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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번째 아이 - 제12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작 ㅣ 보름달문고 48
이은용 지음, 이고은 그림 / 문학동네 / 2012년 1월
평점 :
상상하는 대로 이뤄지는 세상이 올 꺼라 알고 있었지만 빠르게 발전하는 이 시대를 나는 감당하지 못한다. 얼굴을 보며 전화를 하거나 집 밖에서 집 안의 가전제품을 작동시키는 비교적 사소한 일상의 변화에도 말이다. 미래를 예측하는 프로그램을 종종 보곤 한다. 인간 수명은 무한대로 늘어나고 모든 게 집안에서 이뤄지는 세상은 끔찍함, 그 자체였다. 인간 본연에 대한 존엄은 사라지고 마치 하나의 기계처럼 보여졌기 때문이다. 그 모습을 현실로 마주하게 될 날도 멀지 않다는 걸 안다. 과연 그런 세상에서 행복한 이는 얼마나 될까. 부모가 계획하고원하는 대로 유전자를 선택하여 태어난 아이들에 관한 동화 『열세 번째 아이』를 읽으면서 같은 질문을 받는다.
부모는 자신이 잘 하지 못한 것들을 아이에게 바라는 기대 심리를 갖고 있다. 해서 아이의 의사는 상관없이 뭐든지 가르치고 싶어하고 뭐든지 다 해주고 싶어한다. 아이가 자신에게 속한 게 아니라는 걸 깨닫지만 그 순간은 안타깝게도 너무 늦게 온다. 요즘 친구들과의 대화는 폭풍의 사춘기를 맞고 있는 아이들에 관한 걱정뿐이다. 나 역시 그 시절을 겪어왔음에도 롤러코스터처럼 시시때때로 변화하는 그 감정을 마주하기란 정말 힘겹다. 누구에게나 오는 과정이기에 그저 별 탈 없이 지나가 주기를 바라지만 만약 그 시간을 내 의지로 조절할 수 있다면 나 역시 건너뛰게 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울고 떼쓰고 그런 건 딱 질색이에요. 맞춤형 아이라며 달라야 하지 않나요? 사춘기도 다른 아이들처럼 고민하고 방황하면서 보내게 하고 싶지 않아요. 열세 번째 아이처럼 해 주세요. 감성지수와 이성지수를 동시에 높이는 게 아니라 이성지수를 더,아주 더 높게 만들어 주세요.” p.135~136
원하는 아이에 대한 선택 앞에 주저하지 않을 부모가 얼마나 될까. 어쩌면 이 보다 더 구체적인 이유를 들지도 모른다. 선택한 유전자로 태어난 아이, 그러니까 일명 맞춤 아이는 부모나 사회가 원하는 대로 살아가는 운명을 타고 태어난 것이다. 자신이 결정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첫 번째 맞춤 아이가 태어나고 그 뒤를 이어 태어난 아이들은 점점 더 나은 아이가 되고 가장 이상적인 모델이 바로 열세 번째 아이인 시우다.
누구나 맞춤 아이로 태어날 수 있는 건 아니니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시우를 부러워한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아이지만 정작 시우는 계획된 삶을 사는 게 기쁘지 않다. 유전자를 제공해 준 아버지가 누구인지 궁금하지만 엄마에게 물을 수 없다. 맞춤 아이가 존재하는 세상엔 친구나 동생도 로봇이 대신하다. 아이들의 모습은 인간을 닮은 로봇이나 다름 없다. 로봇은 친구가 되기도 하고 아이를 보조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누가 더 많은 기능을 가진 로봇을 데리고 다니냐에 따라 주변의 시선과 대우가 달라진다. 그러니 먼 미래에도 자본의 힘은 강력하고 새로운 따돌림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아이 스스로 기억하지 못하는 기억을 갖고 있고 인간이 느끼는 모든 감정을 느끼는 시우의 로봇 레오는 모두에게 선망의 대상인 것이다. 정작 시우는 그런 레오가 맘에 들지 않는다. 시우가 모르는 어린 시절을 기억하며 아는 체 하는 것도 싫고, 로봇 주제에 감정을 느끼며 아이들과 로봇 사이의 다툼에 나서는 것도 싫다.
분명, 가까운 미래에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는 사회가 올 것이다. 마치 미래 사회의 한 단면을 보는 듯, 동화는 무척 현실적이다. 그리하여 더 슬프고 안타깝다. 과연, 인간의 감정까지 대신할 수 있는 로봇은 존재할 수 있을까. 감정을 가진 로봇을 만든 이도 인간이고, 그 로봇을 노예처럼 부리고 그들의 감정을 조종하는 세상에 인간다운 삶을 기대할 수 있을까. 동화 속 감정을 느끼는 로봇은 부모의 계획하에 태어난 맞춤 아아와 다르지 않다. 해서 레오는 시우에게 더 간절하게 말한다.
“다른 사람이 아니라 네 인생이잖아. 이제부터 선택은 네가 해. 내 몫까지, 우리가 하고 싶었던 것까지. 넌 얼마든지 그렇게 할 수 있어. 넌 인간이고, 인간이 가진 모든 것이 너한테 있으니까.” p.260~261
로봇인 레오를 통해 시우는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생각하게 될 것이다. 머리가 아닌 가슴이 느끼는 대로 살아야 한다는 걸 말이다. 열세 번째 아이가 아닌 아이 시우로 슬픔, 기쁨, 분노, 즐거움을 느끼고 표현하며 살아가게 될 것이다. 동화가 아닌 현실 속에서 열세 번째 아이처럼 살고 있는 아이들이 읽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자신의 진짜 마음을 들여다보고 그 소리를 어른들에게 들려줄 수 있다면 더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