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할 것이다 - 도스또예프스끼의 삶과 예술을 찾아서
이병훈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월
평점 :
품절


 내가 아닌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일은 쉽지 않다. 그 상대가 가족이라 해도 그렇다.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고 많은 대화를 나눴다 해도 여전히 어려운 일이 아닐까 한다. 때문에 누군가를 안다고 말하는 일에는 특별히 신중을 기해야 한다. 우리는 종종 문학 작품을 통해 타인의 삶을 이해한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역시 심각한 착각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한 사람의 생을 이해하려면 얼마나 많은 연구와 노력이 필요하겠는가.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할 것이다는 러시아의 위대한 작가 도스또예프스끼 이해하기 위한 노력한 책이 있다. 아니, 도스또예프스끼를 사랑한 저자의 연애 편지 같은 것이라 해도 좋겠다.

 

 책은 도스또예프스끼의 흔적을 따라 그의 삶과 수많은 작품들을  친절하게 설명한다. 누구나 한 번쯤 책 장을 펼쳐봤을, 그러나 끝까지 읽지 못했을 대표작 죄와 벌, 백치, 노름꾼,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외에도 도스또예프스끼가 만든 잡지와 그의 형 미하일에게 보낸 편지의 만날 수 있다.

 

 도스또예프스끼의 유년 시절과 길고 힘겨웠 감옥에서의 시간, 그가 사랑한 여인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그 모든 것이 소설에 고스란히 담겨 있음을 확인하는 시간이다. 저자는 도스또예프스끼가 머물렀던 집이며 공간에 대한 설명도 빼놓지 않는다. 하여 독자로 하여금 좀 더 도스또예프스끼에게 가까이 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작가로서가 아닌 인간 도스또예프스끼에 대해 알 수 있어, 이 책을 읽으면서 그의 소설을 함께 읽는다면 훨씬 더 좋을 것이다. 물론 도스또예프스끼에게 영향을 미친 고골 뿌쉬낀 작품을 펼쳐도 좋겠다. 그가 살아온 19세기 러시아 사회의 전반적인 모습도 만날 수 있다. 사회를 향한 작가들의 외침, 세상을 바꾸고 싶고 구원하고 싶었던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삶이란 어디를 가나 있는 거니까. 삶은 우리들 자신 속에 있는 것이지 우리들 바깥에 존재하는 것은 아니야. p. 101

 

 어쩌면 당장 죽음을 맞이하게 될 지 모르는 순간에 그가 형에게 쓴 편지의 한 구절이 가슴에 깊게 박힌다. 자기 자신 속에 있는 삶을 우리는 언제나 미련하게 바깥에서 찾으려 했던 것이다. 힘겨운 이 시대를 사는 모두에게 거대한 울림을 주는 말이 아닐까.

 

 간질로 인해 몸과 영혼이 고통스러웠던힘 시간, 그가 좀 더 건강했다면 어땠을까. 도박에 빠져 진 빚을 갚기 위해 수정은 커녕 마감에 시달려 써내려 간 소설이 아니라, 오직 소설에만 매달려 있었다면 과연 어떤 소설을 썼을까. 러시아를 떠나 타국에서의 가난한 생활과 한 몸처럼 의지했던 형 미하일과 사랑하는 아이의 죽음까지, 끊임없이 계속되는 시련이 있었기에 그토록 위대한 소설을 쓸 수 있었던 건 아닐까. 도스또예프스끼의 파란만장한 삶이야말로 소설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럼에도 작가로서 시대를 외면하려 하지 않았다. 그의 굳은 의지를 이런 글에서 마주한다.

 

 ‘예술은 항상 동시대적이고 현실적이며, 그 외의 다른 방식으로 존재해 본 적이 없고,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다른 방식으로는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p. 148

 

 저자는 도스또예프스끼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어했고, 더 많이 알려주고 싶었던 것 같다. 도스또예프스끼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음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해서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누구라도 도스또예프스끼에게 어떤 연민을 느끼고 그의 고독을 이해하고 싶을 것이다.

 

 문득 도스또예프스끼가 말하고 싶었던 구원은 무엇이었을까 생각한다. 과연 진정한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다만, 읽지 못한 그의 소설 한 구절이 내내 나를 붙잡는다.

 

 “이것이 당신들에게 부과된 지상의 시련이오. 그러니 위안을 구하려 하지 마시오. 그저 눈물을 흘릴 때마다 당신 아들이 하느님의 천사가 되어 당신을 내려다보고 있고, 당신의 모습과 눈물을 보고 기쁘게 생각하며 그것을 하느님께 알리고 있다고 항상 생각 하시오. 당신은 어머니로서 앞으로도 이 큰 비애를 겪어야 하겠지만 나중에 그것이 고요한 기쁨으로 변하게 될 것이고, 당신의 괴로운 눈물은 사람을 죄악에서 구하는 연민과 정화의 눈물이 될 것이오. 자, 그럼 당신 아들의 안식을 위해 기도를 드리겠소. 아이의 이름이 뭐라고 했지요? p. 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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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31 0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마지막 구절은 까라마조프의 형제들의 조시마 장로가 한 말 같군요. 맞을까요?ㅎㅎ / "자기 자신 속에 있는 삶을 우리는 언제나 미련하게 바깥에서 찾으려 했던 것이다. " - 이 말 와닿습니다. 저에게도 필요한 말-.^^

자목련 2012-03-31 08:52   좋아요 0 | URL
맞아요.. 저는 그 소설을 읽지 못했어요..
내 안에 있는 삶,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말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