마주할 때, 가족이나 사랑하는 이가 떠오르는 것처럼 말이다.
공평하게 주어진 시간이지만 내게 속한 시간을 사랑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그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게 감사한 일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 시간들을 간직해야 한다고. 나를 사랑하는 사람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 공부를 하고, 함께 웃고, 함께 슬픔을 견디는 일상을 소중하게 여기라고. 그러니 무엇이든 때가 있다는 건 진부하지만 기억해야 할 말이 아닐까.
‘시간은 ‘지금’을 어디로 데려갈지 모른다. 분명한 것은 지금의 이 순간을 또 다른 어딘가로 안내해준다는 것이다. 스스로가 시간을 놓지 않는다면.’ p. 219
청소년의 마음을 잘 보여주는 소설이다. 문자나 온라인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소통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정확하게 그려 담았다. 더불어 그 시간들이 앞으로 시간들을 위해 얼마나 중요한 시간인지 말한다. 잔소리가 아닌 같은 시간을 살며 같은 고민을 하는 목소리를 통해 들려줘서 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