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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림 - Travel Notes, 개정판
이병률 지음 / 달 / 2010년 7월
평점 :
이 책에 대해 어떤 말을 하면 좋을까, 한참을 고민했다. 너무나 좋은 책이라고, 식상하고 진부한 표현을 덧붙이기에 미안한 책이다. 읽기도 전에 이 책을 읽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만큼 이 책에 대한 나쁜 평은 없었던 거다. 한데, 또 딱히 이 책은 이런 책이라고 정의 내리기 어렵다. 어디선가 멈춰서 바라본 풍경이 아니라 흘러서 마주한 풍경을 담은 이야기이자, 특정한 한 사람을 위한 글이거나, 막연한 누군가를 대상을 말을 거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의 여행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다. 삶을 위한 여행, 살아내기 위한 여행으로 떠날 수밖에 없는 이야기다. 계획을 세워야만 떠날 수 있는 이들은, 떠남을 나중으로 미루는 사람은, 이해하지 못할 그는 언제나 길 위에 있었다. 그러므로 그는 정착하는 여행자인 것이다. 이름으로만 익숙할 뿐 낯선 공간과 낯선 사람들이 왠지 친근하게 느껴지는 건 그가 편안하게 들려주어서다. 말이 통하지 않는 누군가와의 만남, 단 한 번의 스쳐 지나가는 만남을 소중하게 여겼기 때문일 것이다.
말 그대로 ‘끌림’이라는 단어가 정말 잘 어울리는 책이다. 길고 짧은 예순일곱개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는 가슴에 따뜻한 떨림으로, 누군가에는 뜨거운 차 한 잔으로, 누군가에는 아무 말도 없이 등을 토닥이는 손길이 될 것이다. 아무데나 펼쳐도 나를 이끈다. 그곳이 어디든 말이다. 그건 이병률이 솔직한 마음을 담았기 때문은 아닐까. 그러니 어떤 말이 필요할까. 군더더기 대신 그저 직접 읽어봐야만 느낄 수 있는 이런 문장을 옮겨 적을 뿐.
‘구슬을 떨어뜨렸을 때 그 구슬의 끝을 보지 못하면 우린 영영 그 구슬을 주울 수 없다.’ - 이야기. 다섯. 얼마쯤 중에서
‘상대를 일방적으로 생각하기 않기 위한 방법은, 완전히 이해함으로써 가능할 것이다. 그렇다. 누군가를 진정으로 이해하게 됐다면 아무리 늦었다 해도,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그건 분명 사랑인 거다.’ - 이야기. 마흔넷. 영국인 택시 드라이버 중에서
‘좋은 계절이라는 핑계로 당신은 그들과의 여행을 계속했고 한 아궁이에서 지은 여러 끼니를 나누어 먹으며 낯선 풍경에 놀라 단체 사진을 수없이 찍으며 각별한 감정들을 나눴죠. 심지어 돌아오기 싫었던 거예요. 그래요. 삶은 그런 거예요. 혼자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그런 것.’ - 이야기. 예순넷. 삶은 그런 거예요 전문
삶은 혼자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그런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우리는 함께하기를 두려워하는 마음 한 조각을 갖고 있는 건 아닐까. 그 마음 한 조각이 자꾸 꺼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도 함께 말이다. 간절하게 위로가 필요한 순간과 맞닿았다면, 온전히 나만을 위한 편지를 받기를 원한다면 이 책이 그 답이 되지 않을까.
긴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해서 이 책에 대한 애정이 없는 게 아니다. 그저 내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아닌 이병률의 다정한 목소리를 직접 마주하는 게 훨씬 좋다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