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밥을 먹은지 두 시간도 지나지 않아 커피와 싹을 잘라내고 구운 감자를 먹었다. 누군가에게 특별한 오늘, 언니가 심은 피망은 잘 자라고 있다. 피망에 물을 줄 때마다 집으로 돌아간 언니를 생각한다. 예전과 다르게 자주 다니러 오지만 그래도 생각난다.  

 

 

 

 

 

 

 

 

 

 

 어제는 언니가 심은 가지가 꽃을 피웠고 오이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내년에는 피망 대신 토마토를 심어야 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언니가 심었다는 가지의 꽃을 떠올리니 유희경의 시집 『오늘 아침 단어』가 생각난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 시집에 ‘심었다는 작약’ 이란 제목의 시가 떠오른다.

 

  

 

 

 

 네가 심었다던 작약이 밤을 타고 굼실거리며 피어

나, 그게 언제 피는 꽃인지도 모르면서 이제 여름이

라 생각하고, 네게 마당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면서

그게 아니면, 화분에다 심었는지 그 화분이 어떻게

허연빛을 떨어뜨리는지 아는 것도 없으면서 네가 심

은 작약이 어둠을 끌고 와 발아래서 머리 쪽으로 다

시 코로 숨으며 번지며 입에서 피어나고, 둥근 것들

은 왜 그리 환한지 그게 아니면 지금은 어떻게 설명

해야 하는지 가르쳐주지도 않으면서, 봄은 이렇게 지

나고 다시 여름이구나 몸을 벽에 붙여보는 것이다 그

러니 작약이라니 나는 그게 어떻게 생긴 꽃인지도 모

르고 나도 아니고 너는 더구나 아닌 그 식물의 이름

이 둥그렇게 떠올라 나는 네가 심었다는 그것이 몹시

궁금하고 또 그런 작약이 마냥 지겨운 건 무슨 까닭

인지 심고 두 손을 소리 내어 털었을 네가, 그 꽃이.

심었다던 작약이 징그럽게 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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