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문제들
안보윤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0월
평점 :
품절


 소설을 두 가지로 구분하자면 읽기 불편한 소설과 그렇지 않은 소설로 나눌 수 있다. 다양한 범죄가 성립하고 범인을 쫓는 추리 소설을 제외하면 불편한 소설들은 심각한 사회 문제를 다룬 게 대부분이다.  학교 폭력과 왕따 문제를 다룬 안보윤의 『사소한 문제들』도 불편한 소설이라 하겠다.  

 ‘후줄근한 오후다. 가지 끝이 새까맣게 썩은 가로수도, 놀이터 바닥에 깔린 고무매트도, 헐겁게 늘어진 그넷줄도, 모든 것이 후줄근하다.’ p. 7

 소설은 첫 문장부터 음산하다. 놀이터라면 활기가 넘쳐야 하는 곳이 마땅한데 말이다. 뭔가 불길한 징조다. 그렇다. 소설은 정체모를 묘한 불안과 우울한 분위기를 끝까지 이어간다. 소설은 초등학교 5학년 열두살 권아영와 헌책방을 운영하는 서른 아홉의 배두식의 이야기다. 뚱뚱하고 못생긴 아영은 ‘슈렉’이라 불리며 학교에서 왕따이고 두식은 동성애자다.  아영은 중학생 황순구에게 폭행을 당하고 돈을 상납한다. 황순구에 돈을 준 게임방 아저씨들을 상대해야 한다. 이 끔찍한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게 아영의 유일한 희망이다. 헌책방에 숨어든 건 아영이 살아남기 위해서다.  

 두식은 동성애자로 세상의 시선에 당당하지 못하다. 아버지가 남긴 헌책방에서 자신을 숨긴 채 무의미한 삶을 이어간다. 대학 후배를 사랑하지만 도박 중독자인 후배는 그 마음을 이요해 돈을 요구할 뿐이다. 그런 두식에게 아영과 황순구 패거리들은 그저 닿고 싶지 않은 안개 같은 존재였다. 아무리 짙어도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안개 말이다. 

 ‘호기심과 관심, 질문과 의심이 불러들이는 불행을 두식은 이미 잘 알고 있다. 불행을 피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눈을 돌리고 숨을 참고 자신의 손가락만 응시하면 된다. 두식은 헌책방 주인이다. 헌책방 주인은 지극히 수동적이고 내성적이며, 책이 아닌 사람의 일에 관심을 두지 않아야 한다.

  저 아이들은 불행 그 자체다.’ p.  46 

 때문에 골치꺼리인 아영에게 적극적으로 묻지 않는다. 아영의 눈에 가득 찬 살의가 누구를 향한 것인지 알려고 하지 않았다. 그저 빨리 집으로 돌아가 주기를 바랄 뿐이다. 가출로 알고 있을 엄마에겐 미안하지만 아영은 황순구에게 벗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충분했다. 세상으로부터 숨어 지내고 싶은 마음이 같기 때문일까. 시간이 지날수록 아영과 두식은 서로에게 의지하고 있었다. 마치 다정한 부녀처럼 말이다. 그러나 아영의 가슴 속에 자리잡은 두려움이 사라진 건 아니었다. 두식도 마찬가지였다. 오랫동안 마음을 준 후배의 배신이 남긴 상처가 나은 건 아니었다.  아영과 두식이 모든 걸 잊고 살아갈 수는 없을 것이다. 그저 불행과 절망에서 벗어날 용기가 이제 막 싹텄을 뿐이다. 

 집단폭행과 성매매를 알선하는 중학생까지 참혹한 행위를 묘사한 소설은 잔인하다. 어쩌면 신문 기사 뒤에 가려진 모습은 우리가 감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가혹하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소설의 제목처럼 결코 사소한 문제들이 아닌 것이다.  작가는 이처럼 심각한 문제들이 사소하게 치부하고 외면하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끝내 아영과 두식에서 어떤 희망도 제시하지 않은 건 이유도 그 때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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