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이 되면서, 나는 피곤에 둘러쌓였다. 특히 지난 주엔 유독 피곤했다. 많은 시간을 잠으로 채웠고 모든 일에 대해 관심도 의욕도 사라졌다. 그 와중에 친구의 수술 소식까지 접했다. 내 나이를 생각했다. 그마나 하루 걸러 여름 이불을 세탁하는 일만 할 수 있었다.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내게 두 계절이 흐르는 시간이라서 그렇다고 친구는 말했다. 단 음식을 먹어보라고 했다. 이를테면 젤리나 다디단 과자같은 것 말이다. 많은 시간을 잠으로 채웠고 모든 일에 대해 관심이 사라졌다.  

 나를 짓누르는 무게의 원인을 찾아야 했다. 우선 일상의 변화를 떠올렸다. 그 즈음 어떤 약을 먹고 있었고, 그 약은 간 기능 저하라는 부작용이 있었다. 부쩍 피곤하고 무기력한 날들 뒤에 당뇨를 진단 받은 오빠가 생각났다. 해서, 병원을 찾았다. 피를 뽑았고, 오랜만에 지인도 만났다. 검사 결과가 좋지 않으면 먹던 약을 중단해야 할 것이다. 병원에 다녀온 후로도 피곤하다는 말은 멈추지 않았다. 침대가 아닌 쇼파에서도 여전하게 나는 잠을 자고 있었다. 

 어제 오전에 검사 결과를 받았다. 결과는 아주 좋았다. 소식을 전한 지인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다. 심지어 영양 상태도 좋다고 했다. 먹고 있는 약도 계속 먹어도 된다고 말했다. 그런데, 왜 나는 피곤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었던 것일까. 우리는 그 원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스트레스와 환절기라는 결론을 내 놓았고, 내 정신에 이상이 있나 보라고 웃었다.  

 그러니까 문제는 내부에 있었던 것이다. 외부가 아닌 내부에 말이다. 끝내지 못한 어떤 일에 대해 편한 마음을 가졌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못했던 걸까. 오랜시간 9월에 고여 있던 상처가 아물지 않았던 것일까. 여튼 나는 외부적으로 건강한 것이다. 그러니 내부적으로 건강해지면 되는 것이다. 해야 할 일들에 대한 부담을 덜어내려 하지 말고 해내야 하는 것이다. 

 지난 주, 침대에서 졸다 자면서 곁에 둔 책은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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